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캠핑장에 출몰한 대륙의 실수, ‘네이처하이크’

178

“자잘한 것부터 한 두개씩 써보다보니 어느새 텐트도 두 개나 가지게 됐어요.”
“가성비 좋은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퀄리티가 점점 진화하네요.”
“겨울 장박 시 결로도 거의 없어요. 타사 텐트 대비 가격이나 품질이 우수합니다.”

1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대표 캠핑 커뮤니티(캠핑퍼스트)에 올라온 ‘이 브랜드’ 제품의 사용자 후기다. 한국 캠핑 인구 700만 시대, 전국 방방곡곡의 캠핑장에는 요즘 감성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 텐트가 부쩍 자주 보이면서 ‘샤오미에 이어 캠핑업계에 대륙의 실수가 등장했다’는 말이 돈다. 모두 네이처하이크(Naturehike, 중국명 挪客)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10년 중국에서 태동한 네이처하이크는 세계 68개국에 진출해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캠핑업계 신흥 세력이다. 특히 작은 사이즈의 하이킹용 침낭은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연간 5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처하이크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상승시켰다. 중저가 혹은 가성비 제품이라면 다른 선택지도 많은데, 캠핑씬에서 네이처하이크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

네이처하이크 창업주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네이처하이크를 만든 지젠밍(季剑明)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캠핑에 몸 담은지 20년 된 캠퍼이자 창업가다. 2003년 그는 유럽 아웃도어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전담하던 저장성 닝보의 한 무역회사에 근무했다. 닝보는 1980년대부터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품의 주요 생산 지역으로, 지젠밍은 이곳에 근무하며 자연스럽게 해외 브랜드의 기술력이나 디자인, 사용감을 체득했다. 당시 제품에 대한 이해를 더 높여보려고 떠난 캠핑에서 지젠밍은 단번에 캠핑의 매력에 빠진다. 그러면서 무겁고 부피를 차지하는 캠핑 용품들의 필연적 단점 역시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 제품들, 내가 쓰기 편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는 캠핑을 다니며 불편하거나 성가신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하면 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소비자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를 직접 경험하며 인사이트를 쌓아나갔다. 현업에서 얻은 아웃도어 제품 및 공급망에 대한 이해도는 지젠밍이 네이처하이크를 창업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그 무렵 중국서 부흥하기 시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이점을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했다. 플랫폼 내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소비자의 불편과 불만을 바로 인지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가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무엇보다 텐트의 경우 관리가 안 되면 금방 곰팡이가 피는데, 지젠밍은 면이 주는 편의와 감성을 제공하면서 장기간 사용해도 무방한 새로운 원단을 개발했다.

그 결과 네이처하이크의 제품은 일본, 한국, 유럽, 미국 등에서 두루 인정받게 된다. 지젠밍은 한 인터뷰를 통해 “일본 에이전트가 자신이 그동안 중국 제품을 다양하게 겪어봤는데, 가격이 저렴하지만 디자인 감각이 떨어지거나, 디자인이 괜찮으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네이처하이크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제품”이라는 피드백을 줬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지젠밍은 중국 내 성숙한 공급망을 기반으로 업계 변화나 고객 요구 사항에 빠른 속도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네이처하이크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네이처하이크의 첫 번째 제품은 하이킹 텐트로 국내외 할 것 없이 여러 주류 제품을 참고하여 각각의 장점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지젠밍은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품 체험과 테스트를 비롯한 전 과정에 참여하며 일선에서 제품력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봄에 출시한 에어텐트의 경우 출시 직후 완판됐다. 캠핑 사이트를 ‘숲 속의 집’처럼 꾸미려는 수요가 높아지며 조명, 스토브에 이르기까지 제품군도 다각화했다.

2022년 3월, 네이처하이크는 신제품 혁신 연구소 설립을 위해 1500만 위안(약 27억 원)을 투자했다. 공개 정보에 따르면 연구소 부지는 1200평방미터로 침낭 온도 측정 테스트, 방습 매트의 단열 테스트, 텐트의 방풍 및 방수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4월, 네이처하이크는 중국 투자사 이스턴 벨 캐피털(Eastern Bell Capital, 钟鼎资本)로부터 1억 위안(약 182억 원)에 달하는 시리즈A 자금 조달에도 성공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간 아이미디어컨설팅(艾媒咨詢)과 둥우증권(东吴证券)에 따르면 현재 중국 캠핑 시장의 규모는 381억 5600만 위안(약 6조 9672억 원)으로 산업 침투율은 약 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캠핑 문화가 성숙기에 이른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이제 막 캠핑에 입문하는 국가들을 고려하면, 아웃도어 업체의 성장 공간은 현재의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에는 네이처하이크 외에도 무가오디(牧高笛·모비가든), 저장쯔란(浙江自然·저장네이처), 싼푸후와이(三夫戶外·싼포), 카이러스(凱樂石), 웨이다리둬(維達利多·비달리도) 등 중국 내 캠핑 특화 아웃도어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지젠밍은 “현재 중국의 성숙한 공급망과 신속한 대응 메커니즘이 결합돼 미래의 가장 큰 아웃도어 브랜드는 중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