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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소금 동굴 저장소가 ‘돈’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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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AI 데이터센터 붐과 그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요소가 이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바로 지하 소금 동굴(암염 공동)을 활용한 천연가스 저장 시설이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필요량에 비해 계획된 신규 가스 저장 용량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말 그대로 ‘소금 동굴’이다. 지표 아래 수천 피트 깊이에 조성되는 인공 저장소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와 미국 걸프 연안의 가스 수출 확대를 뒷받침할 천연가스를 저장하기에 최적의 구조로 평가된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 안정성 99.999%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15~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 수출이 두 배로 늘고,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전력화 확대, 제조업 리쇼어링이 맞물리면서 국내 수요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장 시설 부족이다. 인근에 가스 저장소가 없으면 소비자들은 파이프라인에만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은 기상 이변, 산사태, 부식 등으로 언제든 손상될 수 있다. 다른 지역에 가스가 남아 있어도, 연결이 끊기면 전력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신규 파이프라인과 발전소 건설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스 발전용 터빈 부족이라는 또 다른 제약이 있다. 그럼에도 지난 10여 년간 신규 가스 저장 시설 건설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휴스턴 인근에서 대형 소금 동굴 저장 프로젝트를 개발 중인 걸프코스트 미드스트림 파트너스의 에드먼드 놀 회장은 “과장하거나 위기를 조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데이터센터 업계가 너무 서두르면서 가스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30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에너지 수요 증가로 전기요금과 가스 난방비는 이미 오르고 있으며, 저장 부족은 향후 변동성과 요금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에너지 분석가들과 개발업체들은 보고 있다. 놀 회장은 “저장 용량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뒤에야 저장 시설을 만들기 시작하면, 완공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최대 파이프라인·에너지 저장 기업인 엔브리지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있는 기존 소금 동굴을 확장해 현재 가장 많은 신규 가스 저장 용량을 구축 중이다. 엔브리지의 가스 수송 부문 부사장 케이틀린 테신은 아직 당장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점점 심각해지는 문제라고 인정했다.

“파이프라인은 이미 꽉 차 있습니다. 천연가스 수요는 폭발적이고, 기존 인프라는 포화 상태입니다. 저장 시설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성장세를 “가스 저장과 수요 측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테신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저장 시설이 AI 디지털 인프라의 ‘척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를 결합해 AI를 구동하는 방식도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것은 24시간 안정적인 기저 전력과 빠른 구축 속도다.

이스트 데일리 애널리틱스의 에너지 분석가 잭 와이셀은 현재 10여 개 이상의 저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일부는 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완공까지 5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계획된 약 3000억 입방피트 규모의 저장 용량은 필요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와이셀은 “데이터센터, 전력화, 가스 수출 수요는 엄청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력망의 안정성”이라며 “이를 위해선 훨씬 더 많은 가스 저장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담 섞인 표현으로 “전력회사의 제1원칙은 ‘할머니를 얼게 두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전략비축유와 달리 천연가스에는 연방 차원의 비축 안전망이 없다. 민간이 수년 뒤 수익을 기대하며 상업용 저장 시설을 직접 건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수요와 가격 신호가 충분히 명확해질 때까지 프로젝트 착수를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

저장 시설 개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금 돔에 시추한 뒤 물을 주입해 내부를 깎아내는 방식이다. 이 공정은 보통 4년 이상 걸린다. 다른 하나는 고갈된 기존 가스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시간이 덜 들지만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져 고압 운용이나 잦은 입출고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업계가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걸프 연안의 가스 수출 인프라를 정면으로 강타하는 대형 허리케인이다. 주입 시즌 막바지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저장할 공간이 없어 가스가 묶이는 ‘운영상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휴스턴 남서쪽에 조성될 프리포트 에너지 저장 허브(FRESH)는 2026년 하반기 착공해 두 개의 소금 동굴에 260억 입방피트의 저장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엔브리지는 텍사스의 모스 블러프, 루이지애나의 이건 저장 시설을 확장해 총 230억 입방피트를 추가할 계획이며, 2028년부터 2033년까지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최근 완공된 대형 프로젝트는 트리니티 가스 스토리지의 동부 텍사스 시설이 거의 유일하다. 트리니티는 여기에 2026년 여름까지 130억 입방피트를 추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드물게 고갈 가스전을 활용한 사례다.

트리니티의 짐 괴츠 CEO는 데이터센터 붐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저장 시설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많은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연결 전까지 임시 가스 발전을 직접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장 시설은 가스나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필수적인 안전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가스 저장 슈퍼사이클 2.0”이라고 표현했다. “시장은 늘 진자처럼 한쪽 극단에서 다른 쪽으로 움직입니다. 지금 우리는 뒤처진 상태고, 따라잡아야 합니다.”

괴츠는 업계가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결국 해법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결될 문제입니다. 방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많은 것이 이 문제에 달려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 글 Jordan Blum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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