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인가 마오이즘인가… 미국 자본주의 길들이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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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fa2886df-441d-45a2-9017-0f038a8771f7.jpeg)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시장이 약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불과 24시간 만에 서로 다른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국가 개입’ 3건을 잇달아 내놨기 때문이다.
한때 공화당 정치인이 앞장서기엔 ‘사회주의적 국가 통제’처럼 보이고 들렸을 조치들이다. 속도와 범위는 트럼프 2기의 한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공화당(GOP)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자유방임(레세페르) 기조를 점점 더 내려놓고, 민간 경제 활동을 직접 통제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일대(Yale) 최고경영자 리더십 연구소(Chief Executive Leadership Institute) 설립 학장이자 기업지배구조 연구자인 제프리 소넨필드(Jeffrey Sonnenfeld)는 “극단적 좌파의 국가자본주의처럼 보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가(MAGA)가 마오이즘으로 간다. 개별 경영자의 재량, 이해관계자·주주·소유주가 가진 기업 통제, 의사결정 권한을 빼앗는 셈이다. 시장의 지혜도 흔든다”고 했다.
소넨필드는 자신이 현 내각 구성원 누구보다 오래, 수십 년간 트럼프를 알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의 ‘10계명(ten commandments)’이라 부르는 것을 분석한 책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만 그는 이번 변화가 이념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소넨필드는 포춘(Fortune)에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에서 흔히 보던 모습은 아니다. 그가 새로 만든 건 독재자의 철권 통치다.”
소넨필드의 해석을 따르면, 최근 조치들은 시장이 결과를 결정하도록 두지 않고 ‘대통령의 행정권’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그 결과 경영진과 주주들은 자유시장 안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백악관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처지가 된다.
주택(Housing)
트럼프는 7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글을 올려 “대형 기관투자자(large institutional investors)”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나 부동산투자신탁(REITs) 같은 월가 대형 플레이어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는 의회에 이를 법으로 못 박으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이렇게 썼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지, 기업이 사는 곳이 아니다.”
발표 직후 관련 종목 주가가 흔들렸다. ‘악명 높은 기업형 주택 매수자’로 불린 블랙스톤(Blackstone)은 6% 하락했다. 최대 기관 매수자로 알려진 인비테이션 홈스(Invitation Homes)도 6% 급락했고, 아메리칸 홈스 4 렌트(American Homes 4 Rent·AMH)는 주가가 3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자 변동성 탓에 거래가 한때 중단됐다.
CNBC에 따르면 대형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주택 비중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다만 그 보유는 애틀랜타(Atlanta), 플로리다 잭슨빌(Jacksonville, Fla.) 등 미국 남동부 도시들에 집중돼 있다.
거시정책 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Employ America)’ 공동창립자 스칸다 아마나스(Skanda Amarnath)는 포춘에 “좌우 진영 모두가 끌리는, 아주 유혹적인 서사”라면서도 “기관투자자가 실제로 얼마나 사들이는지, 주거비 부담(affordability)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군산복합체 정조준(Taking on the military industrial complex)
주택 발표 몇 시간 뒤, 트럼프는 국방 산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국 비즈니스 영역 중에서도 정치적으로 가장 보호받는 곳으로 꼽히는 분야다.
무기 생산·인도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을 내세우며, 트럼프는 주요 방산업체 경영진 보수를 연 500만 달러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이 “완벽하게(spot on)” 맞아떨어질 때까지라는 조건도 달았다. 참고로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레이시온(Raytheon), 노스럽그러먼(Northrop Grumman) 같은 기업 CEO들은 통상 연 1800만~2500만 달러를 받는다.
트럼프는 이렇게 썼다. “방산업계 경영진 보수 패키지는 터무니없이 과하고, 우리 군과 동맹국에 필요한 장비를 이렇게 느리게 공급하는 상황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 급여, 스톡옵션, 다른 모든 보상 형태가 지나치게 높다.”
단순한 트루스소셜 발언에서 끝나지도 않았다. 트럼프는 포괄적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서명하며 정책을 공식화했다. 내용은 방산업체가 이익을 쓰는 방식과 임원 보상 방식을 크게 제한한다. 전쟁장관(Secretary of War)이 정부 계약 수행이 부진하다고 판단한 기업에는 자사주 매입(stock buybacks)과 배당(dividends)을 막을 수 있고, ‘개선(시정) 기간’에는 국방부가 임원 기본급 상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체결되는 방산 계약에서는 성과급(incentive pay)을 생산 속도와 품질에 연동하도록 지시했다. 집행은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권한을 통해 이뤄진다.
소넨필드는 이번 조치가 미국 비즈니스의 법적 토대를 정면으로 흔드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제5수정헌법(Fifth Amendment)의 ‘수용 조항(takings clause)’을 거론했다. 공공 목적이라도 정당한 보상 없이 사유재산을 빼앗을 수 없다는 취지다.
“제5수정헌법에는 불법적이고 몰수에 가까운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소넨필드는 “지금처럼 주주 지분(이익)을 요구하면서도, 주주에게 정부가 아무 보상도 하지 않는 건 전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시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소유주의 의사결정 권한을 ‘국가’로 가져가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에 불안을 퍼뜨렸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전 대통령이 정부와 민간 방산업체의 결합을 비판하며 만든 표현이다. 군산복합체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기반의 핵심 축으로도 여겨져 왔다. 과거에도 보수 상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은 계약업체 보수를 40만 달러로 제한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떤 행정부도 민간 기업의 배당·자사주 매입 정책을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를 공개적으로 밀어붙인 적은 없었다. 이 정도의 국가 권력 행사 앞에서 업계 내부에선 ‘진짜 경제적 목적이 무엇이냐’는 의심이 나온다.
익명의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리티코(Politico)에 “사회주의 확산을 막겠다며 마두로(Maduro)를 잡아온 거 아니었나. 그런데 워싱턴 D.C.를 ‘포토맥 강변의 카라카스’로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Venezuela)
마두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주말 사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를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송환한 뒤, 트럼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약 5000만 배럴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백악관은 이 거래가 대통령이 직접 정한 ‘강력 통제 조건’ 아래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에 따르면, 원유 판매 대금은 트럼프가 “내가 통제하는(controlled by me)” 계좌에 들어간다. 베네수엘라는 이 자금을 오직 ‘미국산 제품’ 구매에만 써야 한다. 5000만 배럴 원유(대략 35억 달러 가치)를 사실상 관리하면서, 그로부터 생기는 자금 흐름까지 정확히 지시하는 방식이다. 행정부는 다른 나라의 에너지 공급을 미국 제조업을 자극하는 ‘직접 부양책’으로 바꿔버린 셈이며, 일종의 ‘폐쇄형 순환(closed-loop)’ 구조가 만들어진다.
베네수엘라가 가격이나 품질 기준으로 거래 상대를 고르는 게 아니라, 국가가 ‘포획된 고객(captive customer)’을 만든다. 이런 ‘폐쇄형’ 구조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행정부가 일본차 수입을 억제해 디트로이트를 보호하려고 활용한 자발적 수출규제(VERs·Voluntary Export Restraints)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이번 베네수엘라 방식은 ‘관리무역(managed trade)’이 한층 더 직접적으로 진화한 형태다. 레이건의 VER은 형식상 ‘협상된 양보’였고, 자유시장이라는 외피를 최소한 유지하려 했다. 반면 트럼프의 합의는 시장 수요보다 국가가 통제하는 물물교환식(barter)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우선한다.
시장이 자본을 배분하고 승자를 가리게 두지 않고, 누가 집을 살 수 있는지, 임원을 어떻게 보상하는지, 무역을 어떤 방식으로 굴리는지까지 행정부가 점점 ‘결과’를 지정한다. 소넨필드는 이런 누적 효과가 단지 정책 변동성을 넘어, 미국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우리가 자본주의를 체감하는 방식까지 바꾼다고 주장했다.
소넨필드는 말했다. “트럼프가 던지는 반짝이는 새 이슈, 소음의 벽, 주의를 분산시키는 사건들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지난 난장판에서 시선을 돌리려 또 다른 난장판을 늘 만들어낸다.”
/ 글 Eva Roytbu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