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보다 무서운 현실에 “집에는 뭐라고 말하죠”… 30년 경력 날린 아빠들 ‘절망’

1258
줄줄이 회생 신청한 건설사들
일자리와 월급마저 무너졌다
IMF
사진 = 연합뉴스

건설 현장의 소음이 멈춘 자리엔 한숨과 침묵만이 남았다. 1998년 IMF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한 가정을 책임져온 중년 가장들이 일자리를 잃고 허탈감에 빠져 있다.

시멘트 트럭이 사라진 도로, 장비가 멈춘 공사장, 줄어든 통장 잔고가 위기의 실체를 증명하고 있다. 단순한 업황 침체를 넘어, 건설업계는 생존 그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업 생산은 전년 대비 무려 20.7%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건설기성’ 지표 역시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거용과 상업용 건축이 22.8%, 토목 부문이 14.2% 줄었으며, 건설 수요의 척도인 시멘트 출하량도 크게 감소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출하량이 4000만 톤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하반기엔 기저효과로 상황이 나아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수요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등록은 줄고, 폐업은 역대급

IMF
사진 = 연합뉴스

건설업 불황은 신규 업체에도 직격탄이다.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으로 새로 등록한 업체는 131곳으로, 이는 2004년 관련 정보 공개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폐업 공고는 160건으로,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KISCON)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등록은 전 분기보다 2.3%,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지만, 반면 폐업은 전년보다 19.4%나 증가했다.

이유는 명확한데, 급등한 공사비와 부동산 침체, 정국 혼란 등이 동시에 건설업계를 덮쳤기 때문이다.

IMF
사진 = 연합뉴스

공공부문 수주는 1~2월 기준 26.9% 감소했으며, 특히 2월엔 2조 9천 억 원으로, 201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민간 수주는 그나마 0.6%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수주 감소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이 와중에 중견 건설사와 지방 대표 기업들이 법원에 줄줄이 회생을 신청하고 있다. 올 1월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충북 1위 대흥건설까지 총 10곳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임금도 체불… 현장 근로자들 ‘이중고’

IMF
사진 = 연합뉴스

건설업 위기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3월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8만 5천 명 줄어들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더 큰 문제는 임금인데, 지난해 건설업에서 발생한 임금 체불 규모는 478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9.6% 증가한 수치로, 전체 임금체불 중 약 4분의 1이 건설업에서 발생한 셈이다.

임금체불 청산율이 81.7%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는 해도, 이 수치는 여전히 5명 중 1명은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건설노동자의 체불 임금은 전체 산업 노동자 평균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IMF
사진 = 연합뉴스

그마저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간이대지급금’ 액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요구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주와 투자가 모두 얼어붙은 상황에서, 상반기 내내 상황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분명한 정책적 방향 설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실수요 중심의 정교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대형 프로젝트보다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중소형 프로젝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시간 인기기사

+1
0
+1
0
+1
0
+1
0
+1
1

경제 랭킹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