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한 푼 안 쓰는 연준 리모델링, 트럼프는 왜 범죄라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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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연준) 건물 개보수 현장을 방문해 제롬 파월 의장에게 비용 관련 문서를 건네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3211a0c5-dbfb-498f-9949-42555e4cb015.jpeg)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연방 수사관들을 동원해 형사 기소를 준비한다는 소식에서 유일하게 놀라운 점은, 이 뉴스에 놀라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뿐이다.
금융 시장은 초기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내 반등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법무부의 움직임을 임기 말 ‘레임덕’의 요란한 허세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공화당 내부에서는 법무부와 연준의 신성한 독립성에 대한 공개적인 우려가 터져 나오며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은 “이제 의문에 처한 것은 법무부의 독립성과 신뢰성”이라고 단언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프렌치 힐 공화당 의원 또한 이번 수사를 “행정부와 건전한 통화 정책 결정을 훼손할 수 있는 불필요한 주의 분산”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트럼프가 직접 발탁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조차 파월을 향한 ‘보복 수사’에 대해 트럼프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코미와 크리스토퍼 레이 전 FBI 국장,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아담 쉬프 의원,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 등에 이어 파월까지 이어진 일련의 기조는 가히 경종을 울릴 만하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 메시지를 통해 직접 수사를 지시하며 사법 체계를 정치적 적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하트 여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향해 “목을 쳐라”라고 소리치는 감정적 발작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시각이 놓치고 있는 점은, 이런 움직임이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 전술적 패턴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연준 건물 리모델링 비용 초과를 이유로 파월이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는 터무니없으며 법원에서 기각될 게 자명하다. 40%의 비용 초과가 사실일지언정 그것이 범죄는 아니며, 부주의한 관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 연준 리모델링 비용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예산보다 40% 늘어난 25억 달러가 투입되고 있는데, 정작 트럼프 본인은 지난달 백악관 동관 연회장 신축 비용이 예산보다 200% 폭등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건설 전문가를 자처하는 트럼프가 불과 6개월 전 시작한 프로젝트의 비용조차 제대로 추산하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더 놀랍다.
또한 연준 건물(에클스 빌딩) 리모델링은 1937년 준공 이후 약 90년 만에 처음 실시되는 전면 보수라는 점에서 비용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 비용은 미국 납세자의 세금에서 단 한 푼도 나가지 않는다. 연준은 의회 예산 배정 없이 자체 보유한 국채 투자 수익 등으로 운영되는 완전한 재정적 자립 기구이기 때문이다.
역풍 맞은 매복 작전
트럼프는 올여름 공사 현장 시찰 중 TV 생중계를 통해 파월을 궁지로 몰아넣으려 했으나 결과는 역효과였다. 리모델링 비용이 31억 달러로 폭등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파월은 그 수치가 이미 완공된 다른 건물의 비용까지 합친 잘못된 것이라고 즉석에서 바로잡으며 트럼프에게 망신을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 트럼프는 연준이 금리를 더 빠르고 크게 내리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자신이 표적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새로운 위협은 나의 지난 6월 증언이나 건물 리모델링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핑계일 뿐이다.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가 아니라 대중에게 무엇이 이득이 될지에 대한 최선의 판단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 것에 대한 결과다.”
최근 열린 ‘예일 CEO 서밋’에 참석한 CEO 200명 중 71%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연준의 독립성이 이미 침해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81%는 올봄 파월의 임기가 끝날 때 독립성을 강화할 인물로 크리스 월러 이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 ‘법률 전쟁(Lawfare)’이 감정적 짜증이 아니라면, 그 전략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번 달 베네수엘라 공격이 미국 석유업자들의 사전 요청 때문이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거짓으로 탄로났다. 업계는 베네수엘라를 ‘투자 불가능 지역’이라며 즉각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역시 ‘주의 분산용 기동’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의 신간 『트럼프의 십계명』에서는 이를 ‘사운드의 벽(Wall of Sound)’ 전술이라 부른다. 갤럽의 연말 조사에서 국정 수행 지지율이 36%로 떨어지고,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조사에서 57%가 부정 평가를 내리는 등 불리해진 여론 지형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미디어가 자신의 정책적 약점을 24시간 내내 때리는 상황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그는 세 가지 레버를 더 당겼다. 독립 기구를 인정하지 않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리더십, 선택적 보복을 통한 적수 짓누르기, 그리고 거짓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해 결국 사실처럼 믿게 만드는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선전술이다.
이것들은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도구들이다. 트럼프는 결코 눈치가 없거나 어리석지 않다. 그는 여우처럼 영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혜와 교활함의 상징인 여우조차 결국에는 자신의 꾀에 스스로 넘어가는 법이다.
/ 글 Jeffrey Sonnenfeld, Stephen Henrique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제프리 소넨필드(Jeffrey Sonnenfeld)는 예일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리더십 실무 담당 레스터 크라운 교수이자 예일 CEO 리더십 연구소(Yale Chief Executive Leadership Institute)의 설립자다. 스티븐 헨릭스(Stephen Henriques)는 예일 CEO 리더십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다. 맥킨지(McKinsey & Company)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으며, 코네티컷 주지사의 정책 분석가로 활동했다. 기사에 실린 의견은 전적으로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포춘의 의견이나 신념을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