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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70년, 함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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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바이엘 코리아 대표는 한국 진출 70주년을 맞아 “예방·진단·치료 전 단계에서 혁신을 이어가며 한국 사회의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1863년 독일에서 염료 회사로 출발한 바이엘은 162년의 역사를 거쳐 오늘날 헬스케어와 농업 분야를 포괄하는 글로벌 생명과학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에게는 아스피린으로 잘 알려진 이 기업의 여정에는 한국과의 깊은 인연도 담겨 있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논현동 스튜디오에서 이진아 바이엘 코리아 대표이사를 만나 70주년을 맞이한 바이엘 코리아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 지난 70년간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해 왔습니다.

올해 70주년을 계기로 그간의 광고들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굉장히 재밌고 또 새롭더라고요. 한국 사회의 발전 흐름과 보건·농업 트렌드 변화에 맞춰 이를 보조하면서 70년을 함께 성장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일까요?

1960년대엔 한국인들 다수가 영양 결핍 문제를 겪었고, 그래서 저희는 영양제를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그 문구가 재밌어요. ‘살찌는 영양제’더라고요.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시엔 워낙 영양학적 지식이 없다 보니 그런 문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70년대는 인구 증가 문제로 산아 제한 정책이 대두됐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경구용 피임약 보급으로 가족계획 정책을 뒷받침했어요. 1980~1990년대엔 산업화 및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과 당뇨가 급속 확산했고, 저희도 이에 대응해 관련 치료제를 공급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저희도 소염진통제인 아스피린을 심혈관 예방 치료제인 ‘아스피린 프로텍트’로 발전시키는 등 시대의 흐름을 적극 반영했죠.

최근에는 예방과 더불어 조기 진단과 관리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영상의학 솔루션과 다양한 셀프케어 제품 출시로 대응하고 있어요. 또 수명이 길어지면서 질병이 복합 만성질환으로 심화하는 일도 잦아져 이들 맞춤형 또는 편의를 높인 치료제도 도입 중입니다.

Q.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가령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병은 시간이 지나면 합병증을 동반하는 일이 많습니다. 신장이나 안구 관련 질환이 자주 뒤따르죠. 그래서 저희는 지난해 2형 당뇨병이 동반하는 만성 신장병 대상 치료제를 국내시장에 선보인 바 있습니다.

만성질환 치료제들은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해 환자 편의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황반변성(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퇴행성 질환) 치료제는 안구에다 직접 주사해야 해 빈도가 높으면 환자들의 불편이 커요. 저희는 이 분야에서 10년 넘게 시장을 선도 중인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치료제를 갖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고용량 제제를 새로 선보였습니다. 과거 연간 여섯 번 주사했던 것을 세 번으로 줄일 수 있죠. 이 고용량 치료제 역시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허가됐습니다.

‘환자 불편 최소화를 위한 더 근원적인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바탕이 돼 현재는 (단순 치료를 넘어) 완전 치료를 지향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증상의 완화나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 이상의 결과물을 내려는 것으로, 세포 유전자 치료(Cell & Gene Therapy) 분야가 대표적이죠. 퇴행성 신경 질환인 다계통 위축증이나 신경근육 질환인 폼페병, 지대형 근이영양증 등은 초기 임상 단계에 있어요. 에스크 바이오(AskBio)와 블루락 테라퓨틱스(BlueRock Therapeutics) 등 기업 인수로 성과 가시화를 앞당기려 합니다.

Q. 농업 부문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 농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농촌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입니다. 저희는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은 향상하는 데 더해 △환경 보존까지 염두에 둔 비전(Producing more while restoring more·생산을 늘리고 자연을 되살리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노력과 성과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크롭키(CropKey) 개발 방식을 특히 소개하고 싶습니다. 크롭키는 특정 대상의 고유 단백질(자물쇠)을 찾아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작물 보호 분자(열쇠)를 설계하는 방식이에요. 해충과 잡초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죠.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하는 덕분에 개발 기간도 짧고 정확도가 높아 차세대 원제 개발에 사용 중입니다.

최근 이슈로는 팜한농과의 파트너십을 들 수 있습니다. 저희가 의료·헬스케어 부문에서는 다양한 협력 사례를 축적했지만, 크롭사이언스 부문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커요. 팜한농과의 파트너십으로 전국 단위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했고, 제품 개발을 위한 MOU 체결도 현재 논의 중입니다.

Q. 최근 활동이 부쩍 는 것 같습니다.

본사에서 2023년 DSO(Dynamic Shared Ownership) 모델을 도입하며 적극적인 운영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저도 바이엘 코리아 대표로 취임하면서 이곳에 DSO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많이 쏟았어요. 

DSO 모델은 불필요한 승인 단계를 줄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 구성원이 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독려합니다. 이를 통해 불확실한 상황에도 조직이 적응할 수 있도록 민첩한 기업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요.

바이엘 같은 글로벌기업에서 운영 모델의 변화를 줄 땐 세세하게 가이드하기도 하는데, DSO 모델은 그 특징 때문인지 그렇지 않았습니다. 콘셉트와 철학, 목표만 제시하고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운영하도록 했죠. 이 때문에 도입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내부 논의가 있었고, 현재는 국내 상황에 맞게 정착 중입니다. 

Q. DSO 모델 도입 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요?

일 처리 속도가 두 배 가까이 빨라졌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만성 신장병 치료제나 고용량 황반변성 치료제가 이전 프로세스로 진행됐다면 국내 출시에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하지만 DSO로 의사 결정이 빨라지면서 신약 론칭 기간이 절반 수준으로 단축되었습니다. 이렇게 빠른 처리가 가능한 건 상시 TFT(Task Force Team)구조로 팀을 운영하는 덕분입니다. ‘고용량 황반변성 치료제의 국내 도입’ 같은 목표가 세워졌다고 가정하면, 이를 미션으로 팀이 구성돼요. 목표 달성에 필요한 팀원들이 모이죠. 가령 메디컬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파이낸스 등의 부서에서 인원이 지원돼 팀을 구성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하는 겁니다. 필요한 담당자가 다 모여 있으니 일이 이 부서, 저 부서에 옮겨 다닐 필요 없이 팀 내에서 다 소화돼 일이 빠르게 진행되죠.

Q. 새로운 운영 모델을 도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취임과 동시에 미션을 맡으셔서 부담이 컸겠습니다.

조직에 변화를 추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구성원에게 왜 바뀌어야 하는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잖아요. 명분이 아무리 합리적이더라도 충분히 설득해야 참여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죠.

다행이었던 건, 제가 지향하는 리더십 덕목인 ‘Co-creation’과 ‘소통’이 DSO 모델과 맞닿은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구성원 설득에 좀 더 진정성을 보일 수 있었고, 그래서 회의적인 성격의 구성원들도 쉽게 따라준 것 같아요.

Q. 바이엘 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대표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부담은 되셨겠지만 구성원 설득에 상당한 이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니까요. 한국 언어문화가 워낙 하이 컨텍스트하지 않습니까. 맥락이나 톤, 어조, 뉘앙스 등을 통해서도 전달되는 의미가 적지 않은데, 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통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DSO 모델이 수월하게 정착한 것에 더해 빠르게 성과까지 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배경엔 커뮤니케이션적인 요소가 컸던 것 같습니다. 앞서 의사결정 단축으로 의약품 출시 기간이 줄어든 것만 간단히 설명해 드렸는데, 업무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치료제는 보험 등재 1년 만에 국내 매출이 글로벌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래서 저번 추석 기간 독일 베를린 본사에 초청돼 성과를 공유하기도 했죠.

Q. 11월로 바이엘 코리아 대표이사에 부임한 지 2년이 되셨는데, 대표님 개인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저는 지난 2년간 DSO 모델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Co-creation과 소통에 더해 균형감 있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DSO 환경에서는 리더가 신뢰를 기반으로 구성원의 자율성을 지원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과감하게 주도하거나 지원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저는 리더로서 명확한 방향성과 행동으로 롤모델이 되어야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바이엘 코리아 역시 ‘Health for all, Hunger for none’이란 글로벌 미션 아래 헬스케어와 농업 부문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한국 사회의 신뢰받는 파트너이자 롤모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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