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80년 만에 최대? 혼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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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403_44039_4354.jpg)
“글로벌 무역이 80년 만의 최대 혼란에 직면했다는 평가는 어쩌면 ‘세기의 과소평가’일 수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사우디 리야드의 포춘 글로벌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계 대공황과 2차대전의 그림자, 2008년 금융위기 경험까지 감안해도 “지금이 가장 거친 물살”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때를 반복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무역은 작동하고 있다. 다만 예전 방식 그대로는 아니다.”
변화의 배경으로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속적 통상 변화와 규범 비판을 꼽았다. “미국이 제기한 문제 중 상당수는 타당하다”면서 “그래서 지금이 더 넓은 개혁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포춘과의 대담에서 그는 관세 인상, 공급망 단절, 경제 민족주의 확산에도 WTO 체계가 예상보다 견조했다고 강조했다. “관세 분쟁 이전에는 전 세계 교역의 약 80%가 WTO 최혜국대우(MFN) 규칙 아래 있었다. 지금은 약 72%다. 중요한 것은 체계가 여전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현재의 충격 규모가 세계대전 사이 보호무역 악순환에 맞먹는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회원국과의 소통으로 보복 관세의 ‘맞불’ 악순환을 상당 부분 막았다고 강조했다. “회원 대부분이 그 길을 가지 않았다. 나는 그 점이 자랑스럽다. 대다수 교역이 여전히 WTO 규칙 위에서 이뤄진다.”
미국은 전 세계 수입의 약 30%를 차지한다. 분쟁 해결 절차를 우회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 교역의 87%가 여전히 WTO 규율을 따른다”며 체계의 불가결성을 거듭 확인했다. “우리는 그 회복력을 보고 놀랐고, 기쁘기도 했다.”
그는 신뢰 회복을 위한 개혁 의제를 제시했다. 핵심은 만장일치에 묶인 의사결정의 현대화다. 회원국은 166개다. 만장일치는 고상해 보이지만 자주 멈춰 선다. 해법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회원들이 스스로 답을 만들어야 한다. 보조금·무역 보고의 투명성도 강조했다. “경기장이 평평하지 않으면, 그리고 관행이 공정해 보이지 않으면 체계는 흔들린다.”
그는 WTO의 역할을 ‘배관’에 비유했다. “파이프가 터지기 전까지는 존재를 잊는다.” 지재권에서 국경 간 가격평가 규칙까지, 종종 간과되는 표준이 매년 수조 달러의 교역을 떠받친다고 했다. 166개 회원 가운데 142개는 교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는다. “모두 규칙을 필요로 한다. 모든 나라와 일일이 합의할 수 없으니 다자 규범이 필요하다.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WTO의 다음 과제는 디지털·AI 기반 교역이다. 지난해 세계 교역의 약 40%가 반도체·통신·고성능 컴퓨팅 같은 AI 연관 재화였다.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규모만 약 5조 달러다. 연 8% 성장한다. 상품 교역의 두 배 속도다. AI는 무역비용을 크게 낮추고 교환되는 재화·서비스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새 배관’, 곧 새로운 글로벌 규칙이 필요하다. WTO는 약 70개 회원과 전자상거래 협정을 추진 중이다. 1단계 성과는 2026년 3월 각료회의에서 제시할 계획이다.
그는 위기를 갱신의 계기로 규정했다. “모든 위기에는 기회가 있다. 1930년대의 전면 철거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다. 세계 경제의 배관을 다시 잇고 배선을 교체하는 일이다. 시간이 걸린다. 비용도 든다. 그럼에도 체계는 작동하고 있고, 지금이 바로 고칠 때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