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쏟아부었는데 “쓰면 쓸수록 적자라니”… 소비쿠폰의 비밀 드러나자 정부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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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인하 결국 무산
소상공인 부담 여전한 구조
수수료 ‘0원’ 지역상품권 전략 강화
소비쿠폰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총 12조 원을 투입해 마련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시작 전부터 삐걱이고 있다.

핵심은 카드 수수료 문제다. 쿠폰 사용이 늘어날수록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인데, 이를 해결할 카드 수수료 인하 협의가 끝내 무산된 것이다.

정책의 목표는 소상공인 지원이지만, 카드 결제 구조상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와의 사전 조율이 실패하면서,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셈이다.

카드사 수수료 인하,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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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소비쿠폰을 카드로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결제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카드사 측에 수차례 인하를 요청했다. 하지만 카드사는 전산 시스템 구축 비용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13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행안부는 금융위원회를 통해 카드사에 민생쿠폰 사용 기간 중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으나, 카드사 측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 중 일부만 쿠폰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처리하려면 별도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준비 시간도 부족하고 수익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연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어, 추가 인하는 ‘역마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는 편하지만 소상공인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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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카드 수수료 인하가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은 소비쿠폰이 사용될수록 결제 수수료를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소비쿠폰은 전국의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인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신용카드 결제 시에는 0.40~1.45%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0만 원 결제가 발생하면, 최대 1만 45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반면 지역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수수료는 0%다. 같은 금액을 결제해도 카드 결제는 수익이 줄고, 지역상품권은 전액이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카드 결제가 늘어날수록 정책 효과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 편의성을 고려하면 카드 사용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수수료 부담이 누적될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 지역상품권 확대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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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14일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을 기존 24만 개에서 48만 개로 확대하고, 소비자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사랑상품권은 결제 수수료가 없고, 공공배달앱 ‘서울배달+땡겨요’와 온라인몰 ‘e서울사랑샵’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소상공인 지원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은 “지역상품권을 통해 쿠폰을 사용하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도 할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남은 건 ‘선택’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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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소비쿠폰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는 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카드사와 협력하지 못한 채 소비쿠폰 사업을 출범하게 됐다. 카드 결제가 많아질 경우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예산 투입 대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 초기부터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가 더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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