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감당 안 되더니 “북한이 더 나을 정도”… 한 달에 내는 금액이 무려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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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오른 월세에 “차라리 북이 낫다”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사람들, 그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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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이젠 북한이 더 살기 좋아 보인다.”

서울 한복판에서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탈북민 A씨는 결국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를 향해 돌진했다.

작년 10월 새벽 1시, 파주시 문산읍의 한 차고지에서 버스를 몰고 나온 그는 군사 경계선을 넘으려다 바리게이트에 막혀 붙잡혔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 9일 그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월세 못 내면 나가라”… 결심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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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A씨는 2011년 홀로 북한을 탈출해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했지만, 남한 땅에서의 삶은 그에게 다시 또 다른 전쟁이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 살던 그는 건강이 어려워져 경제적 사정이 나빠졌고, 결국 ‘월세 미납 시 퇴거’ 통보를 받았다.

동주민센터를 찾아가 담당자에게 “차라리 북한이 더 낫겠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던 그는 월세가 밀린 시점을 결정적으로 월북을 결심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고립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 건강 문제와 경제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자유의지에 따라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기형적 전세시장, 쏠리는 월세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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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런 절박함은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세 사기와 고금리 여파로 전세에서 월세로 쏠리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월세지수가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4.8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4~6%대에 머물던 상승률은 최근 들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보증부 월세 포함 전국 월세 거래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 매물은 오히려 늘어나는 이 기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 공급이 늘고, 세입자도 대출 어려움으로 월세에 몰린다”고 분석한다.

고소득층도 택한 ‘초고가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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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서민뿐 아니라 부유층 사이에서도 월세 선호 현상은 뚜렷해졌으며,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에서 월 1000만 원이 넘는 월세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월 1000만 원 이상 아파트 계약은 75건에 달한다.

이 중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보증금 5억 원에 월 3700만 원짜리 계약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세금과 관리 부담을 피하려는 자산가들이 전세 대신 고액 월세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법인 명의로 계약한 경우도 많은데, 외국계 기업의 임직원, 연예인 등 특수한 수요층이 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살 곳’은 줄고, ‘내야 할 돈’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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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전세사기와 금융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입주 물량 부족 등 수많은 요인이 뒤엉키며 거대한 월세 시장을 만들어냈다.

서울의 전세 매물은 불과 1년 만에 10%가 줄었으며 고시원, 반지하, 지하방을 전전하는 이들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따.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금융비용을 세입자의 월세로 충당하려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월세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전문위원도 “전세대출 규제가 심해지면 월세 수요는 더 늘고, 이로 인해 가격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거 불안은 저소득층 탈북민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월세 부담은 커지고 선택지는 줄어드는 가운데, 일부 취약계층은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주거 대책이 없다면, 유사한 사례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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