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의 연구, 357억 원의 예산
“국산”이라던 기술, 알고 보니

정부가 8년 동안 35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VR 기술 국산화 사업이 기존 외산 기술을 이름만 바꿔 포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산화를 내세운 연구 성과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연구 책임자의 윤리적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공공 연구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름만 바꾼 ‘기술 국산화’… 357억짜리 허상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상대로 진행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의 사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진행된 ‘VR 엔진 국산화 및 콘텐츠 개발’ 과제로, 투입된 예산은 총 357억 원에 달한다.
사업의 목표는 명확했다. 외산 기술 의존을 줄이고 국내 독자 기술로 VR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A기업은 자사 보유의 VR 엔진 소스코드를 제공하고, 22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아 ETRI와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책임연구원은 기존 코드를 별다른 수정 없이 이름만 바꿔 2017년 ETRI 홈페이지에 연구 성과로 게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원회는 “해당 코드는 A기업이 2019년 이전 보유한 버전과 동일하며 새로운 기능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대규모 예산이 낭비됐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후속 연구가 지속되도록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공개 소프트웨어라더니, 결국 없던 일이 됐다

ETRI는 해당 엔진을 오픈소프트웨어로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2021년 보안 문제와 서버 복구 등의 이유로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이후 해당 성과물은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연구진이 자체 개발했다고 제출한 콘텐츠 5종도 외산 VR 엔진으로 구동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ETRI의 엔진 성능이 부족해 외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연구원과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결국, 연구 성과라고 제출된 기술은 사실상 외산 기술의 재포장에 불과했고, 국산화를 내세운 명분도 설득력을 잃었다.
비전 없는 연구, 불공정한 기회… 총체적 부실

사업 운영 과정에서의 도덕성 문제도 드러났다.
책임연구원은 25세 연구연수생 B가 과제를 수주할 수 있도록 법인 주소를 제공하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고, 해당 인물은 창업 두 달 만에 3건의 과제를 따냈다.
또한 공동연구기관의 한 대표가 차량에 놓고 간 현금 1천만 원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연구원은 “계좌로 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공식 절차는 없었다.
NST는 해당 연구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연구 부정행위 검증 절차를 ETRI에 통보했다.
미래 성장 동력의 발목을 잡은 ‘부실 국산화’

글로벌 VR 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약 312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37년엔 7,274억 달러(약 98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VR 게임부터 교육, 의료, 산업 전반까지 활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술 주도권을 쥐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백억 원의 국비가 기술 개발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치명적이다.
국산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이번 사례는, 연구개발 지원 시스템 전반의 재점검 필요성을 드러낸다.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예산 집행, 연구 검증, 성과 관리 전 과정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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