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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안 주면 관세” 억지에… EU, 역공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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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그린란드(Greenland) 매입 협상에서 과도하게 판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백악관이 그린란드 매입 요구에 협조하지 않으면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자, 오히려 미국의 취약점인 국가부채와 자금조달 구조가 시장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2026년 2월 1일부터 덴마크(Denmark), 노르웨이(Norway), 스웨덴(Sweden), 프랑스(France), 독일(Germany), 영국(United Kingdom), 네덜란드(Netherlands), 핀란드(Finland)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1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 6월 1일부터 관세율을 25%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그린란드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매입하는 합의가 체결될 때까지 관세는 계속 부과되고 납부돼야 한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트럼프는 그린란드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그린란드는 매물로 나온 적이 없지만, 트럼프는 중국(China)과 러시아(Russia)도 이 지역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그린란드가 덴마크 왕국의 자치령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덴마크가 그 땅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도 말한다.

다른 나라 관할의 영토를 사들이겠다는 요구는 서방 동맹에서 반발을 불렀다.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라는 점은 변함없다. 다만 동맹국들은 관세와 방위비를 둘러싼 1년간의 거친 공방을 거치며 인내심이 줄어든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주말의 ‘힘 과시’가 선을 넘었다고 본다. 그리고 트럼프의 약점이 곧 미국의 약점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과도한 지출 습관이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짐 리드(Jim Reid)는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가 발표됐다가, 불과 일주일 만에 한발 물러섰던 전례를 상기시켰다. 당시 미국 국채 금리(수익률)가 무서운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했고, 미국의 차입을 떠받치던 수요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리드는 메모에서 “금융시장이 이 사태의 결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썼다. 그는 “미국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막대한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라며 “여러 면에서 미국이 경제적 카드를 쥔 듯 보이지만, 크게 동요할 세계에서 미국은 ‘자금조달 카드’를 모두 쥐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투자자와 분석가, 각국 정상들은 오래전부터 ‘부채 위기’가 언제, 혹은 실제로 올지 묻고 있다. 일본과 영국, 프랑스도 재정 균형을 맞추는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38조 달러 부채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규모가 압도적이다. 그 부채 상당 부분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도 포함된다. 트럼프가 연준과도 갈등을 겪는 가운데, 해외 정부와 외국인 투자자가 쥔 물량도 적지 않다.

ING는 유럽이 보유한 미국 채권과 주식이 8조 달러 규모라는 점을 짚었다. 유럽 지도자들이 이 사실을 백악관에 상기시킬 수도 있다고 봤다. ING의 거시 담당 글로벌 총괄 카르스텐 브르제스키(Carsten Brzeski)와 네덜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베르트 콜라인(Bert Colijn)은 “유럽이 미국의 최대 채권자라는 사실은 미·유럽의 깊은 상호의존을 보여준다”고 썼다.

동시에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유럽이 미국에 지렛대를 가질 수 있음을 뜻한다”고도 했다. 다만 이들은 “실제로 유럽이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Inc)’ 국면에 들어갈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U가 유럽 민간 투자자에게 달러 자산을 팔라고 강제할 방법은 거의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유로화 자산 투자를 유도하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EU는 아직 꺼내지 않은 별도의 카드도 갖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EU의 ‘반강압 수단(ACI·Anti-Coercion Instrument)’을 지금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수단은 외국 정부가 EU 또는 회원국의 정책 선택에 부당하게 개입한다고 판단될 때 맞대응하도록 설계된 조치다. 미국 기업의 유럽 시장 접근을 제한하거나, 정부 사업 입찰을 금지하거나, 교역을 제한하거나, 외국인 투자를 축소하는 방식이 포함될 수 있다.

EU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물량 가운데 약 1000억 달러 규모에 새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유럽 지도자들이 이런 반응을 실제로 저울질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골드만삭스의 스벤 야리 슈테흔(Sven Jari Stehn)과 조반니 피에르도메니코(Giovanni Pierdomenico)는 주말 메모에서, 이 법안이 정확히 이런 상황을 상정해 설계됐다고 썼다. 다만 상대가 미국처럼 강력한 동맹일 것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발동 절차를 시작한다고 해서 곧바로 시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썼다. 시행까지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다만 EU가 행동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들은 ACI가 관세보다 더 넓은 정책 수단을 포함할 수 있다고도 했다. 투자 제한, 미국 자산과 서비스에 과세 같은 방안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EU가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내고 있어, 이 영역을 건드리면 대서양 건너에서 같은 조치를 받는 것보다 EU가 미국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 글 Eleanor Pring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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