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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독립성은 진작에 끝났다”…38조 달러 국가부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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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이 11일(현지 시간) 저녁, 미 법무부(DOJ)로부터 형사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밝히자 시장은 즉각 긴장했다. 수사는 워싱턴 연준 본부의 26억 달러 규모 리노베이션 공사를 둘러싼 사안으로, 평소보다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파월 의장은 이를 “금리 인하를 강요하기 위한 구실(pretext)”이라고 규정했다. 선물시장은 하락했다.

하지만 12일이 되자 예상과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금과 은 가격은 급등했지만, 주식시장은 비교적 차분했고 달러 역시 큰 변동 없이 움직였다. 조지메이슨대 교수이자 영향력 있는 블로그 ‘마지널 레볼루션(Marginal Revolution)’ 운영자인 경제학자 타일러 코언(Tyler Cowen)은 바로 이 ‘시장 반응의 부재’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이 현 행정부의 동기를 신뢰해서가 아니라, 연준의 독립성이 이미 과거의 유물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시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언은 테크 팟캐스트 TBPN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를 행정부 특유의 변덕스럽고 제도 파괴적인 압박 방식, 이른바 ‘캡틴 퀴그(Captain Queeg)’식 행태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장이 더 크게 반응하지 않은 이유는, 연준의 독립성이 이미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게 이 이야기의 추악한 진실이다. 이미 끝난 문제였다.”

코언의 진단에 따르면, 문제의 뿌리는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재정정책에 있다. 반복된 예산 타협, 감세,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수년간 연준의 실질적 선택지를 갉아먹어 왔다는 것이다. 코언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채와 재정적자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는 어느 정도 이를 화폐화(monetize)할 수밖에 없고,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을 택하게 될 것이다. 어떤 말을 하든 그건 피할 수 없다.”

그는 이런 선택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조용히 잠식한다고 본다. 노골적인 정치 압력이 없어도, 막대한 부채를 진 민주국가는 스스로 통화정책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유권자가 증세나 지출 삭감을 원하지 않는 순간, 인플레이션은 가장 ‘정치적으로 덜 고통스러운’ 선택지가 된다.

이 같은 분석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경고해온 ‘빅 사이클(Big Cycle)’ 부채 함정과 맞닿아 있다. 달리오의 프레임에 따르면, 과도한 부채를 진 국가는 결국 세 가지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선택지 중 하나에 몰린다. 대규모 긴축, 디폴트(기축통화국에는 사실상 불가능) 혹은 인플레이션이다.

달리오는 미국의 경우 결국 인플레이션이 선택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플레이션은 눈에 띄지 않는 세금이며, 민주주의 국가가 대규모 증세나 복지 삭감보다 항상 선호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칼라일그룹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루빈스타인과의 대화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내 손주와 증손주들이, 가치가 떨어진 달러로 이 빚을 갚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언은 이른바 ‘추악한 디레버리징(ugly deleveraging)’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도 전망을 내놨다. 미국은 약 5년간 연 7%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며, 경제 규모 대비 부채 가치를 깎아내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언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매우 고통스럽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활수준도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은 이미 써버렸다. 디폴트는 선택지가 아니다. 앞으로 10~15년간 우리가 마주할 현실이다.”

코언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특수한 지위—세계 최대 경제이자 기축통화국—가 더 큰 부채를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이 특권은 당장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지만, 정치적 규율을 약화시키고, 지도자들이 시장의 반발을 크게 걱정하지 않은 채 연준을 흔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논쟁의 핵심에는 결국 같은 질문이 놓여 있다. 미국은 어떻게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릴 것인가. 트럼프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춰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파월을 압박해 왔지만, 이는 더 큰 인플레이션 파동을 불러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글로벌 전략가 알버트 에드워즈 역시 지난해 11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우리는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으로 가게 될 것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비슷한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상황을 뒤바꿀 수 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하나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 이끄는 생산성 혁명이다. AI가 미국의 GDP 성장률을 연간 1%포인트만 끌어올릴 수 있다면, 고물가 없이 부채 함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언은 회의적이다. 정부, 고등교육, 의료, 비영리 부문 등 미국 경제의 절반가량은 구조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AI는 이들 부문에서 사람들에게 ‘워터쿨러 옆에서 더 오래 수다를 떨 시간’을 줄 수는 있어도, 산출을 획기적으로 늘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결과, 미국 달러는 이전보다 훨씬 위험한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코언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애초에 이미 걱정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 글 Eva Roytburg & 편집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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