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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틈새 선점한 여성 리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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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MPW Asia 2025 리스트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의 반사이익이 드러났다.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이 맞물리면서 싱가포르·홍콩 등 금융허브에서의 여성 리더십이 두드러졌고, 폭스콘·럭스셰어·화웨이 같은 제조·테크 리더가 덩치를 키웠다. 한국은 AI와 콘텐츠, 뷰티 분야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포춘 MPW Asia 2025에는 14개 시장의 100명이 선정됐다. 상위권의 흐름은 금융·테크가 이끌었다. 1위는 싱가포르 최대 은행의 첫 여성 수장인 DBS의 탄 수 샨(Tan Su Shan)이다. 그는 모건스탠리·씨티를 거쳐 DBS에서 15년 넘게 실무를 다졌다.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는 환경에서도 싱가포르를 동남아–중국–인도 금융 허브로 촘촘히 잇고 있다. AI를 ‘게임 체인저’로 보고 내부 적용을 밀어붙이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1위였던 럭스셰어 정밀(혜강정밀) 그레이스 왕(Grace Wang)은 올해 2위다. 럭스셰어 정밀은 이어폰에서 커넥터, 모듈, 아이폰 조립까지 애플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 370억 달러를 기록했고 포춘 글로벌 500에도 올랐다. 공급망 거점을 다변화하며 미·중 통상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3위는 멍완저우 화웨이 순환 의장 겸 CFO다.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로, 대외 규제 속에서도 기술 자립을 앞당겼다. 화웨이는 한때 성장이 멈춘 듯했지만 실적은 다시 고점에 근접했다. 글로벌 AI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지목한 ‘전략적 경쟁자’다.

4위는 보니 Y 챈 홍콩거래소(HKEX) CEO다. 중국 본토와 동남아에서 상장 딜을 끌어오며 홍콩 IPO 시장을 재가동했다. 미국이 중국 기업에 엄격해질수록 홍콩은 대안이 된다. 단일 성별 이사회 금지 규정을 도입해 지배구조 신뢰도도 높였다. 2600개 상장사 중 남성 일색 이사회는 0.7%에 불과하다.

5위는 캐시 양 폭스콘 글로벌 캠퍼스 운영 책임자다. 폭스콘 첫 여성 순환 CEO로 전 세계 공장 운영을 총괄한다. AI 수요가 밀어 올리며 회사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가·지역별 분포는 다음과 같다. 예상대로 중국이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 15명, 홍콩 13명, 인도 8명, 태국 8명, 일본 7명, 호주 6명, 한국 5명, 필리핀 5명, 베트남 4명, 말레이시아 4명, 대만 2명, 인도네시아 2명, 마카오 1명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싱가포르가 9명에서 15명으로 뛰었다. 규제 일관성과 역외 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홍콩의 여성 기업인도 약진했다. 지난해 9명에서 13명으로 늘었다. 흥미로운 건 양측 다 금융 관련 인물이 다수 포진했다는 점이다.

총 5명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 여성 경영진은 지난해(7명)와 견줘 숫자가 줄었다. 면면을 따져보면,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인물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8위)다. 지난해 13위에서 순위를 더 끌어올렸다. 한국 인터넷 기업 최초로 매출 10조 원을 돌파한 점과 ‘소버린 AI’를 뚝심 있게 추진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가와 문화의 문맥을 반영한 AI 모델이다. 최 대표는 지난 9월에 유엔글로벌콤팩트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한 축으로 묶겠다는 신호다.

네이버의 맞수로 꼽히는 카카오의 정신아 대표가 24위에 올랐다. 지난해 45위에서 21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정 대표는 메신저와 결제, 모빌리티, 웹툰, 인터넷은행, 음악과 엔터테인먼트를 엮은 카카오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월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서비스 전반의 AI화를 밀어붙이는 중이다.

새롭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김민영 넷플릭스 APAC 콘텐츠 부문 부사장(50위)의 이름도 눈에 띈다. 그는 K-드라마의 글로벌 수요를 키운 주역으로 꼽힌다. 한국 콘텐츠를 세계로 넓히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재도약까지 이끌었다. 이제 호주부터 태국·인도네시아까지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영화·드라마·예능을 책임지고 있다.

나머지 2명은 세계가 주목하는 K-뷰티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경영진이었다. 이선정 CJ올리브영 CEO(57위)는 K-뷰티 편집채널을 글로벌 무대로 끌어올렸단 평가를 받았다. K-뷰티의 제조 경쟁력을 상징하는 코스맥스BTI의 서성석 회장은 82위에 랭크됐다. 서 회장은 1992년 이경수 회장과 회사를 세웠다. 이후 시세이도, 입생로랑, 랑콤을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키웠다. 서 회장은 사장으로서 전사 운영을 쥐고 인재와 R&D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의 여성 기업인이 여럿인데, 이번 리스트에선 빠졌다. 그 아쉬운 점을 포춘코리아 편집국이 ‘MPW Korea 2025’를 발표해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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