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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그림자에서 동력이 된 그렉 브록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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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애빌린(Abilene)의 ‘스타게이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단지 출입구.[사진=뉴시스]
텍사스 애빌린(Abilene)의 ‘스타게이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단지 출입구.[사진=뉴시스]

지난 10월 초, 오픈AI(OpenAI) 사장 그렉 브록먼과 AMD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Lisa Su)는 다수의 TV 뉴스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다년(多年)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 계약에 따라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 데이터센터 메가 캠퍼스에 수십만 개의 AMD 칩을 배치한다. 규모로 치면 약 6GW의 컴퓨팅 파워로, 후버댐이 생산하는 전력의 약 세 배에 해당한다.

리사 수 CEO는 이번 딜의 관건이 브록먼의 ‘크게 생각하는 집요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렉과 일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컴퓨트가 지능의 화폐’라는 그의 분명한 비전과, 세상에 충분한 컴퓨트가 있도록 하겠다는 집요한 집중입니다.”

보통 파트너십은 단계적으로 키우지만, 브록먼은 처음부터 ‘실패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는 태도로 ‘초대형’ 스케일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짓는 인프라는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납니다. 매우 짧은 시간에 기가와트급 컴퓨트를 쌓아야 합니다. 물리 법칙을 어떻게 넘어설지의 문제에 가깝죠.”

샘 올트먼(Sam Altman)이 오픈AI의 ‘얼굴’이자 비전가라면, 그의 오랜 동지이자 공동창업자인 브록먼은 회사의 ‘운영 사령탑’으로 부상했다. 오픈AI는 이미 30GW에 달하는 컴퓨트 역량 배치를 위해 약 1조 40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정했는데, 브록먼은 이 초공세적 인프라 구축의 총책이자, 연간 매출 약 130억 달러 수준의 회사가 감당해야 할 초대형 재무 베팅의 최전선에 서 있다.

브록먼이 말하는 목표는 ‘미션 완수’다. 인간보다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대부분의 업무를 더 잘 수행하는 인공일반지능(AGI)에 이르는 일. 그는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AGI 구축을 “모델 설계부터 칩·서버·데이터센터, 학습과 추론 운영까지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엔지니어링 과제”라고 정의했다.

“근본적인 베팅은 AGI가 가능하다는 믿음입니다. 그게 맞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겁니다. 스케일링 법칙에는 굴절이 없습니다. 더 크고, 더 많은 데이터로, 더 큰 클러스터에서 학습하면 성능은 예측 가능한 곡선으로 오를 겁니다. 어려운 건 오직 실행(execution)입니다.”

브록먼의 재부상은 극적이다. 2023년 말 올트먼 해임·복귀 소동 당시 그는 비영리 이사회에서 물러났고, 2024년 8월부터는 수개월간 첫 장기 휴가를 택했다. 팀 내 ‘하드 드라이브’식 리더십을 둘러싼 긴장설도 돌았다. 그러나 그는 복귀 후 존재감을 키웠다. 도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자리, 백악관 만찬, 그리고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1억 달러 규모 슈퍼팩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에의 개인 출연까지. 최근에는 공익기업(PBC) 구조로의 전환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고, 시장에선 오픈AI의 기업가치를 최대 1조 달러로 보는 상장(IPO) 준비설도 돈다.

이제 오픈AI의 중량추는 ‘모델을 만드는 회사’에서 ‘모델을 돌리고 서비스하는 시스템(추론, inference)을 짓는 회사’로 이동 중이다. 브록먼은 기술·자본·정치력을 동원해 테크 역사상 가장 야심찬, 그리고 가장 비싼 인프라 구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오픈AI의 정관은 AGI를 “경제적 가치가 큰 대부분의 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자율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브록먼은 이를 “연속적 과정”이라 부르며 그 과정이 요구하는 인프라가 역사상 최대 규모임을 숨기지 않는다. “아폴로 프로그램조차 작게 보일 정도”라는 그의 표현처럼, 막대한 전력 수요는 전력망 한계를 시험하고 지역 정치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수요 지속성에 대한 회의론과 ‘버블’ 경고도 따른다.

자금조달 구조도 복잡하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가 자가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출을 엔비디아가 보증하는 방안이 논의되었고, 이는 오픈AI가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엔비디아가 수십억 달러의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음을 뜻한다. 오픈AI가 엔비디아에 현금을 지급하고, 엔비디아는 오픈AI 지분을 취득하거나 대출을 백스톱하는 ‘순환 거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AMD와는 상호 보완적 구도로, 오픈AI가 AMD 지분 최대 10%까지 취득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진다.

브록먼은 쏟아지는 수요를 소화할 인프라를 짓기 위해 창의적 금융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관계사 거래’가 과도해질 경우 투자자 이탈과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노스다코타의 작은 농가에서 자랐다는 그는 스스로를 “빌드를 사랑한다”고 소개한다. 하버드·MIT를 거쳐 2010년 대학을 그만두고 스트라이프(Stripe)의 4호 직원이자 초대 CTO로 합류, 야간 코딩으로 초창기 엔지니어링 시스템을 쌓았다.

2015년엔 올트먼, 일리야 수츠케버와 함께 오픈AI를 공동창업. 2019년 상업화 초기에는 연휴 주말 동안 ‘첫 상용 API’를 해킹하듯 만들어 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사내 슬랙의 거의 모든 채널 알림을 켜 두고 기술 토론에 수시로 개입하던 속도전도 유명하다.

강한 실행력은 때론 마찰을 낳는다. 내부 갈등을 다룬 책과 소송에서 브록먼의 매니지먼트 스타일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지만, 오픈AI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그는 ‘스케일링(Scaling)’ 조직을 신설해 연구·제품의 딥러닝 엔지니어링을 통합하고, ‘모델 학습부터 챗GPT 운영까지’ 가장 어려운 기술 과제를 맡겼다.

오픈AI는 2017년부터 하드웨어 수요 예측을 적기 시작했는데, 곧 “수백억 달러 규모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거기서부터 데이터센터 건설은 필연이었다. 지금은 텍사스·뉴멕시코·미시간 등 미 전역과 노르웨이·UAE 등 해외로 확장 중이다. 오라클과의 임차형 컴퓨트도 병행하지만, 설계·스케일에 대한 직접 통제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애플·테슬라·메타·xAI 등에서 데이터센터·인프라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며 조직을 키웠다.

환경·경제적 부담에 대한 비판에 대해 브록먼은 “숫자와 사실을 정확히 보자”고 응수한다. 동시에 지역사회에 실질적 이익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데이터센터가 삶과 지역에 실제로 이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초점입니다.”

브록먼은 기술과 딜메이킹을 겸비한 정치적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슈퍼팩에 개인 자금을 투입했고, 백악관 만찬 등 고위 네트워크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에선 “회사 전략에서 브록먼은 올트먼과 궤를 같이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그의 신념은 간명하다. “더 크게, 더 빨리, 더 튼튼하게 짓는 것.” 그는 상상을 제안한다. “스타게이트 한 동 전체가 한 문제만 생각한다고 해보세요. 밀레니엄 난제를 푼다든지, 특정 암 치료법을 찾는다든지. 그 수준의 컴퓨트와 실험 능력은 인류가 아직 본 적 없는 것입니다.” 막대한 지출을 두고서도 “컴퓨트를 10배로 늘리면, 매출이 꼭 10배는 아니더라도 크게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7년 전만 해도 종이에 그려진 밑그림에 불과했던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는 지금 텍사스 애빌린의 목장 부지, 오하이오 로즈타운의 옛 공장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향후 그것이 ‘영광’으로 남든 ‘과잉’의 기념비로 남든, 케이블과 랙으로 빼곡한 그 거대한 설비에는 브록먼의 손길이, 그리고 ‘짓는 일은 가치가 있다’는 그의 확신이 선명히 각인될 것이다.

/  Sharon Goldman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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