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산지 상추, 품질 차이 왜…’깜깜이 영역’ 데이터로 밝힌 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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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 윤지현 윌로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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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산지에서 수확한 상추라도 보관·운송 과정에 따라 소비자가 받아보는 품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브랜드와 원산지 정도다. 제품이 어떤 온도와 습도에서 보관됐고, 운송 중 충격을 받지는 않았는지 알기 어렵다.
AIoT(지능형 사물인터넷) 기반 공급망 인텔리전스 기업
윌로그는 이 같은 물류의 ‘깜깜이 영역’을 데이터로 바꾸고 있다. 화물에 부착한 자체 개발 디바이스로 온도·습도·충격·위치 등을 수집하고, 소프트웨어와 AI(인공지능)로 분석해 제품 손실을 줄이는 방식이다.
윤지현 윌로그 공동대표는 “윌로그의 목표는 ‘물류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며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려주고, 어느 물류사와 포장업체가 믿을 만한지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물류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박스 하나’에서 시작

윤 대표는 배성훈 공동대표와 함께 윌로그 창업 전 신선식품 유통 사업을 운영했다. 스타트업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인 물류 사업체에 가까웠다. 물류 현장에서 자본을 축적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목표였지만,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발견했다.
윤 대표는 “처음부터 윌로그를 하겠다고 정해둔 것은 아니었다”며 “사업을 하다 보니 물류 현장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문제를 데이터로 풀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윌로그의 첫 고객군은 바이오 산업이었다. 처음에는 전체 물류 흐름 가운데 차량에 실린 ‘박스 하나’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의약품과 바이오 제품은 작은 온도 변화만으로도 전량 폐기될 수 있어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고객이 늘면서 요구도 확장됐다. ‘차량뿐 아니라 창고도 관리할 수 있느냐’, ‘해상과 항공 운송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요청이 잇따랐다. 윌로그는 창고-차량-항공·해상-차량-창고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반을 관리하는 솔루션으로 제품을 고도화했다.
고객군도 바이오와 신선식품에서 반도체·화학·유리·배터리 등으로 넓어졌다. 윤 대표는 “가장 민감한 바이오 물류에서 시작한 덕분에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수월했다”며 “산업군과 운송 수단별 레퍼런스를 확보하면서 공급망 인텔리전스 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했다.
숫자보다 중요한 ‘맥락’…5년 연속 고객 이탈률 0%

핵심 경쟁력은 디바이스 자체보다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에 있다. 단순히 온도 3도, 습도 80%라는 수치로는 실제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어떤 상품이 어느 창고와 차량을 거쳐 어디로 이동했는지, 이런 맥락이 결합돼야 데이터가 의사결정 수단이 된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디바이스가 보내는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는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며 “어떤 제품이 어느 시점에 어떤 경로로 이동했고, 어느 구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연결해야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된다”고 부연했다.
윌로그는 물류 현장 경험을 토대로 작업자부터 관리자, 경영진까지 각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설계했다. 현장 작업자에게 이상 상황과 필요한 조치를 알려주고, 관리자는 구간별 문제를 분석하며 경영진은 물류 파트너나 포장 방식 변경 같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같은 현장 중심 접근은 높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졌다. 윌로그는 창업 이후 5년 연속 고객 이탈률 0%를 유지하고 있다. 고객사는 전년 대비 약 7배 증가했고, 매출도 전년 대비 100% 성장했다. 글로벌 고객사는 200여곳에 달한다.
모니터링에서 예측·보험까지…데이터 가치 확장

윌로그는 고객의 데이터 활용 수준을 크게 세 단계로 본다. 첫 단계는 화물 상태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두 번째는 책임 소재를 구분하고 원인을 찾는 분석, 세 번째는 데이터를 AI 모델과 연결해 사고와 손실을 예측하는 인텔리전스 단계다.
AI는 고객 업무를 자동화하고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온도 그래프를 눈으로 확인한 뒤 이상 여부를 판단했다면, 윌로그는 전조 현상을 분석해 위험을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제안한다.
사업모델은 금융 영역으로도 확장됐다. 별도 법인인 ‘윌로그인슈어런스’는 윌로그가 수집한 물류 데이터를 활용해 파라메트릭 보험을 비롯한 기업 맞춤형 보험을 제공한다. 사전에 설정한 온도 등 조건을 벗어나면 센서 데이터로 사고를 입증하고 보상 절차를 진행하는 구조다.
윤 대표는 “고객의 목표는 결국 프로덕트 로스(Product loss)를 줄이는 것”이라며 “물류를 모니터링하고 분석·예측한 뒤 피할 수 없는 손실은 보험으로 연결하는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데이터 신뢰성을 인정받는 것은 데이터 기업으로의 성장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7개국서 사업 전개…”글로벌 영토 확보할 시간”

윌로그는 싱가포르와 일본, 미국에 법인을 두고 대만·베트남·카자흐스탄·남미 등 7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물류 공급망이 국가별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로 이어져 있는 만큼 초기부터 여러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윤 대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시기에는 누가 먼저 테리토리(영역)에 깃발을 꽂느냐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3~5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영역을 확보하느냐를 두고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해외 진출의 관건은 각국의 물류 관행과 업무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는 것”이라며 “물류는 전세계적으로 연결돼 있어 B2C 서비스만큼 대규모 현지화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국가별 비즈니스 문화가 고객사의 워크플로우에 깊이 반영돼 있다”고 했다.
윌로그의 비전은 소비자가 택배 상자의 QR코드를 찍었을 때 상품이 어떤 경로로 안전하게 이동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선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의 유통 품질을 데이터로 증명하고 이를 한국 제품의 경쟁력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윤 대표는 “우리가 없다고 사회가 안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있음으로써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있다는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병원과 신선식품 운송에서 시작한 변화를 글로벌로 확장해 물류의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이 윌로그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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