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력 건설에 한국 협력 급물살…관세 전쟁에도 지렛대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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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개선하고 가치를 높이고자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따라서 한화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으로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They(Hanwha) are going to look at enhancing it(the Philadelphia shipyard) and making it better. So bringing their capital and skill sets here, I think, would be important.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대 해군 장관인 존 펠란(John Phelan)은 지난 2월 미 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 장관 후보자로 나선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동맹국들과 협력해 미국의 해군력을 되살리는 방법을 묻는 질의에 대해 그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3월 상원에서 인준을 받으며 미국의 제79대 해군 장관에 올랐다. 

▲ 해군 장관으로 지명된 존 펠란이 지난 2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
▲ 해군 장관으로 지명된 존 펠란이 지난 2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

플로리다의 사업가이자 개인 투자자인 펠란 장관은 해군 역사상 15년만에 군 경력이 전무한 채 해군을 지휘하는 인물이 됐다. 그는 발탁 배경을 묻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만날 때마다 ‘조선업’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부처 수장으로 임명함에 있어 민간 부문에서 검증된 경영인을 선호해 왔다. 때 마침 민간 투자자로서 조선 산업과 방위산업 투자 경험이 있는 펠란 장관이 공화당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으며 낙점된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 능력도 해군이라는 조직을 이끄는데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오늘날 미 해군이 처한 함정 건조, 조선업 쇠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서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을 찾던 트럼프 대통령의 특단으로 읽힌다.

취임하자마자 첫 해외 순방길에 오른 펠란 장관은 세계 조선업 3위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을 찾았다. 그는 미 해군 함정의 MRO(유지·수리·보수)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미국에 대한 조선업 투자도 역설했다. 지난 30일에는 한국 내 조선소들을 둘러보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달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해 국내 유력 조선소들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한이 무산되면서 MRO 사업을 비롯해 함정 건조 사업 등이 잠시 주춤한듯했으나 펠란 장관의 방한으로 급물살을 탈것으로 보인다. 

▲ 최신예 이지스함 등 해군 함정이 정박해 있는 HD현대중공업 울산사업장 특수선 야드 / HD현대중공업
▲ 최신예 이지스함 등 해군 함정이 정박해 있는 HD현대중공업 울산사업장 특수선 야드 / HD현대중공업

클락슨 리서치 서비스(Clarkson Research Service)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한국 조선소가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의 5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수주량은 9%에 그쳤던걸 보면 눈부실 정도의 반등이다. 미국의 최대 라이벌인 중국은 조선업 규모가 미국의 200배가 넘을 정도라 한다. 세계 조선 능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 뿐만 아니라 군사력에 있어서도 중국 해군의 규모는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조선업의 성장은 중국 해군을 연안 해군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변모시켰다. 이러한 함대는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을 중국에 유리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메이드 인 차이나’ 선박이 미국 입항 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러니 세계가 선박 건조 주문을 위해 중국이 아닌 한국이나 일본으로 눈 돌리고, 그로 인한 반사이익도 한국의 조선산업 부흥에 일조했다. 

▲ 격년제로 운영되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 / MADEX 홈페이지`
▲ 격년제로 운영되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 / MADEX 홈페이지`

지난 28일부터 4일간 일정으로 부산 벡스코에서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시회(MADEX)가 열린다. 우리 해군이 주최하는 것으로 지난 전시회 때에는 12개국 150개사, 해외 해군 대표단만도 26개국 110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 해군이 창설 80주년을 맞는 해라 그 규모가 더욱 화려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을 수놓을 한국의 해군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함정 건조 능력이 국제 무대에서 찬사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에도 훌륭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해군장관이 서둘러 한국을 찾을 정도로 미국의 해군력은 ‘적신호’가 켜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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