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로 4조원 계약
치매 치료 새길 열렸다
글로벌 제약사들 ‘러브콜’

“어떻게 뚫은 거지, 뇌에 약이 도달했다고?”
오랫동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던 뇌혈관 장벽을 통과한 한국 기술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신약 플랫폼 ‘그랩바디-B’가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선택을 받으며 최대 4조1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약물이 뇌혈관 장벽(BBB)을 넘지 못해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다. 하지만 BBB 셔틀이라 불리는 그랩바디-B는 약물을 뇌까지 실어 나르며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국내 바이오 시장, ‘4조 수출’로 성장세 증명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GF1R)를 이용해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뚫고 뇌세포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뇌에서 IGF1R의 발현율은 32.7%로, 기존에 많이 쓰이던 트랜스페린 수용체(TfR)의 5.6%보다 훨씬 높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간담회에서 “IGF1R은 뇌에 집중적으로 발현돼 부작용 우려를 줄이고, 약물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은 이번 계약을 통해 계약금과 단기 기술료로만 1480억원을 확보했고, 향후 복수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승인·상업화에 따라 최대 4조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GSK 측은 이 기술이 자사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크리스토퍼 오스틴 GSK 연구기술 수석부사장은 “고령화로 증가하는 뇌질환 치료 수요에 응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 치열한 뇌질환 치료 시장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약 6900만 명이며, 2050년엔 1억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완치 가능한 치료제는 없다.
그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들도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그쳤고, 부작용 논란도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뇌혈관 장벽을 우회할 기술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BBB 셔틀을 활용한 다른 치료제들도 임상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로슈는 BBB 셔틀을 부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트론티네맙’을 개발 중인데, 최근 고용량 투여 환자의 81%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수치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에이비엘의 그랩바디-B는 이보다 진보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뇌에 특화된 수용체를 타깃으로 해, 부작용은 줄이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K-바이오, 글로벌 시장 흔든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번 계약은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 바이오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체결한 기술수출 규모는 약 7조 원에 달한다. 기술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이 속속 성과를 내며, 한국 바이오 시장은 ‘개별 도전’에서 ‘산업 생태계 확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바이오벤처들이 설립 10년 만에 조 단위의 거래를 성사하면서 한국 기술의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
올 초 올릭스는 일라이릴리와 91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에는 알테오젠이 아스트라제네카 자회사와 2조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플랫폼 기술이 데이터와 함께 가치를 입증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데이터가 쌓이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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