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막았는데 “한국은 활짝 열렸다”… 40조 시장 빼앗길 위기에 업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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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
수십 조짜리 시장도 그대로 내줄 판
“국산 기술로는 못 버티나” 우려 확산
배터리
사진 = 연합뉴스

태양광 패널 시장을 잠식한 중국이 이번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정부가 대규모 ESS 배터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2038년까지 총 4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ESS 배터리 시장이 열렸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여전히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별다른 장벽이 없어, 전문가들은 “안방마저 빼앗길 위기”라며 경고했다.

1조 원 규모 첫 ESS 공고… 중-한 경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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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총 540메가와트(MW) 용량의 배터리 ESS를 전국에 도입하겠다는 첫 공고를 발표했다.

사업자는 2026년까지 설비를 구축하고, 이후 15년간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충전하거나 공급한다. 이 ESS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전기 저수지’ 역할을 하게 된다.

총 필요 용량은 약 3,240메가와트시(MWh), 고성능 전기차 4만 대에 들어가는 양으로, 이번에 투입되는 비용만 약 1조 원에 달한다.

이는 향후 정부 주도 하에 ESS 시장이 본격 개화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이번처럼 전국 단위로 ESS가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처음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ESS의 필요성을 부추긴다. 현재 8.4%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8년엔 29.2%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설비 기준으로도 30기가와트(GW)였던 발전 용량이 무려 121.9GW까지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약 91GW의 태양광·풍력 설비 확충이 필수다.

중국의 ‘ESS 싹쓸이’ 현실화되나… “국내 보호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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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ESS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장을 중국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ESS용 배터리의 약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CATL은 리튬인산철(LFP) 기술을 앞세워 단가와 안정성에서 모두 경쟁력을 확보했다.

CATL은 올해 1월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선 “국산 태양광 설비 대부분이 중국산 패널로 채워졌던 전례를 ESS 시장에서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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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를 인식한 듯 사업자 선정 시 ‘국산 배터리 유도책’을 도입했다. 배터리 완제품뿐 아니라 양극재·음극재·전해질 등 핵심 소재의 원산지까지 평가 기준에 포함했다.

ESS 폐배터리의 재활용 가능성도 점수 항목에 추가해, 중국보다 재활용성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쓰는 국내 기업에 유리하도록 설계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유승훈 교수는 “ESS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필수조건이다. 국내 배터리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차단… 한국만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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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진출을 완전히 차단했다. 지난 23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세제 개정 법안은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진출을 강력히 막는 조항들을 담고 있다.

핵심은 ‘금지 외국 단체(PFE)’ 개념 도입이다. 이는 단순히 지분구조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부 통제 여부까지 따지는 규제로, 중국산 배터리의 보조금 수급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중국산 소재 대신 한국산이나 일본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SKIET, 포스코퓨처엠 같은 국내 업체들은 이미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 분리막·음극재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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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중국산 ESS 배터리를 막을 뚜렷한 장치는 없다.

오히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을 무기로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어, ESS 분야에서도 ‘중국산 점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국내 기술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산업의 열매를 중국에 고스란히 넘겨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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