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품목별 관세 압박에 “반도체 국가 전략 산업 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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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미국 정부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 격차를 좁히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재정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7일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 수입 규제와 관련한 서면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달 1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외국산 반도체 및 제조장비 수입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한 데 따른 조치다.

미국 정부는 상호 관세 대상에서 반도체를 제외했지만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는 의견서를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한·미 간 무역균형이 잘 유지되고 있으며 수입제한 조치가 미국 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산업부는 한국산 반도체와 제조장비는 미국 안보와 공급망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외적 고려를 요청했다. 또 긴밀한 대미 협의를 지속 추진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업계와도 긴밀히 소통해 대응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및 용수 비용 70% 지원 ▲반도체 기업 대상 최대 40% 투자 세액공제 ▲17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 운영 ▲2030년까지 15만명 반도체 인력 양성 ▲글로벌 인재 유치 위한 특별 비자 서비스 등 정책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투자, 세제, 금융, 인력, 기술 등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국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외 정책이 불확실해지면서 업계에서는 현 지원 정책으로는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와 인재 양성 등을 포괄하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은 일부 인프라에 수요자 부담이 원칙이었지만 이로 인한 비용 부담과 인허가 처리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며 “글로벌 설비 투자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정부가 인프라 구축 주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을 넘어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 분야일수록 기술 장벽이 높기 때문에 단순 지원만으로는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고, 메모리와 같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김덕파 교수는 “효율적인 지원 방식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되, 기업이 투자로 얻는 수익의 일부를 정부가 공유하는 모델이 있다”며 “이 방식은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기업의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경쟁국과 대등한 수준의 지원 규모를 확보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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