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구글 미트 수장, 기술로 ‘이해의 간극’ 지우다

FORTUNE Korea 조회수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아와니시 버마(Awaneesh Verma)는 알파벳(Alphabet)에서 구글 미트(Google Meet), 구글 보이스(Google Voice) 등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제품군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책임지는 네트워크는 전 세계 약 30억 명의 사용자와 1100만 개 기업을 아우른다.

그가 커뮤니케이션의 마찰을 없애고, 사람들이 “정말로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버(Uber)나 듀오링고(Duolingo)에서 쌓은 경력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사람들의 소통을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지, 직접 몸으로 겪었던 시절까지 이어진다.

영국에서 인도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버마는 어린 시절을 잉글랜드 중부 셰필드(Sheffield)에서 보냈다. 그는 최근 포춘과 인터뷰에서 “꽤 오랫동안, 교실에서 인도계 아이는 나 혼자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향을 두고 “정말 좋은 곳”이라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늘 다른 질문이 있었다. “세상 다른 곳들은 어떤 느낌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구글맵이 나오기 전 그는 종이로 된 아틀라스에 푹 빠져 지냈다. “그냥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그걸 보며 머릿속으로 그곳을 그려보곤 했죠.”

몇 년 뒤, 미국 피츠버그 카네기멜런대(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구글 엔지니어링 총괄 앨런 유스테이스(Alan Eustace)의 강연을 들었다. 그중에는 구글 번역(Google Translate)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었다. “그때 생각했죠. ‘와, 이게 사람들을 연결하는 미래구나’라고요.”

그리고 몇 년 안 돼 그는 실제로 구글 번역팀에 합류했다. 이후 듀오링고의 첫 제품 총괄(Head of Product)을 맡고, 다시 우버에서 제품 총괄을 거친 뒤, 구글로 돌아왔다.

버마는 포춘에 “나는 항상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어릴 땐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만나고, 진짜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그 매력이 정말 좋았어요.” 그는 지금 하는 일도 결국 같은 꿈을 다른 방식으로 실현하는 것이라며 “그런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라고 했다.

구글 미트 총괄로서 버마는 “항상 자기 제품을 베타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수십억 명의 사용자가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서비스다. 다만 그는 보다 구체적으로, “초기 리서치 단계의 개념 검증부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토타입과 베타 버전까지, 내부에서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버마는 구글 미트의 강점이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의 일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회의 중에 남긴 모든 기록과 메모가 자동으로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회의에서 사실상 빠짐없이 ‘테이크 노트 위드 제미나이(Take Notes with Gemini)’ 기능을 쓴다고 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 구글 문서가 만들어지고, 이 문서는 곧 팀의 ‘공식 결정 기록(decision of record)’이 된다. 회의 내용을 ‘사라지는 말’이 아니라, 지속되고, 다시 붙잡을 수 있는(durable and sticky) 자료로 바꿔버리는 셈이다.

그는 이런 신뢰성이 분산된 협업 환경을 훨씬 편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있었던 일을 예로 들었다. 스웨덴 스톡홀름(Stockholm)에 있는 팀원 3분의 1이 불편한 시간대의 회의를 과감히 건너뛰기로 한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당시 팀은 미국 베이 지역(Bay Area)에 있는 임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려 했지만, 시간대가 도저히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톡홀름 팀원들은 회의에 자신들이 없어도 된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의 관점을 잘 대변해 줄 거라고 믿어요. 회의가 끝난 뒤 노트와 녹취록을 읽으면 되니까요.”

버마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팀원들과 피드백을 나누는 편이다.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었는지 묻는다. 모두가 화이트보드에 적고 나면, 그는 그 내용을 제미나이 AI 회의록이 기록한 내용과 일일이 대조해 본다. “애매할 때는, 늘 녹취록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제미나이는 회의 요약문에 출처(인용 위치)를 표시해 두기 때문에, 누군가가 어떤 대목을 두고 의문을 제기할 경우 “그 부분을 한 번 클릭하기만 하면 해당 구간의 원문 녹취록으로 바로 점프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목표는 AI를 활용해 사람 간 대화의 충실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어조와 감정까지 포함한 고해상도(high fidelity) 소통을 가능하게 해서, 이메일이나 문서만 주고받는 비동기형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빨리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버마는 어느 날 있었던 60분짜리 엔지니어링 논의를 예로 들었다. 회의 후 ‘Ask Gemini’로 내용을 요약시켰더니, 곧바로 15개의 핵심 항목으로 정리된 제품 명세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버마와 그의 팀이 만든 기술 혁신은 스톡홀름 사무실에 있는 독일어 사용자 니콜라스 블룸(Niklas Blum)과의 대화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는 구글의 실시간 음성 통역 기능을 시연했다. 이 서비스는 구글 번역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들리나요, 닉? 지금 저는 독일어로 말하고 있어요.” 블룸이 이렇게 말하는 동안, 기자의 귀에는 어딘가 독일어처럼 들리는 말이 이어졌다. 몇 초 뒤, 같은 사람이 영어로 말하는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다만 그 목소리는 여전히 그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블룸은 AI 기술이 이제 그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복제해, 마치 그가 직접 영어를 말하는 것처럼 들리게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술에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 팀이 긴밀히 관여했다고 덧붙였다. 번역과 음성 생성, 두 층의 AI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지연 시간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AI가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언어마다 다른 문법 구조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어는 동사가 문장 끝에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I가 동사까지 기다렸다가 전체 의미를 확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실시간 통역 도구는 대략 2년 동안 개발됐다. 처음에는 명확한 마감 시한이 없는 탐색성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하지만 언어 장벽을 넘어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시장의 수요가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블룸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팀이 완전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회의를 진행하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는 구글 미트가 단순히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대화 자체에 가치를 더하는 도구가 되기를 원합니다.”

버마는 이런 기술의 핵심이 단순한 자동화나 편리함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아름다움은, 단지 자동화하고 쉽게 만들어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말해진 모든 내용을, 정말로 중립적인 방식으로 재현해 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버마가 해결하고 싶어 하는 과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하루 대부분을 끝없는 회의가 차지하는 일상이 많은 직장의 표준이 됐다.

그는 이 회의들 상당수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회의를 마치고 나서도 참석자들은 무엇이 결정됐는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회의 자체보다 “잘 운영되지 않는 회의가 만들어내는 피로(meeting fatigue)”에 더 지쳐 있다고 본다.

버마는 구글 미트와 제미나이 관련 기능의 개선을 고민할 때마다 “우리가 이 사람들을 더 잘 도울 수는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각 기능이 실제 회의를 얼마나 명확하게 만들고, 얼마나 시간을 아껴주고, 얼마나 오해를 줄이는지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그가 두 문화와 두 언어 사이에서 느끼던 거리감은, 지금 누구나 겪는 언어나 시간·공간의 장벽으로 확장됐다. 버마는 그 거리를 기술로 지우는 일을, 여전히 여행처럼 즐기고 있었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이 기사에 대해 공감해주세요!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