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연체율에 대출 창구도 ‘꽉’
정부 지원 늘었지만, 닿는 손은 적다

“빚 갚을 돈도 없고, 다시 시작할 돈도 없습니다. 이 와중에 대출까지 막혔어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21년 만에 최악이라는 민간소비 위축 속에서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신규 대출은 끊기다시피 했다.
빚더미에 깔린 채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은 “정부도 등을 돌렸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다중채무자 절반 넘는 자영업자…연체율 ‘역대급’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1.70%에 달했다. 이는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카드사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도 연체율이 3.67%까지 오르며 10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문제는 연체의 뿌리가 깊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자 중 절반 이상인 56.5%가 세 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다.
이들이 떠안은 전체 대출액은 749조 원, 1인당 평균 빚은 4억 3천만 원에 이른다. 경기 침체로 수익은 줄고, 갚아야 할 이자는 계속 쌓이면서 결국 연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비은행권 연체율은 치솟고 있는 반면, 은행권은 0.60%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중은행이 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상황에 따라 금융지원이나 채무조정을 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행도 등을 돌렸다…대출 ‘문 닫은’ 시중은행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줄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줄기 시작해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월 기준 대출 잔액은 324조 8695억 원으로, 지난해 10월보다 2조 3459억 원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소폭 증가해,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은 늘리되 자영업자 대출은 차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이 손실을 감수하고 대출을 확대하긴 어렵다”며 “올해 경기 전망도 부정적인 만큼, 자영업자 대출 회복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금융채무불이행자 수는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5만 5000명이 3개월 이상 대출 상환을 연체했다.
폐업해도 평균 빚 1억… 지원 몰라서 못 받아

버티다 못해 문을 닫은 이들 역시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소상공인의 평균 부채는 1억 236만 원이었다. 여기에 폐업 비용으로 2188만 원가량이 추가로 들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현장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2%가 희망리턴패키지, 새출발기금 등 정부 제도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그중 66.9%는 지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가장 절실한 정부 정책으로는 ‘대출금 상환 유예 및 이자 감면’(52.6%), ‘폐업 비용 지원’(51%)이 꼽혔다.
한 폐업자는 “권리금도 못 받고 나왔는데, 정리 비용만 수천만 원이었다”며 “무너진 뒤엔 어디서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발표해왔지만, 현장 체감도는 낮다. 자영업자의 연체와 폐업은 개인 문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1.3%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2.2% 줄었다. 이는 2003년 신용불량자 대란 이후 2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이처럼 소비는 얼어붙고 대출은 막히며,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기적이 된 상황이다.
중기중앙회 추문갑 본부장은 “소상공인의 무너짐은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비용이 되는 만큼,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폐업 소상공인의 제조업 취업 등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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