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日서 수입하던 ‘바람으로 쇠 깎는 장비’…슈퍼컴 덕에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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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철 자동화설비 전문기업 삼우에코 가보니

삼우에코 공장 전경/사진=류준영 기자

460℃~680℃ 수준의 극한환경에서 용융(고체가 열에 의해 액체로 변하는 현상)된 아연에 질소 등 가스를 뿌리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를 슈퍼컴퓨터로 해석한 결과값을 토대로 아연도금강판 핵심생산설비인 ‘에어나이프'(Air Knige) 시스템을 국산화한 회사가 있다.

1989년 설립된 삼우에코가 주인공이다. 강판에 아연을 입히면 부식에 잘 견디고 표면도 매끄러워져 다른 색상·용도의 철판을 덧씌우는데 편리하다. 이런 아연도금강판은 주로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쓰인다. 삼우에코는 아연도금강판을 만드는 장비를 제작·납품하는 곳으로 이 업종에서만 30년 이상 장수한 중소기업이다.

1999년부터 포스코와 협력을 통해 수입에 의존해 오던 에어나이프를 국산화한데 이어 △고온의 아연도금강판을 옮기는 ‘포트롤 시스템'(Pot Roll System) △아연도금강판을 빠르게 식히는 ‘쿨링타워'(Cooling Tower) △아연도금강판 이동 롤러를 고정·지지하는데 쓰는 롤초크(Roll Chock, 고정대와 연결하는 마개 형태의 부품)의 분해·조립을 자동화한 ‘롤 숍 시스템'(Roll Shop System) 등 도금강판 공정 자동 제어설비 대부분을 자체 개발했다.

에어나이프 모형, 실물은 회사 기밀로 촬영이 금지됐다/사진=류준영 기자

이중 에어나이프는 삼우에코(ECO)의 대표 효자상품으로 꼽힌다. 이는 간단히 말해 아주 뜨겁게 달궈진 아연을 담은 아연도금욕조에 강판을 담궜다가 롤러로 끌어올린 뒤 강력한 가스 바람을 불어넣어 일정한 폭으로 아연을 깎아내는 장치다. 두께 오차가 없는 품질이 동일한 도금강판을 만드는데 필요한 장비다. 삼우에코는 이 장비를 14년간의 오랜 연구 끝에 완성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 일본 기업이 주도했고 국내 철강업계는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일본도 가져다 쓸 정도가 됐다. 삼우에코 기술연구소 강법성 전무이사는 “도요타, 닛산에 차량용 강판을 납품하는 일본 최대철강사 신일본제철, 고베제강 등도 우리 고객사”라고 귀띔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굵직한 철강사들도 도입했고, 최근엔 멕시코, 브라질, 이집트,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중국, 터키 등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를 꿰하고 있다.

창업 이후 제철 관련 MRO(Maintenance·Repair·Operation, 소모성 자재)를 전문으로 하던 기업에서 이젠 굵직한 핵심 설비 제조를 주전공으로 한 기업으로 변신한 삼우에코만의 비결은 뭘까.

실험용으로 쓰고 있는 듀얼 초크 엑스트라액터 장비 일부분/사진=류준영 기자

지난 7일 찾은 전남 광양읍 초남공단에 있는 약 8500평(2만8099㎡) 규모의 삼우에코 공장. 찌는듯한 무더위 속 공장 한 켠엔 실험용으로 만든 ‘듀얼 초크 엑스트라액터'(Dual chock extractor)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이 장치는 압연 공정 중 도금강판을 다른 작업장으로 옮기는 롤러의 양 끝부분에 붙어 있는 롤초크를 분해·조립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삼우에코 강법성 전무이사는 “완성품을 납품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장비로 개선하기 위해 형틀을 이런저런 형태로 재조립해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전무이사에 따르면 삼우에코는 철강분야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2003년도에 일찌감치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고 , R&D(연구·개발)에 매출의 약 8%를 투자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에서 3% 안팎의 투자가 어려운 현실에 비하면 매우 높은 비중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적재산권(IP)이 90여건에 달한다.

에어나이프숍 앞에서 강법성 전무이사가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공장 내부로 200m 가량 더 들어가자 벽면에 ‘에어나이프숍'(Air Knife Shop)이란 글자와 함께 통제구역이란 간판이 걸려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에어나이프에서 나오는 바람이 일정한지를 실험하는 압력 측정 장비가 보였다. 강 이사는 “가로 2미터(m) 혹은 3m 아연도금강판 끝에서 끝까지 질소 가스가 균일하게 뿌려져야 한다. 레이저 센서로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두께를 측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일한 온도의 차가운 공기가 일정한 바람 속도로 흘러나오는지를 감지하는 레이저 센서 장치도 부착돼 있었다.

강법성 전무이사가 공장 자재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강 이사는 “기체 유동을 활용한 제조기술 개발과정에서 에어나이프 가스 주입 각도에 대한 해석연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며 “3회에 걸쳐 유동해석에 슈퍼컴을 활용했고 2015년 패밀리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또 다른 신기술 개발관련 기술 지원도 받았다”고 밝혔다.

KISTI 데이터분석본부 박형욱 호남지원장에 따르면 2015년 슈퍼컴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아연도금욕조 내 실링(Sealing, 용기 이음 부분을 단단히 붙여 봉하는 것) 알고리즘 검증 및 최적 설계 방안을 제시했다.

또 2017~2018년엔 용융아연도금공정의 효율적인 냉각을 위한 무화노즐(증기를 고속으로 분출하는 부품)의 작동 알고리즘을 슈퍼컴 유동해석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했다. 이를 통해 냉각노즐을 최적으로 배치하는 설계도를 확보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삼우에코는 R&D 시간, 비용을 각각 30%, 15% 단축·절감하는 효과를 누렸고, 국내 주요고객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수입제품 대비 50% 낮은 가격으로 설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삼우에코 92명의 임직원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490억원이다. 2020년(308억원) , 2021년(339억원) 실적을 함께 보면 최근 3년간 매출액은 꾸준한 증가세다. 철강업계가 최근 몇 년 간 불황의 꼬리를 달고 있고, 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인 점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경영면모를 보여준다.

강 이사는 “최근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을 나프타 등 자원으로 전환하는 포집·저장·활용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KISTI와 함께 포스코, 현대제철, 글로벌 10대 철강사별 폐수처리량 분석을 진행했다”며 “온난화를 막고 자원도 얻는 클리닝 기술은 우리의 다음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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