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연준 “트럼프 관세, 인플레이션 더 낮출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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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소비자에게 사실상 ‘세금’과 같다. 관세 부담은 기업에 부과되지만, 상당 부분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내내 미국에서는 생활비 부담에 대한 유권자들 분노가 누적됐고, 이는 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선전한 오프사이클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제기하는 ‘생활비 위기’는 ‘가짜’라며, 자신이 집권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SF Fed)이 최근 발표한 경제 레터는 기존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관세 충격에 대해 역사는 무엇을 말해주는가(What Can History Tell Us About Tariff Shocks?)’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오랜 경제학적 합의와 달리, 관세 인상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레지스 바르니숑(Regis Barnichon)과 아유시 싱(Aayush Singh)은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5년과 같은 대규모 관세 인상은 실업률에는 상승 압력을 가하는 반면, 인플레이션에는 하방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을 1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3% 미만이던 관세율에서 급등한 것으로, 예일대 예산연구소(Yale Budget Lab)에 따르면 193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됐지만, SF 연은의 분석은 관세 충격이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 불확실성이 수요 위축시켜
SF 연은 보고서의 핵심 논리는 ‘불확실성’이다. 관세 충격은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이는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관세 충격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이 자체가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려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며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경로로는 자산 가격 하락이 지목됐다. 관세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될 경우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총수요 감소로 이어져 실업률은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데이터가 보여주는 디플레이션 효과
바르니숑과 싱은 1870~1913년, 그리고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기간을 분석했다. 이 시기는 최근 역사상 관세 변동성이 현재와 비슷했던 시기로 꼽힌다.
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관세 변화와 인플레이션 사이에는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관세가 1%포인트 오를 때, 인플레이션은 평균적으로 0.6%포인트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 지금은 다른 시대, 다른 경제
다만 SF 연은은 이러한 결과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인정했다. 오늘날 미국 경제는 100년 전과 구조적으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현재는 생산 과정에서 수입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 관세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인 2024년 미국의 수입 규모는 약 3조 2000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1929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시행 직전의 수입 규모는 44억 달러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100년 전과 현재는 경제의 여러 측면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당시의 경험이 현재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마지막으로 이 정도 규모의 관세 인상이 있었던 시기는 대공황 시기로, 당시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고 GDP는 약 30% 급감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SF 연은의 분석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다만 ‘관세=물가 상승’이라는 단순한 도식에 균열을 내며, 관세 충격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