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구글, 버티는 애플, 쫓기는 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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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c4225f26-c5b3-4dbf-9cc7-f46f12041faa.jpeg)
최근 발표된 애플과 구글의 깜짝 AI 파트너십은 테크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소식에 구글의 시가총액은 4조 달러를 돌파했다. 구글의 AI 기술을 애플의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업그레이드된 ‘시리(Siri)’에 주입하기로 한 이번 계약은 차세대 컴퓨팅의 정의를 내릴 플랫폼 선점 전쟁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금액이나 계약 기간 등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몇 가지 핵심 지표는 명확하다. 이번 딜은 구글엔 잭팟이고, 애플에는 미온적이며 그리고 오픈AI엔 악재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인 이후 약 2년 동안 구글의 미래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구글은 챗GPT와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했으나, 바드(Bard)와 제미나이(Gemini) 초기 모델이 팩트 오류를 범하거나 역사적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잇따른 실책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구글의 최신 모델인 ‘제미나이 3’는 시장에서 가장 유능한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사용자와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GPU보다 비용과 속도 면에서 유리할 수 있는 자체 AI 칩(TPU)을 통해 클라우드 고객을 대거 유인하고 있다.
애플이 “신중한 검토 끝에 구글의 기술이 자사 모델의 가장 유능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선언한 건 제미나이가 받은 최고의 훈장이다. 그간 오픈AI를 ‘애플 인텔리전스’의 우선 파트너로 삼아왔던 애플이기에 더욱 그렇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가들은 이번 계약이 “모바일 기기용 선도적 LLM으로서 제미나이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저지 경영대학원의 함자 무다시르(Hamza Mudassir) 교수는 애플의 결정이 기술력 그 이상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파트너사가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데, 구글은 자체 클라우드를 보유하고 있어 오픈AI나 앤트로픽이 제공하기 어려운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지적 재산권 보장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전적 이득도 상당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이나, 블룸버그는 애플이 기술 사용료로 구글에 연간 약 10억 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진짜 보상은 전 세계 15억 명의 아이폰 사용자라는 유통망이다. 제미나이가 탑재된 시리를 통해 발생하는 쇼핑이나 검색 매출을 공유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이폰에 제미나이 앱이 기본 탑재될 가능성까지 열리게 됐다.
애플 입장에서 이번 딜은 양면적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강력한 시리와 AI 기능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이득이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Dan Ives)는 이를 “2026년 이후 AI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수직 계열화의 상징인 애플이 핵심 AI 기능을 위해 또다시 파트너(오픈AI에 이어 구글)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는 애플이 자체 LLM 구축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여러 AI 기능 출시가 지연됐고, 광고에 포함됐던 기능이 정작 아이폰 16 출시 당시엔 빠져 있어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팀 쿡(Tim Cook) CEO가 약속한 ‘2026년형 시리’가 결국 구글의 기술로 구동된다는 사실은 애플의 기술 리더십에 상처를 냈다.
푸투럼 그룹의 다니엘 뉴먼(Daniel Newman)은 “2026년은 애플에게 ‘성공 아니면 파멸(make-or-break)’의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무다시르 교수는 애플이 아이폰 기기 내에서만 구동되는 컴팩트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일 수 있으며, 구글과의 협력은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할 시간을 벌어주는 동시에 월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애플과 구글의 파트너십이 비독점 계약이라 할지라도, 오픈AI에 이번 뉴스는 명백한 타격이다. 무엇보다 “구글이 오픈AI를 따라잡았을 뿐만 아니라 이제 앞질렀다”는 시장의 내러티브를 고착화시켰다.
애플이라는 거대 유통망을 구글에 내어준 오픈AI는 사용자 기반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 주당 8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샘 올트먼(Sam Altman) CEO는 애플을 장기적인 최대 라이벌로 꼽아왔다. 그는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Jony Ive)와 함께 새로운 AI 전용 기기를 개발 중이며, 올해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리의 주도권을 구글에 넘겨줌으로써 오픈AI는 경쟁사의 역량을 들여다볼 통찰력을 잃게 됐다. 이제 오픈AI는 독자적인 기기가 성공하여 애플처럼 폐쇄적인 생태계(Walled Garden)를 구축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 글 Jeremy Kahn, Beatrice Nol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