사과 한알에 ‘1만원’…경제 전문가들 “추석 지나도 고물가 계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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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알에 '1만원'…경제 전문가들 '추석 지나도 고물가 계속될 듯'
추석 연휴를 앞둔 27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과일 선물세트를 사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670억 원의 예산을 풀어 명절 성수품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쳤지만,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우유, 지하철 요금 등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 물가가 내달부터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예고된 데 더해 국제유가 선물가가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추석 명절이 지나도 고물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유·지하철…”안 오르는 게 없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 등 유가공업체들은 내달 1일부터 흰우유를 비롯한 가공유, 발효유 등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할 예정이다. 서울우유는 경우 대형 할인점에 납품하는 1000㎖ 용량 흰우유 제품인 ‘나100% 우유’ 가격을 기존 2890원에서 2980원으로 3% 인상하고 편의점 가격은 기존 3050원에서 3200원으로 올린다. 남양유업 역시 같은 날 대표 제품을 포함한 유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한다. 맛있는우유GT 900㎖의 출고가는 약 4.6%, 기타 유제품의 출고가는 평균 7% 수준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들 업체의 가격 조정은 낙농가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오는 10월부터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올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지난 8월 오는 10월부터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리터당 88원 올리기로 결의했다.

사과 한알에 '1만원'…경제 전문가들 '추석 지나도 고물가 계속될 듯'
/연합뉴스

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줄줄이 오른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다음달 7일부터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오르고, 부산 시내버스 요금은 350원가량 인상된다. 대전과 인천 등의 지하철 요금은 2015년 이후 8년째 동결돼왔던 터라, 서울 지하철의 이번 조치는 다른 지역의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지수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앞서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를 기록한 뒤로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부터 둔화하다가 7월에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서게 됐다.

사과 한알에 '1만원'…경제 전문가들 '추석 지나도 고물가 계속될 듯'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은 1년 전보다 5.4% 올라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명절 차례상 물가를 들썩이게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사과의 경우 홍로 10㎏ 기준 9월 셋째 주 평균 도매가가 8만 3082원으로 전주 평균 7만 208원 대비 18% 뛰었다. 지난해 추석 전 주의 평균 도매가와 비교하면 2만 7341원으로 3배 넘게 뛴 수치다. 배 역시 26일 기준 신고 15㎏의 도매가는 6만 800원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 전날 4만 9700원 대비 22%가량 뛰었다.

유동성·국제유가…물가 안정에 줄줄이 ‘적신호’

통상적으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일 등 성수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뛰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석이 지나도 고물가 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 금리가 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낮은 수준으로 동결돼 있어 물가 상승이 압력이 강한 상황”이라면서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물가가 더 크게 뛰었지만, 기준 금리 동결이 장기화돼 명절이 지나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과 한알에 '1만원'…경제 전문가들 '추석 지나도 고물가 계속될 듯'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유가가 다시 빠르게 오르고 있어 추석이 지나도 물가가 안정보다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생산자 물가가 오르면 기업 입장에서도 운송료, 공공요금, 원부자재비 등 비용이 상승해 전방위적으로 물가를 들어올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국제유가는 13개월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7일(현지 시각)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3.68달러로 전날 대비 3.29달러(3.65%) 급등해 마감했다. 지난해 8월 29일 이후 최고치다.

미국 비축유 재고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소식이 원유 수급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지난주 대비 220만 배럴 줄어든 4억 1630만 배럴로 집계됐다.

글로벌 이상 기온 등도 먹거리 물가에 악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개화기의 서리·우박 피해와 긴 장마, 탄저병 등으로 올해 사과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21% 감소한 44만 9000t(톤)으로 전망했다. 올리브유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이상 고온이 잇따르면서 올리브 생산량이 평소 130만∼150만t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 이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9월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가인 ㎏당 8.45유로(약 1만 20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오른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 가격은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다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 물가가 크게 뛰어 기저 효과로 올해 통계 수치가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절대적인 금액으로 체감하기 때문에 통계 수치와 괴리감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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