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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후퇴하고 있지만…” 빌 게이츠의 ‘각주 달린 낙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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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베를린=AP/뉴시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베를린=AP/뉴시스]

2025년은 빌 게이츠(Bill Gates)가 바라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보건과 교육, 기후변화 대응까지 폭넓은 분야에 거액을 투입해 온 자선가로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원조 계약을 대폭 삭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공동창업자인 게이츠는 이런 비용 절감 기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삭감이 어린이 사망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Tesla)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맞받았다.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 설립자인 그는 올해 연례 서한에서 낙관을 유지하되 현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세상은 계속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면서도 “그 믿음을 오늘처럼 보기 어려웠던 때가 오랜만”이라고 썼다.

게이츠가 가장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지점은 ‘핵심 진척 지표’가 거꾸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5세 미만 아동 사망자 수가 늘었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이 수치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왔다고 짚었다. 그런데 2025년에 들어서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2024년 460만 명에서 2025년 480만 명으로 늘었다. 게이츠는 증가 배경으로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덜 도운 탓”을 들었다.

게이츠 재단의 ‘골키퍼스(Goalkeepers) 보고서’는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보건 분야 개발원조(정부 지출 포함)가 2024년 수준에서 20% 줄어들면 2045년까지 추가로 1250만 명의 아동이 사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수치는 보건 지표 데이터를 집계하는 IHME(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체 모델링 결과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낙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AI(인공지능)가 가속할 혁신”에서 찾았다. 게이츠는 “왜 이렇게 많은 도전과 양극화 속에서 여전히 낙관적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AI가 가속할 혁신이 가져올 변화를 보기 때문”이라고 썼다.

다만 그 낙관에는 단서가 붙는다. 게이츠는 “내 낙관에는 각주가 있다”고 표현했다. 그가 제시한 시간표는 5년이다. 그는 “다시 궤도에 올라서고, 생명을 구하는 새 도구를 확산하기 위해 다음 5년은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지난해가 아무리 힘들었어도, 우리가 암흑기로 다시 미끄러질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10년 안에 세상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는 수준을 넘어 전례 없는 진보의 새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고도 했다.

게이츠는 2025년에 ‘2000억 달러 문샷’을 내걸었다. 그는 자신의 재산 “거의 전부”를 재단에 내놓겠다고 했고 규모는 약 1000억 달러로 거론됐다. 그는 이 기부가 현대 자선 역사에서 가장 큰 약정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단서도 있다. 재단이 보유한 기금과 향후 성장분을 합친 이 자금은 앞으로 20년 안에 모두 집행돼야 한다.

그의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0년 게이츠는 당시 배우자였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Melinda French Gates),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공동창업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 함께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를 출범시켰다. 거액 기부를 공개 약속하는 캠페인이다. 이후 매켄지 스콧(Mackenzie Scott), 에어비앤비(Airbnb) CEO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같은 인물들도 참여했다.

정부 재정이 빠지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 그는 다른 부유층 자선가들에게도 역할을 요청했다. 게이츠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방식으로 남을 대하라”는 원칙이 부유한 나라의 원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썼다.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부유층의 자선도 빠르게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억만장자, 심지어 자산 1000억 달러 이상 ‘센티빌리어(centibillionaire)’가 기록적으로 늘어난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옥스팜(Oxfam)은 2025년 1월 보고서에서 2024년 전 세계 억만장자가 276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전년 2565명에서 증가한 수치다. 옥스팜은 10년 뒤 ‘조만장자(trillionaire)’가 최소 5명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게이츠는 “삭감이 하룻밤 사이 뒤집히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원조가 가장 후한 나라에서도 GDP의 1%가 채 안 되는 수준이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일부 재원이라도 복원하는 일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글 Eleanor Pring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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