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주에 한국증시 ‘패닉’…글로벌 증시도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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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관세 전쟁의 충격으로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못지않은 폭락장세에 직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고려할 때 글로벌 주식시장이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견된 일이고 언젠가 사람들은 미국을 위한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

국내 증시는 4개월간의 정책 공백 해소라는 호재에도 힘 한번 쓰지 못한 급락세다. 7일 증시는 지난주 말(현지시간 4일) 뉴욕 증시가 연이틀 대폭락한 영향으로 일찌감치 하락장이 예고됐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9시 12분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변동으로 인해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8개월 만에 사이드카(side car·5분간 프로그램 매매 중단)가 발동됐다.

장중 내내 4~5%대 급락세를 이어가다 장중 저점에 가까운 137.22포인트(5.57%) 하락한 2328.2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23년 11월 1일(2301.56)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2640대였던 지수가 8거래일 동안 30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1000억원 순매도세로 2021년 8월 13일 2조7000억원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매도 폭탄을 투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6.09포인트(5.25%) 내린 651.30으로 마감해 올 들어 가장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의 하락폭과 하락률 역시 작년 8월 5일 이후 가장 컸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37포인트(2.96%) 내린 667.02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이 1870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64억원, 1671억원을 순매수했다.

종목별로는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주가가 사흘째 급락했다. 

지난 3일 반도체가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관세 폭탄의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반도체 품목관세 도입이 임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5.17%의 낙폭을 보였으며, SK하이닉스도 9.55% 하락하면서 올들어 처음으로 17만원선을 내줬다. 

장 마감 시점 기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액은 6600억원으로 딥시크 충격에 반도체주가 급락한 지난 1월 31일 7010억원 이후 가장 컸으며, SK하이닉스도 3910억원 순매도했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6.62%), 셀트리온(-5.46%), 기아(-5.69%) 등 대다수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크게 하락하면서 지수 낙폭을 키웠다.

특히 올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8.55%),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9.81%), HMM(-6.98%) 등 조선·방산 업종에도 투매가 집중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알테오젠(-7.58%), 휴젤(-7.98%), 클래시스(-8.07%), 파마리서치(-7.00%), 리가켐바이오(-6.58%), 펩트론(-6.53%), 코오롱티슈진(-5.71%), 에코프로비엠-5.61%), 에코프로(-4.70%), 레인보우로보틱스(-7.14%), 리노공업(-7.17%) 등 시총상위주 대부분이 내렸다.

뉴욕증시도 전날까지 포함한 주요 지수 누적 낙폭이 9~11%였고,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9600조원에 달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는 전장 대비 2644포인트(-7.83%) 하락한 3만1136.58에 거래를 마쳐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닛케이는 장 중 한때 8.84% 급락했고 일본 증권거래소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주식 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이날 사상 최대인 9.7% 급락한 1만9232.35로 장을 마감,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2만선 아래로 떨어졌다.

4일 휴장했던 범중국 증시도 마찬가지 흐름으로,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7.34%)와 선전종합지수(-10.79%)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글로벌 증시 대폭락이 과거 역대급 폭락장과 비견될 만한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급락은 과거보다 더 큰 규모로, 현 시점에서 느끼는 충격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트럼프의 관세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관세 우려는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봤지만, 현재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우려와 맞물려 공포심리가 확대 재생산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관세전쟁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희망이 없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교역 상대국과의 협상 과정에 따라 충격의 정도는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46%의 초고율 상호관세가 결정된 베트남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0%로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가 예정된 오는 10일을 앞두고 양국이 갈등 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강경 일변도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지율 하락 추세 속에서 하반기에는 내년 중간선거 대비를 위해서라도 전략을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세전쟁의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곳은 사실 미국인 만큼 트럼프 정부가 막무가내식 상호관세 정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이 거론된다.

글로벌 주식리서치 회사인 로젠블랫은 이와 관련 “애플이 관세 부담을 위해 아이폰 가격을 약 43% 인상할 수 있고, 아이패드·애플워치·에어팟 등 여타 기기 가격도 40% 가량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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