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기에 투자 안 했지?” … 1년 사이에 2배, 날개 단 칼날에 개미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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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퇴출” 속도 붙었다
IPO 한파에 스팩도 ‘시들’
거래소, 시장 체질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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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올해 들어 한국거래소가 내린 상장폐지 결정은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적자·비리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여기에 침체된 IPO(기업공개) 시장과 맞물려, 상장을 노리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마저 기세가 꺾이면서 증시 체질 변화가 예고된다.

퇴출 압박 커진 상장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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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한국거래소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34개 상장사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곳)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DKME, 웰바이오텍, 국보 등 15곳은 이미 상장폐지 처분을 받았고 삼부토건, 금양 등 9곳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반면 인터로조, 한국비티비 등 7곳은 간신히 상장 유지 판정을 받았다.

거래소는 횡령·배임과 같은 실질적 사유가 발생할 경우, 기업심사위원회를 1심으로, 이후 이의 신청이 들어오면 상장공시위(유가증권)나 코스닥시장위(코스닥)에서 2심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 측 반발과 법원 가처분 소송 등이 얽히며 실질적인 퇴출까지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실제 청호ICT는 2021년 횡령 혐의로 실질 심사 대상이 된 이후 4년 만인 지난 4월에야 상장폐지가 완료됐다.

셀피글로벌, 파멥신 등은 상장폐지 결정 직후 법원에 효력 정지 신청을 내며 퇴출을 막고 있다. 일각에선 이 과정을 사실상 ‘4심제’로 평가하기도 한다.

IPO도, 스팩도 ‘차갑게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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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상장사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신규 상장 통로조차 좁아지고 있다. IPO 시장의 침체와 스팩 상장 위축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상장에 성공한 스팩은 단 두 곳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스팩은 통상 자산·수익 요건이 완화돼, 빠른 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IPO의 대안으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스팩 합병 기업의 가치 산정 절차를 까다롭게 들여다보면서 부담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들이 금감원 요구로 합병 가치 산정에 극도로 신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체질 개선,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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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정부와 거래소는 내년부터 상장폐지 심의 단계를 줄이고 개선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심의를 맡았던 한 인사는 “투자자 신뢰를 지키려면 감시와 정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업을 받아들이는 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업을 과감히 내보내는 구조조정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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