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노동계 ‘최저임금 요구액’ 작년보다 9% 낮아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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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내년 최저임금 시급’으로 1만1500원을 지난 11일 요구했다. 이는 작년 요구액(1만2600원)보다 9%가 낮아진 것이다. 이렇게 노동계가 최저임금 요구액을 하향한 경우는 흔치 않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12일 조선비즈가 취재했다.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1500원을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만1500원은 올해 최저임금(1만30원) 대비 14.7% 인상된 금액이다. /뉴스1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1500원을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만1500원은 올해 최저임금(1만30원) 대비 14.7% 인상된 금액이다. /뉴스1

◇ 노동계 최저임금 요구액 하향은 ‘경기 위축’ 때 4차례뿐

최저임금은 지난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후 노동계가 최저임금 요구액을 전년보다 낮춰 요구한 것은 지금까지 단 4차례에 불과하다. ▲1998년 9월~1999년 8월 시급 1615원(전년 1616원) ▲2002년 9월~2003년 8월 2700원(전년 2837원) ▲2020년 1만원(전년 1만790원) ▲2026년 1만1500원(전년 1만2600원) 등이다.

이 시기들의 공통점은 ‘경기 위축’이다. 1998~1999년에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2~2003년에는 카드 사태가 각각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이밖에 2019년 경제 성장률은 2.3%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도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0%대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경제 성장률 0%대 전망… 전문가 “노동계가 현실적 액수 택한 것”

이번에 노동계가 2026년 최저임금 시급으로 요구한 1만1500원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14.7%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작년에 노동계가 요구한 액수(1만2600원)보다는 9% 낮은 것이다. 한 전문가는 “경제 성장률이 0%대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상향 요구하기 힘들다는 사정을 노동계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를 진보 성향인 이재명 정부 출범과 연계해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보수 정권에서는 어차피 최종 결정 금액이 대폭 낮아질 테니 처음에라도 높게 불러보자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노동계가 진보 정권에서 오히려 현실적인 액수를 불러 요구를 관철하자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최저임금 시급을 기존보다 16.4% 인상했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이었는데 각종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결국 정부가 3조원대 예산을 긴급 투입했다. 이후 최저임금 시급 인상률은 2019년 10.9%,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등으로 낮아졌다. 한 전문가는 “해당 기간에 코로나 발생에 따른 경제 위축이 일어난 데다 앞서 2018년 최저임금 시급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바람에 추가 인상 여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시급 심의를 마쳐야 하는 법정 시한은 오는 29일까지다. 다만 이는 법적인 강제나 제재가 없어 7월 초중순에 최종 결정되는 게 보통이다. 최저임금은 매년 8월 5일까지 고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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