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W Korea 정점 오른 김정수, “나가야 산다” 극적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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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포춘룸에서 말했다. “나가야 산다.” 2년 뒤, 결과는 극적이었다. 억 단위로 따지던 매출은 조 단위가 됐다. 식품업계 최초로 시총 10조 원 고지를 돌파했다. MPW Korea 2025에서 1위로 선정된 김 부회장의 리더십이 일조했다.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MPW Korea 2025 영예의 1위에 등극한 인물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었다. 한국경영학회 산하 여성위원회를 포함한 평가위원회 심사에서 비즈니스 규모 18점, 비즈니스 건강성 18점, 경력 궤적 평균 18.33점, 조직 외 영향력 평균 16.4점, 혁신성 평균 18점을 받아 총점 88.73점으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한국인의 매운맛’ 불닭 브랜드가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K-푸드 열풍으로 번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평가다.
공교롭게도 포춘코리아는 2023년 가을, 포춘룸에서 김정수 부회장을 만났다. 2년 전에도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삼양식품이 지금 같은 모습으로 성장할 거라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다.
2년 전, 삼양식품의 연간 매출은 1조 1929억 원이었다. 올해 증권가가 예상하는 이 회사의 매출 컨센서스는 2조 3443억 원(에프앤가이드∙10월 24일 기준)이다. 2년 만에 2배가량 뛸 전망이다. 2년 전 영업이익은 1475억 원, 올해는 5394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상반기에 기록한 영업이익(2541억 원)이 2년 전 연간 이익보다 많다. 2년 전 영업이익률(12.37%)도 식품업계에선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23.01%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더 극적이다. 18만 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주당 주가는 현재 130만 원대로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2년 전엔 1조 4000억 원, 지금은 9조 원대 후반이다. 코스피에선 60번째로 몸집이 큰 회사가 됐다. 라면 대장주 농심을 제치고 식품 대장주 CJ제일제당까지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 6월엔 식품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했다. 거품이 꼈다고 보기도 어렵다. 증권가 목표주가 평균치는 178만 원이다. 지금보다 상승 여력이 충분하단 얘기다.
메인 매대에 올라선 불닭
2년 전, 김정수 부회장은 포춘코리아에 “나가야 산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 말대로 됐다. 삼양식품은 내수 기업이 아니다. 실적의 축은 수출이다. 매출의 80% 안팎이 해외에서 나온다. 미국과 중국, 유럽의 채널이 넓어지면서 볼륨과 단가가 동시에 개선됐다. 관세 부담이 있었지만 광고·판촉비 절감과 가격 정책으로 손익을 지켰다. 마진이 낮기로 유명한 식품업계에서 20%를 훌쩍 넘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비결이다.
2년 전과 비교해도 놀랍지만, 시간을 거슬러 보면 더 극적이다. 삼양식품은 한국 최초 인스턴트면 ‘삼양라면’을 내놓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은 1960년대 국내 식량난 해결 방안을 찾다 ‘라면’을 떠올렸고 직접 일본의 묘조식품을 찾아가 기계와 기술을 도입하고 1963년 9월15일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삼양라면은 국내 라면시장을 과점한 절대 강자였고, 1980년대 매출 5000억 원 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전환점은 1989년 ‘우지 파동’이었다. 공업용 우지를 썼다는 의혹이 터지며 사세가 급격히 꺾였다. 8년 뒤 무죄가 확정됐지만, 그사이 시장 판도는 바뀌었다.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왔고, 삼양식품은 농심·오뚜기에 밀렸다. 반등의 키는 김정수 부회장이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겪던 회사에 입사해 전인장 전 회장을 보좌했다. 이후 영업본부장, 총괄사장을 거쳐 201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리고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회사를 다시 세웠다.
김 부회장의 불닭볶음면 개발 비화는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봄, 그는 고교생 딸과 도심을 걷다가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볶음밥집 앞의 긴 줄을 목격했다. 자신의 입맛엔 버거울 만큼 매웠지만 손님들은 그릇을 비웠다. 매운맛에 대한 열기가 분명했다. 곧장 근처 슈퍼로 달려갔다.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종류별로 세 병씩 샀다. 한 세트는 연구소로, 한 세트는 마케팅팀으로 보냈다. 나머지 한 세트는 집으로 가져와 직접 맛을 봤다.
개발은 전사 프로젝트가 됐다. 식품개발팀은 닭 1200마리와 소스 2t을 투입했다. 세계 각지의 고추를 조사했고, 국내 매운 음식 맛집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렇게 ‘극도의 매운맛’을 목표로 한 불닭볶음면이 탄생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2년 전 포춘코리아에 언급했던 김정수 부회장의 전략은 대부분 적중했다. 김 부회장은 “최초, 최고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었다”면서 “전통을 가졌지만 가장 힙한 스타트업 마인드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빠르게 조직을 재편하면서 성장통을 덜 겪었다. 밀물에 노 젓듯 해외 조직을 확대했고, 지금은 상하이,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판매 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엔 생산 거점 확대를 위해 싱가포르를 해외 사업 총괄 법인으로 삼고 중국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국내 소스 전문업체 지앤에프를 인수해 불닭볶음면 등에 들어가는 소스를 직접 생산하며 스프 제조 내재화를 추진하는 등 M&A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제품을 패션처럼 다룬 점은 불닭 유행의 장기화로 이어졌다. 2년 전 김 부회장은 “매운맛의 시대가 열렸지만 제품은 지겨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고, 답은 변주였다. “지루하지 않도록 하자”고 했다. 까르보, 로제, 하바네로, 핵으로 이어진 불닭의 파생이 그 결과다. 봉지의 색, 컵의 사용성, 협업의 스토리까지 다채롭게 전개했다. 올해 들어서도 태국 대표 음식인 푸팟퐁커리에 불닭을 접목한 커리맛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한정판으로 선보였던 제품으로 당시 품절 대란을 일으켰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불닭은 이제 제품을 넘어 플랫폼이 됐다. ‘K-라면=아시안 매대’ 공식을 깼다. 미국 대형 유통에서 삼양 라면은 아시안 코너에서 메인 매대로 이동했다. 불닭이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격상했다는 방증이다. 유럽에선 영국 테스코에 입점했는데, 확장 여력이 크다. 밀양 2공장이 지난 7월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고 가동률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은 신규 거래선 확대와 2·3선 도시 진출로 볼륨이 늘고 있다. 2027년 중국 공장이 가동되면 새 업사이클 국면을 맞을 공산이 크다.
불닭 다음 내다보는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과 삼양식품 앞엔 난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상이다. 관세와 각국 규제가 예고 없이 불거질 수 있다. 관세는 원가율을 올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격 인상, 비용 효율화, 브랜드 파워로 흡수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9월분부터 관세가 발생하는데, 삼양식품은 가격 조정으로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미국 전 채널의 라면과 소스에 대해 10% 안팎의 소비자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식이다.
불닭볶음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리스크다. 아직 불닭의 인기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보긴 어렵지만, 열풍을 이어갈 후속 라인업이 시급한 건 사실이다.
![불닭을 잇는 스테디셀러를 찾는 게 삼양식품의 숙제다.[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459_44127_3050.png)
김정수 부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다음 먹거리를 못 박았다. 웰니스, 헬스케어, 신제품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0월 식물성 헬스케어 통합 브랜드 ‘잭앤펄스’를 출범했다. 2023년 3월 비건 단백질 음료 ‘프로틴드롭’으로 시작한 라인을 묶었고, 건강기능식품과 식물성 냉동 간편식으로 외연을 넓혔다. 지난해 12월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헬스바이옴과 근력 개선 소재 ‘HB05P’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출시 목표는 올해 하반기다. 신사업 총괄은 오너 3세 전병우 전략총괄(상무)이다. 헬스케어는 후계 리더십으로 꼽히는 그의 대표 과제다.
라면 분야에선 ‘제2의 불닭’ 찾기에 들어갔다. 국물 브랜드 ‘맵’, 건면 브랜드 ‘탱글’을 선보였다. ‘맵’은 태국, 일본, 말레이시아로 수출을 시작했고 미국 판매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선 ‘맵탱’으로 비빔면 등 다양한 포맷을 확대한다.
최근엔 36년 만에 소기름(우지) 라면을 다시 선보였다. 이름은 ‘삼양라면 1963’. 국내 최초 라면 출시 연도를 담았다. 핵심은 공법이다. 면을 우지로 튀겼다. 우지는 풍미가 진하고 고소함이 선명한데, 이번 제품은 그 맛의 강점을 정면으로 내세웠다. ‘우지 트라우마’를 넘겠다는 메시지다.
김정수 부회장은 “Food for thought”라고 했다.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정신까지 풍족하게 하는 음식. 구호가 아니다. 식탁 위 한 그릇을 넘어 기억과 경험을 남기는 일. 삼양식품은 지금 그 일을 숫자로 증명하는 중이다. 관건은 하나다. 얼마나 더 빨리, 얼마나 더 멀리 가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