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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재정 친밀감’의 유효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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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다. “이 사람이야”라고 믿었던 관계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든다. 헤어짐은 흔히 가치관 차이에서 온다. 마음이 식어 끝나기도 한다. 때로는 ‘캣피싱(catfishing)’ 같은 거짓말이 드러나 관계가 무너진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기만을 겪고 있다. 이름은 ‘재정 미래 페이킹(financial future faking)’이다. 연애 초반부터 “같이 집을 사자”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누리자” “미래는 안정될 거야” 같은 큰 약속을 쏟아낸다. 하지만 실제 의사도 계획도 없다. 실행도 없다.

이 현상은 ‘퓨처 페이킹(future faking)’에서 파생됐다. 퓨처 페이킹은 심리적 조작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의료·심리 관련 기관들도 이런 개념을 다뤄 왔다.

재정 미래 페이킹은 Z세대(Gen Z)와 밀레니얼(millennials) 이혼의 주요 요인으로 커지고 있다. 이 세대가 결혼을 덜 하거나, 훨씬 늦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춘(Fortune)과 인터뷰한 유명 이혼 전문 변호사 재키 콤스(Jackie Combs)는 이렇게 말했다. “이혼에서 핵심 원인으로 자주 보게 되는 건 재정 친밀감의 부족이다. 투명성 부족도 크다. 돈에 대한 방향성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다. 돈이 협상의 무기가 되거나, 기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대화가 깨진다. 엇박자가 커진다. 신뢰가 무너진다.”

콤스는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로펌 블랭크 롬(Blank Rome)의 파트너 변호사다. 가족법과 이혼 소송을 다룬다. 그는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Emily Ratajkowski), 크리스 애플턴(Chris Appleton), 이네스 드 라몬(Ines de Ramon) 등 Z세대·밀레니얼 유명 인사의 사건도 맡아 왔다. 고액 자산가 고객도 다수 대리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os Angeles Times)는 그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비저너리(Entertainment Business Visionary)’로 선정한 바 있다.

이 흐름이 특히 더 씁쓸한 이유가 있다. Z세대와 밀레니얼은 이미 살림살이가 팍팍하다. 인플레이션 국면이 길다. 고용 시장은 힘이 빠졌다. 주거비 위기도 심각하다. 이런 환경에서 돈과 공동 목표를 숨기면, 함께 그리던 삶 전체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콤스는 “Z세대와 밀레니얼이 재정 미래 페이킹에 취약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 늦어지는 경제적 안정이 겹친 시대에 데이트를 한다. 전례 없는 금융 불안정의 시대라는 설명이다.

콤스는 또 다른 이유를 들었다. 많은 이들이 “돈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이다. 그래서 연애 초기에 소득, 빚, 소비 습관 같은 질문을 똑바로 던지기 어렵다. 상대와 재정적으로 ‘같은 방향’인지 점검하는 법도 서툴다.

여기에 소비문화와 소셜미디어가 취약성을 더 키운다. 호화 결혼식이 미화된다. ‘소프트 라이프(soft life)’ 감성도 유행한다. ‘트래드 와이프(trad-wife)’ 서사도 퍼진다. 하지만 그걸 떠받칠 ‘돈의 구조’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

결혼식 시장 자체가 환상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BRC 웨딩 서비스 글로벌 마켓 리포트 2025(BRC Wedding Service Global Market Report 2025)에 따르면 2024년 웨딩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2180억 달러다. 2029년에는 362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콤스는 이 수치가 “환상이 현실을 앞지르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더 직설적인 숫자도 있다. 더 노트(The Knot)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결혼식 비용은 3만 3000 달러다. 미국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 평균도 보수적인 편이다. 지역과 계층, ‘스타일’에 따라 비용이 수십만 달러로 뛸 수 있다.

연인과 호화로운 결혼식, 풍요로운 생활을 상상하는 건 달콤하다. 동시에 함정이 되기도 한다. 콤스는 “누군가가 미래의 돈 이야기를 ‘막연한 약속’으로 건네면, 속임수라기보다 위안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재정 미래 페이킹이 더 잘 먹힌다는 것이다.

콤스가 꼽은 대표적 신호는 세 가지다. 첫째, 거창하지만 구체성이 없는 약속이 반복된다. 둘째, 소득, 빚, 소비 습관을 투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셋째, 목표를 향한 진척은 없는데 책임 있는 행동만 계속 미뤄진다. 그는 “미래 약속이 ‘헌신’처럼 들리지만, 현실의 구조로 옮겨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돈 이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연애 초반에는 더 그렇다. 따지고 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콤스는 기준을 이렇게 잡으라고 조언했다. “진정성은 말과 행동의 일치에서 드러난다.” “구조 없는 낙관론, 배우려는 의지 없는 태도는 경고 신호”라는 얘기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대화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같이 살기 전이다. 임대차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이다. 생활비를 합치기 전이다. 그렇다고 첫 데이트에서 401(k) 잔액을 공개하라는 뜻은 아니다. 대신 가치관을 묻는 질문이 좋다. 예를 들면 “오늘 복권에 당첨되면 돈을 어디에 쓸래?” “너에게 경제적 안정은 뭐야?” “가장 큰 돈 걱정은 뭐야?” 같은 질문이다.

대화 방식도 중요하다. 그는 “판단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감정적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고, 신뢰를 쌓기 쉽다. 결혼이나 장기적 약속을 논의하기 전에 이런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혼은 종종 ‘경제적 자율성’을 내려놓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콤스는 “결혼의 재정적·법적 함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들어가면, 자신의 경제적 미래를 통제할 권한을 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이 대화는 상대를 몰아붙여 헌신을 받아내려는 게 아니다. 리스크를 점검하는 일이다. 장기적 궁합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 글 Sydney Lak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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