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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CFO 승계 ‘7년 플랜’이 박수 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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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로빈후드(Robinhood)는 밈 주식(meme stock) 광풍을 키웠고, 창업자들을 억만장자로 만들었으며, 미국인의 투자 방식을 바꿨다. 특징은 또 있다. 기업 지배구조와 승계 계획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다.

로빈후드가 준비해 온 CFO 교체는 회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여준다. 초고속 성장과 시장의 거친 변동성을 헤치던 ‘거친 스타트업’에서, 이제는 S&P 500 편입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하고 규율 있는 실행’을 말하는 회사가 됐다는 뜻이다.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본사를 둔 이 핀테크·트레이딩 플랫폼은 주식 등 전통 자산과 가상화폐 거래를 함께 제공한다. 로빈후드는 지난 11월, CFO 제이슨 워닉이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2026년 1분기 자문 역할로 옮긴 뒤 2026년 9월 1일까지 회사에 남는다.

그 자리는 재무·전략 담당 수석부사장(SVP)이자 트레저러(treasurer)인 시브 버마가 이어받는다. 포춘(Fortune)은 최근 워싱턴 D.C.에 있는 로빈후드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인수인계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들었다.

지금의 로빈후드는 재무 조직이 완전히 갖춰져 있다. S&P 500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4년 로빈후드의 총 순매출은 29억 5000만 달러, 연간 순이익은 14억 1000만 달러였다. 2021년 상장 이후 GAAP(일반회계기준) 기준 첫 흑자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매출 규모는 이미 티로 프라이스(T. Rowe Price), 브로드리지(Broadridge) 같은 중견 금융사 매출의 절반 수준에 근접했다.

하지만 워닉이 아마존(Amazon)에서 20년 넘게 일한 뒤 2018년 말 로빈후드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재무 조직은 사실상 ‘소규모 팀’에 가까웠다. 당시 재무 부서는 10명 남짓이었다. 버마가 몇 주 앞서 트레저러로 채용됐고, 회계 담당자가 몇 명 있었으며, 재무 관련 외주 계약자 1명이 전부였다.

서부에 기반을 둔 워닉과 버마는 대화를 나누는 내내 스타트업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격식 없고, 답답하지 않으며, 아이디어와 토론에 열려 있었다. 웃음도 잦았다. 버마는 워닉의 은퇴를 두고 “마음 바꾸고 싶으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뒀다”면서 “친구로서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도 했다.

버마는 스스로를 엄청 분석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저는 수학 쪽 사람이에요. 예전엔 채권 트레이더였고요.” 다만 워닉에게서 배운 가장 큰 역량은 ‘위임’이었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 6시에 시작해 자정까지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집에 3개월 된 아기도 있고요.”

워닉도 농담을 보탰다. “그의 아내는 분명 저한테 화가 났겠죠?” 그러자 버마가 받아쳤다. “아내가 제이슨을 좋아하긴 해요. 다만 시점은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해요.” 그러면서도 “그래도 진심으로 우리 둘 다를 응원하긴 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끈끈함은 로빈후드가 거친 물살을 건너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블라드 테네브(Vlad Tenev) CEO가 이끄는 팀의 일원으로, 여러 위기 국면을 함께 통과했다. 워닉은 2020년 3월을 떠올렸다. 시장 역사상 손꼽히는 ‘급등장’에 로빈후드 앱이 대규모 장애를 일으켰고, 다우지수가 치솟는 동안 사용자들은 거래를 할 수 없었다.

워닉은 “우리는 엔지니어가 아니어서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역할을 정리했다. 코드를 고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 대응을 ‘트리아지(우선순위 분류)’하는 일이다. 은행가, 투자자, 이사회 구성원에게 실시간으로 연락하고, 가능한 한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워닉은 이때 쌓은 기반이 2021년 초 로빈후드가 수십억 달러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밈 주식 변동성과 폭증한 거래량이 플랫폼을 다시 압박하던 시기였다. 워닉은 당시 자금 조달은 재무 체력을 강화하고, 급성장 국면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승계는 수년에 걸쳐 준비됐다. 100년 된 포춘 500 기업에서나 볼 법한 방식인데, 로빈후드 같은 ‘민첩한 파괴자’ 기업이 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버마는 “우린 7년 동안 한몸처럼 붙어 있었다”며 웃었다.

7년 동안 워닉은 버마의 역할 범위를 꾸준히 넓혔다. 트레저리(자금)에서 시작해 재무 전반, IR(투자자 관계), 기업개발, 벤치마킹과 고객 전략, 파트너십으로 확장됐다. 그 과정에서 버마가 한발 물러나 더 ‘레버리지 높은’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담 트레저러와 재무 담당 VP를 채용하도록 종종 워닉이 권했다고 한다.

이런 ‘의도적 확장’은 워닉의 아마존 커리어와도 닮아 있다. 아마존에서 워닉의 책임 범위는 점점 커졌고, 결국 500명 규모의 재무 조직을 총괄하며 CFO 비서실장(chief of staff) 역할까지 맡았다. 로빈후드에서도 같은 모델이 적용됐다.

교체 발표가 나왔을 때 버마는 이미 재무 조직의 절반 이상을 관리하고 있었고, 사업 전반에서 핵심 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로빈후드가 상장한 뒤로 그는 모든 이사회 회의에 참석했고, 실적 발표도 함께 진행했다. 감사·리스크 위원회 회의에도 정기적으로 들어갔다.

버마는 지난 7년을 “실리콘밸리 생애 주기의 압축판”이라고 표현했다. 초반 조직 구축, 팬데믹 시기 초고속 성장, 게임스톱(GameStop) 광풍, IPO, 그리고 이후 급락. 로빈후드는 2022년 인력 약 30%를 줄였고,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 모델로 전환했다. 버마는 “우리는 정말 멀리 왔다”며 “이제는 숙련된 상장사가 됐다”고 말했다.

요즘 CFO는 숫자만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다. 핵심 전략가이자 디지털 리더, 기업 변화의 추진자로도 요구된다. 워닉은 과거 멘토에게 받았던 질문을 소개했다. “CFO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뭔가?” 그가 내놓은 답은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이었다.

멘토는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맞아, 그건 중요해. 그게 회사의 미래 수익을 좌우하니까. 그런데 자본 배분을 네가 혼자 결정할 수는 없지.” 결국 CFO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최종 의사결정자’, 즉 CEO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이라는 게 워닉의 결론이다. “우리는 데이터와 재무 관점을 논의에 올려놓고,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게 일이다.” 그는 “그 부분에서 시브는 정말 빛난다”고 했다.

버마는 테네브 CEO, 이사회, 그리고 엔지니어링·법무·준법감시·리스크 등 부서 리더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로빈후드의 장기 궤적에 결정적인 의사결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두 재무 리더에게 ‘승계 계획’처럼 보이는 과정은, 사실상 탄탄한 멘토십의 토대를 쌓는 일이기도 했다. 버마는 워닉을 두고 “무언가로 고민할 때 여전히 제일 먼저 전화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워닉의 은퇴 후 계획은 아직 구체화하는 단계다. 당장은 아내와 여행을 다닐 계획이라고 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버마가 조언이 필요하다면, 전화 한 통이면 닿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  Sheryl Estrada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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