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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인터뷰] “오늘 당신의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국내 유일 멘탈스타일리스트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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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최근 몇 년 동안 직장인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한 단어가 있다. 바로 ‘번아웃’. 업무 및 직장 생활에 대한 피로가 장기간 누적되다 갑작스레 무기력이 찾아오는 상태를 말한다. 너무나도 최선을 다한 나머지 탈진해 버린, 직장인의 모습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단어가 있을까. 

이처럼 심리적 문제를 겪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멘탈 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10대에는 입시, 20대에는 취업, 30대로 접어들면 이직과 승진으로 무한 경쟁이 이어지는 각박한 삶 속에서 멘탈 관리는 ‘생존 스킬’이 됐다.  

웹소설, 공연, 푸드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마케터로 활약해 온 김아라 씨가 ‘멘탈스타일링’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아라 씨에게는 두 개의 명함이 있다. 하나는 마케터. 현재 푸드테크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중이다. 다른 하나는 ‘멘탈스타일리스트’. 예술 치료로 번아웃을 극복한 아라 씨의 경험을 담아 직접 이름을 만들고 상표권까지 출원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직업이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터. 지난 11월, 서울 강북구의 작업실에서 아라 씨를 만나 이런 ‘이중생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국내 1호’ 멘탈스타일리스트가 소개하는 마음 챙김 노하우부터 프리랜서·N잡러의 고충까지 두루 들을 수 있었다. 이하는 아라씨와의 1문 1답이다.

국내 1호이자 유일한 '멘탈스타일리스트' 김아라 씨. 멘탈스타일리스트는 예술 치료를 기반으로 멘탈 관리 콘텐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김아라 씨가 이름을 짓고 상표까지 출원했다(사진=본인 제공). 
국내 1호이자 유일한 ‘멘탈스타일리스트’ 김아라 씨. 멘탈스타일리스트는 예술 치료를 기반으로 멘탈 관리 콘텐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김아라 씨가 이름을 짓고 상표까지 출원했다(사진=본인 제공). 

Q. 안녕하세요. 샐러던트리포트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케터이자 멘탈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인 김아라입니다. 

Q. 멘탈스타일리스트는 어떤 직업인가요?

예술 치료를 기반으로 멘탈을 가꾸는 콘텐츠,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의학적인 치료보다는 일상에서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주로 제시하죠. 미술치료사, 아트테라피스트라는 이름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볍게 ‘마음을 가꾸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정신적인 고통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잖아요. 일상적이고 진입장벽이 낮은 콘텐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매일 다른 옷을 꺼내 입듯, 마음을 가꾸자는 의미로 ‘멘탈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만들었어요. 

Q. 기획한 프로그램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밑미에서 운영했던 컬러 명상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볼게요. 매일 ‘오늘의 색상’을 정해 명상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아침이면 제가 오늘의 색상에 담긴 분위기와 심리학적 의미를 정리한 음성 가이드를 보내드리죠. 5분 정도의 분량인데요. 이걸 듣는 동안은 오직 내 마음만 들여다보는 게 핵심이에요. 나 자신에게 딱 5분만 시간을 내는 거죠. 

꼭 색상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다른 프로그램 ‘나를 쓰는 전시 명상’에서는 함께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찾아서 단 하나의 작품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요. 결국 일상에서 내 마음 둘 곳을 정하고,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게 중요한 거죠. 

김아라 씨는 색상, 전시물 등 일상 속에서 마음 붙일 곳을 찾아 오직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아라 씨가 생각하는 '멘탈스타일링'의 첫 걸음이다(사진=본인 제공). 
김아라 씨는 색상, 전시물 등 일상 속에서 마음 붙일 곳을 찾아 오직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아라 씨가 생각하는 ‘멘탈스타일링’의 첫 걸음이다(사진=본인 제공). 

Q. 마케터로 근무하던 중 예술 치료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공연·전시 예매 플랫폼에서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었어요. 당시 공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잖아요. 저에게 공연은 일이자 취미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니까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가 혼자 그림을 그렸어요.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위로가 된다고 느꼈죠. 그렇게 미술 치료에 관심이 생겼고, ‘색채심리상담사’ 자격 과정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Q. 그럼 본격적인 멘탈스타일리스트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예술 치료로 번아웃을 극복한 제 경험을 동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2022년, 카카오에서 근무하던 때인데요. 출근 전에 줌(Zoom)으로 모이는 사내 명상 모임을 만들었어요. 출근 전 10분만 투자해 함께 명상하는 모임을 기획했죠. 사내 게시판에 홍보 글을 올리고 큰 기대 없이 시작했어요. 많아야 5~6명쯤 참여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6주 동안 총 100명이 참여하면서 인기를 끌었어요. 회사를 다닌 4년 동안 만난 동료보다, 그 6주에 만난 동료가 더 많은 것 같아요(웃음). 

Q. 그 모임이 이후 퇴사도 하시고 첫 책까지 출간하셨잖아요. 

맞습니다. 사실 명상 모임을 기획하기 전부터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부서 이동해보기, 취미생활 가져보기 등 여러 대안을 실천했는데도 퇴사 욕구가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결국 퇴사를 결심했죠. 그리고 명상 모임 참가자 분들께 약속했어요. 제 퇴사로 명상 모임은 사라지지만, 앞으로 30주동안 여러분의 명상을 도와줄 뉴스레터를 보내겠다고요. 

28번째 뉴스레터를 보냈을 때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동안 발행한 뉴스레터를 재구성해서 책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었어요. 그렇게 출간된 책이 ‘오늘의 기분은 무슨 색일까?’예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컬러 명상 도서죠. 

사내 명상 모임 경험을 저술한 김아라 씨의 저서 '오늘의 기분은 무슨 색일까?'(사진=스테이블). 
사내 명상 모임 경험을 저술한 김아라 씨의 저서 ‘오늘의 기분은 무슨 색일까?'(사진=스테이블). 

Q. 출간과 함께 마케터, 멘탈스타일리스트로 N잡러 생활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뉴스레터를 보내는 30주동안 휴식기를 갖고, 바로 이직할 생각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쭉 환승 이직을 해서 커리어에 공백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출간을 결정하니까 글을 쓸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자연스레 이직이 멀어진 거죠. 마침 강연 의뢰도 들어오면서 멘탈스타일링 활동을 하게 됐는데요. 그것만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해 프리랜서 마케터 업무도 하게 됐어요. 

Q. 많은 사람의 꿈이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하는 거요. 아라 님께서 직접 해보시니 어땠나요?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하면서 주 2회 대면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묘한 경험이었죠. 동료들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되고, 외부 인력이다 보니 업무에 대한 무거운 책임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죠. 

하지만 고민도 있었어요. 당시엔 예술 치료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썼는데 수입의 대부분은 마케팅에서 나왔거든요. 생활은 가능하지만 퇴사 전 수입에는 못 미치는 정도였죠.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면서 돈 걱정도 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예술 창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Q. 어떤 창업 아이템이었을까요? 그 결과도 궁금해집니다. 

예술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아트 테라피 스튜디오를 기획했어요. 미술학원에 예술 치료를 더한 프리미엄 화실에 가까운 모델이에요. 창업 경진대회에서 입상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마침 퇴사 후 쉬고 있던 친구까지 팀원으로 합류했고, 마케팅 일도 줄여가며 정말 간절하게 매달렸어요. 하지만 결과는 입상 실패로 돌아갔죠.

이후 또 다른 청년 창업 육성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됐는데, 개인 부담금이 생각보다 커서 고사했고요. ‘이렇게 자금 압박을 받는 건 실패가 맞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재취업이라는 결론을 냈죠. 10개월 간의 긴 취업 준비 끝에 현재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예술 창업에 도전하던 김아라 씨는 최근 재취업에 성공했다. 프리랜서 생활을 마무리하고 직장인으로 돌아가며 '실패했다'고 보는 시선을 느꼈다는 아라 씨. 하지만 지금은 '실패한 프리랜서는 없다'며 자신은 하나의 선택지를 찾았을 뿐이라고 말한다(사진=본인 제공). 
예술 창업에 도전하던 김아라 씨는 최근 재취업에 성공했다. 프리랜서 생활을 마무리하고 직장인으로 돌아가며 ‘실패했다’고 보는 시선을 느꼈다는 아라 씨. 하지만 지금은 ‘실패한 프리랜서는 없다’며 자신은 하나의 선택지를 찾았을 뿐이라고 말한다(사진=본인 제공). 

Q. 재취업을 준비하며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잖아요. 그 기간에 쓴 글을 모아 ‘자기만의 방’이라는 에세이를 블로그에 연재하셨죠. 어떤 마음으로 그 글을 쓰셨나요?

이 시간이 언젠가는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이 힘든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 무렵 친동생과 같이 살던 월셋집의 계약이 끝나고 동생이 독립을 결정했거든요. 저는 부모님이 계신 본가로 돌아오게 됐고요. 본가 근처에 작은 작업실을 얻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정말 많은 회사의 면접을 봤는데요. 하루 전에 영어 면접을 통보받거나, 과제비도 없이 높은 수준의 PT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등 힘든 상황이 이어졌어요. 다행히 지금은 그런 시간이 억울할 정도로 좋은 회사에 입사했지만, 당시엔 많이 힘들었어요. ‘실패했다’는 생각이 저를 짓눌렀던 것 같아요.

Q. 미디어에서 N잡, 프리랜서들이 조명받으면서 자유로움이 부각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책임과 불안도 따른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맞아요. 대부분은 회사로 돌아갈 일이 전혀 없는, 극단적인 일부 사례만 보고 프리랜서에 대한 동경을 품는 것 같아요. 저 또한 프리랜서 생활을 정리하고 직장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할 때면 ‘실패했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 다시 생각하면, 세상에 실패한 프리랜서가 어디 있을까요? 참 이상한 말이죠. 애초에 프리랜서는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인데요.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됐네요. 의도치 않게 유연한 커리어 패스를 갖게 됐지만, 저 같은 선택지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세상엔 회사로 돌아가는 프리랜서도 있다는걸요.

Q. 아라 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여전히 마케팅과 멘탈스타일리스트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요. 아직 마케터로서 배우고 발전시킬 부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회사에서 마케터로서 한 계단 더 성장하고 싶습니다. 

예술 창업에 대한 꿈도 아직 놓지 않았어요.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오히려 부족했던 점을 채워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간 마음 가꿈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중단했던 아트 테라피 뉴스레터도 재개하고, 외부 출강이나 프로그램도 지속할 생각이고요. 
잘 하는 일(마케팅)과 하고 싶은 일(아트 테라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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