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이젠 필리핀의 문화
교민 줄었는데도 소주 판매 급증
K드라마와 ‘소맥’이 만든 기적의 공식

이제 필리핀에서 한국 소주는 더 이상 외국 술이 아니다. 그들의 일상 속으로 녹아들며, 현지 토종 브랜드들을 밀어내고 대중 주류로 자리잡았다.
교민 수가 급감했는데도 소주 수출량이 폭증한 놀라운 반전의 배경엔 ‘K드라마’와 ‘소맥 문화’가 있었다.
13바퀴 분량의 선택… 전 세계가 ‘진로’에 빠졌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 한 해 동안 약 9천680만 상자의 소주를 판매하며, 24년 연속 전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를 지켰다.
이 상자들을 일렬로 놓으면 지구를 13바퀴 돌 수 있는 양이며, 전 세계 데킬라 판매량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필리핀에서의 성과는 이변에 가깝다. 교민 수는 10년 새 60% 이상 줄었는데, 소주 수출량은 오히려 3.5배 증가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단순 수출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 후원, 음악 페스티벌, 콘텐츠 협업 등 다양한 문화 접점을 만들어왔으며, 그 중심에는 ‘진로의 대중화’라는 글로벌 비전이 자리잡고 있다.
교민 아닌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다

필리핀 소비자들이 한국 소주에 매료된 결정적 계기는 ‘K드라마’였다.
마트 퓨어골드에서 소주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던 사이린(23)은 “드라마 ‘검법남녀’를 보고 처음으로 소맥을 알게 됐다”며 “지금은 김, 진라면, 떡볶이에 곁들여 마신다”고 했다.
회원제 마트 S&R에서는 주말 술 쇼핑을 나온 나이자(25)가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삼겹살과 소주 조합을 처음 봤다”며 “이후 불닭볶음면이나 필리핀식 삼겹살과 함께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에서 근무 중인 레예스는 “20~30대 소비자들 대부분이 K드라마로 소주를 처음 접했다”며 “이젠 소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맞춤형 전략이 빚은 동남아 성공 모델

현지 문화를 정밀하게 파악한 전략도 주요했는데,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소비자들이 술자리를 통해 친목을 다지는 문화에 주목했다.
국동균 필리핀 법인장은 “건배와 원샷 문화,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는 방식이 한국과 유사하다”며 “이런 공통점을 브랜드 마케팅에 반영해 현지인의 공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K드라마에서 삼겹살집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이 인기를 끌며, ‘삼소(삼겹살+소주)’라는 개념도 통했다.
한국식 식당에 모여 건배 구호인 ‘타가이’를 외치며 삼겹살과 소주를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한국의 밤거리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현지 주류에 비해 도수가 낮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100㎖ 기준으로 한국 소주는 700원 선으로, 대표적인 필리핀 위스키 ‘푼다도르’보다 200원 정도 저렴하다.
하이트진로는 현지 최대 유통망인 PWS, SM그룹 마트, 4천 개 매장을 보유한 세븐일레븐 등에 소주를 입점시키며 유통 인프라도 빠르게 확보했다.
“진짜 K브랜드는 일상으로 들어간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지난달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가 단발성 K컬처 아이템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들의 삶에 녹아든 브랜드라는 점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필리핀은 그 교두보다”라며 “진로가 세계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국민 브랜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의 성과는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한국 주류 브랜드가 현지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발판 삼아 동남아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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