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비싸도 한국산이니까”… 중국에게 싹 먹힌 시장 ‘발칵’ 뒤집은 K-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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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중국산, 포스코가 승부 걸었다
전기차 50만대분 배터리 국산화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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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포스코

저렴하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었던 중국산 배터리 소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 안전한 선택지가 아니다.

그런 가운데 포스코퓨처엠이 전남 광양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전구체를 직접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며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 ‘메이드 인 코리아’ 바람을 일으켰다.

전구체는 양극재가 되기 전 단계의 핵심 물질로, 그동안 국내 생산은 사실상 전무했고 9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그런데 이번에 포스코가 ‘전구체-양극재’ 전 공정을 자국 내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배터리 공급망이 근본부터 흔들릴 조짐이다.

탈중국 전구체, 포스코가 만든 ‘배터리 독립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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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포스코퓨처엠은 전남 광양 율촌산단에 위치한 자사 양극재 공장 부지에 연간 4만 5천 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완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전구체는 전기차 50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소영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기획 그룹장은 “이번 공장은 단순한 생산시설을 넘어, 중국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핵심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구체는 모두 비중국산 원료로 제작된다.

니켈은 포스코그룹이 자체 확보한 고순도 황산니켈로, 리튬은 호주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조달한다.

미국 IRA 보조금, 한국산에 힘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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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은 미국에서 울렸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산 부품이나 원재료가 포함된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못 박았다.

2025년부터는 이 규제가 더욱 강화되며, 이른바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까지 발효된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산 0%’를 내세워 IRA 보조금 요건을 100% 충족하는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가격은 중국산보다 다소 높지만,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전구체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북미 합작사 ‘얼티엄셀즈’에 납품되어 북미 시장용 배터리 양극재로 쓰인다.

LG·삼성 이어 포스코까지… ‘K-양극재’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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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양극재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적재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6% 증가한 67만1,800톤을 기록했다.

중국 롱바이와 LG화학이 각각 1위와 2위를 지키고 있지만, 한국 기업인 엘앤에프,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도 각각 4위, 7위, 10위를 차지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포스코퓨처엠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3.5%의 적재량 증가율을 기록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뿐 아니라 원료 수급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한국산이니까 믿고 쓴다’는 시장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터리판 제철보국, 광양에서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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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포스코

포스코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철강으로 나라를 살리겠다’던 1960년대 제철보국 정신이, 이제 ‘전구체로 산업을 지킨다’는 탈중국 소재 전략으로 다시 살아난 셈이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이 전략은 단기 실적을 넘어 한국 배터리 산업 전체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세계가 원하는 소재를, 세계 기준에 맞춰, 한국에서 만들겠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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