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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의 배신: 당신의 임금은 왜 물가에 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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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뉴욕시장 취임 선서를 앞두면서 올해를 관통한 화두인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논쟁도 마침내 한 장면을 더 얹게 됐다.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전망이 갈라지는 ‘K자형 경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거의 합의에 가까운 진단이다. 그런데 여기 불편한 사실이 하나 있다. 임금이 꽤 많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아폴로(Apoll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Torsten Slok)은 화요일 블로그 글에서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흐름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이는 지출과 생산성이 개선돼 경제를 떠받칠 때 나타나는 신호다.

그는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할 때, 2019년 이후 CPI(소비자물가지수) 수준이 26% 오른 반면 임금은 30% 올랐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슬록과 비슷한 맥락에서,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이자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Jason Furman)도 최근 CNBC ‘스쿼크박스(Squawk Box)’에서 “임금이 강하게 오르는 흐름은 경제 비관론과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는 현실이 “부자만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K자형 경제”라는 주장에 힘을 빼놓는다고까지 했다.

퍼먼은 “나는 다른 사람들만큼 이 K자형 회복을 확신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물가가 25% 낮아지길 바라지만, 자기 임금이 25% 낮아지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휘발유 가격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보통 이런 흐름은 행정부 평가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재정적 미래를 더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소비자신뢰지수는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직전 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4.3%에 달해 경기 호황을 시사한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많은 미국인이 ‘임금이 물가보다 빨리 오른다’는 말을 선뜻 믿지 못하는 이유가 더 선명해진다.

미국의 임금 흐름을 더 자세히 보면, 객관적으로 좋은 경제 지표가 나와도 ‘살기 힘들다’는 불안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Fed of Atlanta)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층(소득 상위 4분위)의 임금 상승률은 2023년 5.5%에서 현재 4.5%로 소폭 낮아졌다. 반면 저소득층(하위 4분위)은 2022년 7.5%까지 치솟았던 임금 상승률이 현재 약 3.5%로 떨어졌다. 약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1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약 2.7%다.

인디드(Indeed) 고용연구조직 ‘하이어링 랩(Hiring Lab)’이 7월 낸 보고서도 비슷한 결론을 보여준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웃돌면서 구매력이 개선된 사람이 늘었지만, 모두에게 해당하는 변화는 아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고용시장이 반등할 때는 외식·돌봄 같은 저임금 직군의 임금이 크게 뛰었다.

그러나 지금은 임금 상승률이 높은 일자리일수록 상대적으로 고임금 직군과 연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1년 동안 구매력이 개선된 미국인은 57%로 집계됐는데, 이들 대부분이 고소득자였다. 2021년 ‘일자리 호황’의 분위기가 다시 돌아온 듯 보이지만,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인디드의 이코노미스트 코리 스타흘리(Cory Stahle)는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흐름은 많은 미국 근로자와 급여에는 고무적이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43%에게는 씁쓸한 현실”이라고 썼다. 이어 “전반적으로 건강한 임금 상승이라는 ‘상승하는 물결’이 대부분의 배를 띄우고 있지만, 모두를 띄우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흐름은 소비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12월 22일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상승 격차는 가계 지출 증가 격차와 맞물려 움직였다. 11월 기준 소득 상위 3분의 1 가구의 지출은 전년 대비 4% 늘었지만, 하위 3분의 1 가구의 지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1%에도 못 미쳤다고 은행은 분석했다.

퍼먼이 말한 것처럼 임금과 소비 지표가 K자형 경제와 모순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중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BofA 애널리스트들은 “거시 관점에서 보면 미국 전체 소비의 대부분은 중·고소득층의 소비가 차지하므로, 경제는 당분간 ‘누군가에게는 K자형’인 상태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썼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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