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의료 시스템과 공공 의료·복지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각자 방법은 달라도 모두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해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원을 마련할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이재명 “공공의대 설립, 지역 의사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필수의료 체계 재정비’를 보건의료 공약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의대는 국가가 학비를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일정 기간 특정 지역이나 공공 의료기관에서 근무시키는 제도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다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바 있다.
시민·환자단체는 이 후보의 공약을 반겼지만, 병원과 의사들에서는 실효성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6개 환우회 연합단체)은 “현재로선 의대 증원도 물 건너 갔고 지방·필수 의료에 몸담을 젊은 의료진은 많지 않다고 본다”며 “국가가 책임을 갖고 환자를 위한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지역의사제를 실행해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거점 병원을 확충하는 것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최용수 성균관의대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공공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으나, 공공의대 설립이 실용적인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의대는 대학도 있어야 하지만 수련병원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운영이 쉽지 않고 예산 투입 문제도 있다”며 “차라리 의료 낙후 지역에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잘 이송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의 한 의사는 “공공의대 졸업자도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다시 수도권·인기과에 쏠릴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인구 쏠림이 해결되면 시장 논리에 따라 병원과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도, 지역 의료의 불균형도 자연히 해소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응급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24시간 중증·응급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공약도 제시했다. 또 건강보험 재정에 국고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수가(의료 서비스 대가) 보상체계도 개편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집에 담았다. 노인 간병비 부담 국가 책임제도 주장했다.

◇김문수 “난임시술·간병비 건보 적용”
김문수 후보는 보육·돌봄 등 복지 중심으로 보건의료 공약을 구성했다. 어르신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을 비롯한 치매 국가책임제 강화, 장애인 원스톱 생활지원센터 설치 등을 통해 소외 계층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고령화, 핵가족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간병 부담이 사회·경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간병인 한 명을 고용할 때 드는 비용은 하루 12만원~15만원으로 월평균 400만원 수준이다. 김문수 후보의 공약은 간병 부담을 국가가 함께 나눈다는 취지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노인 인구와 노인 1인당 의료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노인 복지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방향성은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가 재정이다.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적용할 경우 매년 최대 15조원의 국가 재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있다. 이미 2028년 건강보험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 상황이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건강보험 재정을 생각해야 한다”며 “건보 재정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지원하려면 재원 마련방안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교수도 “의료 서비스와 복지 정책을 강화할수록 국민이 지불해야 하는 국민 건강 보험료와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난임 시술 건강보험 급여화, 임산부 검진·분만비 지원 확대, 산후조리원 평가 의무화 등 여성과 영유아 중심의 보건정책도 공약에 담았다. 이와 함께 무료 백신 예방접종 대상과 질병군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고령자·청소년에 대한 독감 예방 백신, 어르신에 대한 폐렴구균 예방 백신,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대상포진 예방 백신, 영유아의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예방 백신을 지원하고,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접종은 남성까지 확대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중증·응급 의료 강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응급 의료진의 형사 책임 부담 완화’와 ‘광역거점외상센터 국가완전책임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보건의료 공약을 14일 발표했다. 이 후보는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중증·응급 의료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응급의료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한국형 응급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 기준으로 명확히 설정해, 의료인이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진료를 수행했을 경우 형사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의료인의 적극적 의료행위를 응원하고, 의료인들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며 “응급의료 종사자들의 소송 부담과 형사 책임 범위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형사 책임 부담 완화 공약을 두고 의사와 환자 간 찬반이 엇갈린다. 의사들은 의료 분쟁과 소송 부담으로 인해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이 기피과가 됐다며 이 후보 공약에 동의했다. 환자 단체는 달랐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의료진 소송 부담을 완화할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조그마한 (의료 사고) 실수를 용납하면 안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사 표심을 의식한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도 “무조건 면책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료사고 민형사 고발을 할 때 환자들이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재원을 마련해 보상을 선지급하고 의료인 부담을 최소화하는 ‘국가 보상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중증외상 환자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 17개로 나뉜 권역외상센터를 통폐합하고, 고용과 운영은 물론 소송까지 전면 책임지는 ‘광역거점외상센터 국가완전책임제’ 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한 환자 이송을 위해 환자 분류를 재정비하고 시도별로 닥터헬기 1대 이상을 배치해 도심 긴급 착륙 지역 확보를 의무화하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는 이준석 후보가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과의 면담에서 착안한 것이다.
응급환자를 위한 국가책임운영 광역거점응급의료센터 지정, 응급환자 수용 병원에 대한 직접 지원 강화, 응급의료기관 안전요원·청원경찰 법적 권한 강화 등을 공약집에 담았다.

◇의정 대화 창구 마련, 보건부 분리 공약도
차기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후보들도 모두 해결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재명 후보는 ‘국민 참여 대화’, 김문수 후보는 ‘의대생과 전문가의 참여’, 이준석 후보는 ‘의사의 권위 회복’을 앞세운 게 차이점이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 참여형 의료 개혁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 사회적 합의 기반의 의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6개월 내 붕괴한 의료시스템을 재건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보건복지부를 쪼개 보건의료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보건부’를 분리 신설하겠다고 했다. 보건부 독립 신설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선기획본부가 제안한 정책이다. 보건부 분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연금 개혁, 사회서비스 확대로 복지 분야가 커진 반면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 예산, 인력 등은 떨어진다”며 “보건부 전담 부처를 신설하고,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능을 통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초고령 사회일수록 의료 서비스와 돌봄 서비스가 병행돼야 하는 데다 의료와 복지의 단절로 인한 비효율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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