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가격 오르고 직원 줄이고… ‘관세 역풍’ 시작됐다

1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이후, 미국 자동차 업계는 역풍을 맞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이 관세 인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신차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에 늘어선 수입차 모습 / AF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에 늘어선 수입차 모습 / AFP=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4월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신차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가격이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년 같은 기간의 평균 상승률(1.1%)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이보다 더 큰 상승률을 기록한 경우는 팬데믹 기간인 2020년 4월(2.7%)이 유일하다.

로이터통신은 콕스오토모티브 데이터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조치가 자동차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딜러와 자동차 업계 임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대비해 소비자들이 앞다퉈 신차 구매에 나서면서 최근 몇 개월간 소비자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일부터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WP는 “백악관은 자동차 관세가 철강 및 알루미늄 등 다른 품목에 적용되는 관세와 중복되지 않도록 하여 관세 부담을 완화하려 했다”며 “하지만 분석가들은 미국에서 조립된 자동차조차 부품 비용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미국 3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포드는 이미 대리점들에게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일부 모델의 가격 인상 소식을 통보한 상태다. 머스탱 마하-이(E)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최대 2000달러, 매버릭 하이브리드 픽업트럭은 약 700달러, 브롱코 스포츠는 약 300달러의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다. 수입차 관세 인상이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차 가격을 인상하는 업체는 더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WP는 콕스 오토모티브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금까지 신차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지만, 일부는 가격 할인 혜택을 변경해 사실상 소비자가 대리점에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높였다”며 “제조업체들은 여름철에 가격을 중간 조정하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추가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북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아이씨카의 수석 분석가인 카 브라우어는 “어떤 자동차 업체도 새로운 관세가 얼마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며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인상은 사실상 예상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일본 3대 자동차 업체들은 수입차 관세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토요타는 관세 영향으로 4~5월 동안 약 12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혼다는 올해만 약 44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혼다는 공급망 전환 등 관세로 인한 재정적 영향을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기존 9000명이던 감원 규모를 2만 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는 닛산 글로벌 인력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닛산은 작년 11월 경영 재건을 위해 글로벌 임직원 9000명을 감축하고 생산 능력 20%를 축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관세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년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