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청신호‧안갯속‧사퇴 압박’…금융지주 회장 3인 3색 기류
FORTUNE Korea 조회수
![[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653_44331_5938.jpg)
금융지주 차기 회장 레이스가 본격화했다. 신한‧우리‧BNK금융이 대상으로, 이들 금융지주의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도입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 및 은행 최고경영자의 경영 승계 절차는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시작해야 한다.
현직인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모두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 임기 동안 각 금융그룹이 모두 호실적을 거두면서 기본 요건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개별 상황을 살펴보면 연임 가능성은 희비가 갈린다. 특히 정권 친밀도 차원에서 그렇다. 금융권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 입김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매번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반복되는 까닭에 올해 역시 관심이 집중된다.
◆ 전 정권 딱지 붙은 회장들
금융권에서는 지난 6월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대통령 측근 중 한 명이 곧 금융지주 회장에 앉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 버전의 이야기가 돌았지만 모두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어느 정권에서나 가장 영(令)이 가장 잘 서는 임기 초에 금융권 물갈이를 많이 해온 영향이다.
지난 8월과 9월 이찬진 금감원장과 박상진 산업은행장이 취임하며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자 주요 재판 변호인을 맡은 최측근이었고, 박 행장은 중앙대 법대 82학번 동기였던 까닭이다. 이 원장은 금융권과 직접적인 인연 없이도 금융당국 수장에 올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진옥동‧임종룡‧빈대인 회장은 모두 윤석열 정권 시절 자리에 올라 새 정부 초기엔 ‘전 정권 낙하산 인사’라는 인식이 범여권에 팽배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인식은 각 회장이 모두 전임자와 윤석열 정부 갈등 과정에서 자리에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금융당국과 마지막까지 신경전을 벌이다 내정자 발표 불과 몇 시간 전 갑작스럽게 자진 사임했고, 소송전을 불사하고서라도 3연임에 도전하겠다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역시 결국엔 뜻을 접었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마찰을 빚었던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은 가족 관련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차기 회장 인선 돌입 직전, 임기를 5개월여 남겨 놓고 중도 퇴진했다.
새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난 11월 현재, 진옥동‧임종룡‧빈대인 회장에 대한 정부‧여권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진 회장은 각종 정부 행사에 금융지주 대표로 초청되며 긍정적인 기류를 타는 반면, 빈 회장은 여권으로부터 연임은커녕 사퇴를 강요받고 있다. 임 회장은 비교적 중립적인 모습이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성공을 위한 금융기관 간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653_44332_13.jpg)
◆ 행사 동행 진옥동, 존재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금융권 안팎에서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과 9월 ‘8‧15 대통령 임명식’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았고,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의 ‘코리아세일즈’ 뉴욕 출장에도 함께한 것이 그 근거로 꼽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적어도 찍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가 주목할 만하다. 당시 행사에서 진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 회장은 담보‧대출 위주 영업을 반성하며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에 힘을 보태겠다 했고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라며 화답했다.
재밌는 건 신한금융과 미래에셋금융이 금융권에서 ‘담보‧대출 위주 영업’과 가장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사실상 자성을 빙자한 경쟁사 깎아내리기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 관계자는 “애초에 두 금융그룹이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생산적 금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어서 초청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1300억 원 규모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사고는 오점으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은 과거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를 거치며 ‘내부통제에 가장 진심인 증권사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LP 사고로 빛이 바랬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가 진 회장 연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배달앱 운영사들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고민해 왔다. 같은 해 11월에는 ‘배달특급’ 앱을 론칭, 배달앱 업체들의 수수료 인하를 유도했으나 실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이 문제에 진심이었던 것으로 읽힌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이던 2020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2022년 1월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를 출시했다. 당시 땡겨요는 ‘상생형 금융 플랫폼’ 이름으로 회자되며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했다.
땡겨요는 현재 단순 배달앱이지만, 소상공인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활용해 카드나 대출 상품 판매 및 마케팅이 이뤄지는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한 퓨처스랩 같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과 결합하면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치적에 가장 성공적인 예시가 될 수도 있다. 땡겨요는 11월 기준 배달앱 시장점유율 3위까지 올라와 규모의 경제와 무형의 데이터 이익을 합하면 수익 전환 가능성이 커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과 맞닿아 있고 진옥동 회장 표 콘텐츠임이 확실한 만큼 정부와 신한 모두 활용 욕심이 많은 소재일 것”이라며 “진 회장 연임에 일부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653_44333_423.jpg)
◆ 임종룡, 성과는 확실하지만…
진 회장 연임에 대해선 비교적 원사이드한 전망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연임 전망은 혼탁하다.
임 회장의 실력은 금융권 관계자 대부분이 인정한다. 실적 부문에선 ‘우호적인 영업 환경 덕분에’ 금융그룹사들 전반이 우상향이었다는 반론도 있으나, 이는 바꿔 말하면 다른 회장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큰 의미가 없다.
임 회장 실력의 진면목은 숫자 너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임 회장이 연루된 부정 대출 사건으로 금감원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우리투자증권(한국포스증권을 인수, 우리종합금융과 합병)을 출범시켰고,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인수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금감원 경영실태 평가등급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자회사 편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임 회장은 두 생명사 인수를 완수했다. 1998년 합병 이래 우리금융 주요 사건‧사고 배경이 됐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을 정리한 것도 임 회장이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분위기를 전했다. “내부 지지와 신뢰는 견고한 듯합니다. 외부 출신이긴 하지만 저희 최대 숙원이었던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을, 그것도 그룹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던 와중에 성공적으로 이끄셨잖아요. (전임자 사고로)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최초로 국정감사에 서는 굴욕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부 지지와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지지는 탄탄, 여권 시각은 변수
임 회장 연임의 최대 불확실성은 정권 및 여당의 시각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그간 임 회장이 보여준 ‘해결사’ 능력을 높이 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확실한 야당 인사’라는 인식이 강해서이다.
임 회장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 전이를 틀어막아 해결사 별칭을 얻었다. “제갈량이 와도 실패할 것”이라며 전임 회장이 노조와의 갈등으로 사퇴한 NH농협금융을 맡아서도 산적한 과제를 깔끔히 처리했고, 우리금융에서도 앞서 나열한 성과를 냈다.
문제는 임 회장이 보수 정권 아래서 주요 요직을 맡았다는 점이다. NH농협금융 회장(2013년)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위원장(2015년), 우리금융그룹 회장(2023년) 등 굵직굵직한 자리를 모두 현재 야당 치세에서 올랐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초대 총리 하마평에 오른 적도 있어서 ‘확실한 야권 인사’라는 인식이 정치권에 존재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최근 임 회장은 앞으로 5년간 생산적 금융에 73조 원, 포용 금융에 7조 원을 투입하겠다며 새 정부 코드 맞추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가 조성하는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에도 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해 총규모는 90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그간의 실적과 코드 맞추기에도 야당 꼬리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과가 확실하긴 하지만 (교체하려면) 명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거든요. 임 회장님 취임 후에도 전임 회장 관련 불법 대출이 있었고, 금융당국으로의 보고가 늦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또 박상진 신임 산업은행장님처럼 내부 출신 이재명 대통령 중앙대 동문(박종인 우리은행 개인금융그룹 부행장)도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지난 3일 부산 문현동 BNK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해양수산부-BNK금융그룹 업무협약식에서 빈대인(오른쪽) BNK금융 회장이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BNK금융지주]](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653_44334_622.jpg)
◆ 빈대인, 여권 공세에 ‘휘청’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확실히 여권의 핍박을 받고 있어 앞의 두 사람과 구별된다.
빈 회장에 대한 부정적 여권 인식은 지난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NK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날을 세웠다. BNK금융이 회장 후보군 접수를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진행했는데, 추석 연휴가 겹쳐 실제 지원 기간은 4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특이한 면이 많아 계속 챙겨 보고 있다”라며 “(BNK금융) 내부적으로는 형식적인 적법성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문제 소지가 있으면 수시검사를 통해 바로잡겠다”라고 호응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같은 당 울산‧경남 의원 5명(민홍철·김정호·김태선·김상욱·허성무)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빈 회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빈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특혜 대출 의혹 핵심 당사자인 데다 회장추천위원회 독립성과 회장 선임 절차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가 제시됐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와 감사원 감사 요청, 수사기관 고발 등 가능한 모든 법적·제도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강하게 빈 회장을 몰아세웠다.
BNK금융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도이치모터스 관련 대출은 대출 조건이 맞아 실행됐고, 규모도 180억 원 수준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다른 시중은행 대비 현격히 작아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했다.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규정에 맞게 진행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양면 전략과 ‘지역 여론’ 변수
논란은 지역 언론과 시의원까지 합세하며 더욱 골이 깊어졌다. 서지연 부산시의원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관련 대출이 빈 회장 취임 전에 이뤄졌고 ‘빈 회장이 보수 정당과 관련이 깊다’는 주장 역시 허위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이력을 갖고 있어 지역 정치권 소란을 키웠다. BNK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논란 와중에도 6일 7명의 1차 후보군을 추려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빈 회장과 BNK금융은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재명 정부 코드 맞추기’도 병행해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해양수산부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이재명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전재수 장관과 마주 앉아 북극항로 추진 같은 새 정부 사업에 힘을 실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빈 회장이 BNK벤처투자나 BNK자산운용 본사를 부산으로 내려보내겠다거나 북극항로 개척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등의 정부 친화 정책을 (9~10월에 걸쳐) 꾸준히 발표했습니다. 최근 행보를 보면 정부 정책에는 협력하되 연임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노선을 정한 것 같아요. 김지완 전 회장도 (비슷한 스탠스로) 정부‧금융당국과 신경전을 벌이며 연임에 성공(연임 임기를 다 채우지는 못했다)한 전례가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BNK금융이 지역 금융기관이라 (지역민들의 애정이 커) 정부‧여당도 지역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