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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전쟁의 새 전선: ‘어디서’가 아니라 ‘언제’ 일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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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지난 3년 동안 기업 세계는 ‘영토 분쟁’에 갇혀 있었다. 이른바 RTO(Return to Office·사무실 복귀) 전쟁이다. 전선은 지리였다. 집이냐 본사냐가 핵심이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싸움의 축이 바뀌었다. 상업용 부동산 대기업 JLL의 「 직장인 선호도 지표(Workforce Preference Barometer) 2025」에 따르면, 고용주와 직원 사이에서 가장 큰 충돌은 더 이상 ‘어디서’가 아니다. ‘언제’ 일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조화된 하이브리드 정책은 이미 표준이 됐다. 전 세계 사무직의 66%가 “어떤 요일에 출근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대치를 공유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새로운 불일치가 생겼다. 직원들은 ‘장소’는 대체로 받아들였다. 대신 ‘시간’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뚜렷해졌다. 근무 시간의 자율성을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고서는 직원들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짚는다. 전 세계 사무직이 꼽은 1순위는 연봉이 아니라 워라밸(work–life balance)이었다. 응답자의 65%가 워라밸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2022년의 59%에서 더 올라갔다. 이 수치는 직원들의 욕구가 ‘장소’에서 ‘시간’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를 “장소보다 시간을 관리하고 싶어 한다”는 흐름으로 요약한다.

높은 연봉은 여전히 이직의 가장 큰 동기다. 하지만 ‘남아 있게 만드는’ 요인은 다르다. 자신의 일정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 보고서는 직원들이 “언제, 어떻게 일할지 선택할 권한”을 원한다고 했다. 이 ‘시간 자율성’ 욕구가 인재 시장의 룰을 다시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JLL은 ‘커피 배지(coffee badging)’ 현상을 별도로 파고들진 않았다. 다만 보고서의 결론은 그 풍경과 맞닿아 있다. 커피 배지는 하이브리드 근무자가 출근 체크를 찍고 커피 한 잔만 마신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해 원격으로 계속 일하는 행태를 뜻한다. 목표가 ‘어디서’에서 ‘언제로’ 바뀌었다는 점을 이 표현이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편 가트너(Gartner)는 2022년 기준 고용주의 60%가 직원 추적을 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팬데믹 이전의 2배 수준이다.

JLL 데이터는 ‘유연성 격차’를 드러낸다. 직원의 57%는 유연 근무 시간이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실제로 그 혜택을 누리는 비율은 49%에 그쳤다.

JLL은 이 격차가 기업에 특히 위험하다고 봤다. 직원과 회사 사이의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급여와 유연성은 여전히 이직 방지의 기본 조건이다.

다만 JLL은 31개국 8700명을 조사한 결과, 더 깊은 계약이 작동한다고 진단했다. “요즘 직원들은 눈에 보이길 원한다. 인정받길 원한다. 미래를 준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응답자 3명 중 1명은 더 나은 커리어 개발이나 재교육(리스킬링) 기회가 있으면 떠날 수 있다고 했다. 비슷한 비율이 “내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역할을 다시 따지고 있다”고 답했다. JLL은 장기적으로 사람을 붙잡으려면 인정, 정서적 웰빙, 분명한 목적 의식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 계약이 깨지면 직원들이 몰입을 멈춘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보상’을 다른 방식으로 요구하기 시작한다. 통근 수당 인상 요구가 늘고, 유연 근무 시간을 더 달라는 압박이 커진다는 것이다. 시간 유연성의 긴급함은 ‘탈진 위기’와 맞물려 있다. 전 세계 사무직의 약 40%가 “감당하기 벅차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번아웃은 이제 “기업 운영에 심각한 위협”이 됐다.

경직된 일정과 이탈 사이의 연결도 뚜렷하다. 향후 12개월 안에 퇴사를 고민하는 직원 가운데 57%가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돌봄 노동을 맡은 직원과 이른바 ‘끼인 중간층(squeezed middle)’에겐 표준 하이브리드 정책만으로 부족하다.

돌봄 제공자의 42%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한 ‘단기 유급휴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제약이 직장에서 “잘 이해되지도, 지원받지도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새로운 전투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이 ‘원사이즈 정책’을 버려야 한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성과를 내는 조직은 ‘맞춤형 유연성(tailored flexibility)’으로 이동하고 있다. 핵심은 출근 일수 관리가 아니다. 근무 시간 자율성이다.

변화는 사무실 공간에도 영향을 준다. 비동기(비슷한 시간대에 맞추지 않는) 일정으로 움직이는 인력이 늘면, 사무실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출입 가능 시간을 늘리고, 스마트 조명을 적용하고, 좌석·공간 예약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9시~6시 루틴에 맞춘 공간이 아니라 유연 패턴을 지원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번아웃 해법을 찾는 일은 고용주에게 험난한 과제가 될 수 있다고, 경영 분야 전문가 수지 웰치(Suzy Welch)는 경고했다. 뉴욕대(New York University) 교수인 웰치는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에서 7년간 컨설턴트로 일한 뒤 200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합류했다. 이후 편집장(editor-in-chief)도 지냈다.

그는 9월 팟캐스트 「Masters of Scale」에 출연해 번아웃이 “실존적이며 세대적 문제”라고 말했다. 66세인 웰치는 번아웃이 ‘희망’과 연결돼 있고, 지금 세대가 희망을 갖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따라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여기서 괴리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Z세대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부모님의 커리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봤고 언니 커리어에서도 봤다 모두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해고됐다.” 

JLL의 글로벌 설문은 이 메시지가 세계적으로도 먹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직원들은 시간을 과도하게 내주지 않으려 한다. 그 시간이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약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포춘코리아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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