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적용된 상호관세율은 경쟁국인 일본(24%), 유럽연합(20%)보다 높아 향후 대미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또 미국의 일방적인 상호관세 부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무력화됨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는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상호관세와 보편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 발표하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상호관세는 5일부터 시행되는 기본관세와 9일 시행 예정인 개별관세로 구분된다.
기본관세는 미국과 교역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해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개별관세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많이 내는 60개국에 적용되는데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이 대부분 포함됐다.
국가별 관세율을 보면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또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으로 책정됐다.
상호관세는 기본적으로 10+알파로 설계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관세에 국가별 개별관세를 더하겠다고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추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기본관세에 개별관세까지 추가될 경우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35%가 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주장,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고율 상호관세 부과의 배경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월등하게 높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MFN은 3.5%다.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거의 10%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비관세장벽”이라면서 “그들은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우리의 많은 농산물을 전면 금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상호관세와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발표한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25%의 관세는 3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이미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자동차와 철강 및 알루미늄에는 상호관세가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백악관은 참고자료를 통해 상호관세 적용의 예외 품목을 적시했는데 철강 및 자동차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등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한 대상들을 비롯해 금괴와 미국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에너지 및 특정 광물 등도 상호관세의 예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핵심 대미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다행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반도체 등에도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조만간 반도체에 대한 품목 관세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가 증가한 1278억달러에 달했으며 대(對)미국 무역 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 자동차 ▲ 반도체 ▲ 석유제품 ▲ 배터리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폭탄’에 대해 중국, EU, 캐나다 등은 강력한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만약 이들 국가가 즉각적인 보복 관세로 대응할 경우 통상 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무역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전 세계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이 동일한 보복 조치에 나서면 미국의 수출이 66.2% 감소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우리 정부도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3일 오전 서울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에 ‘긴급 경제안보전략 TF(태스크포스) 회의’를 개최하고 산업별 대책을 점검했다. 앞서 한 대행은 지난달 25일 그동안 경제부총리가 주재해온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자신이 주재하는 경제안보전략TF로 격상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로 3일 국내 주식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전 9시 5분 현재 전일 대비 2% 이상 급락, 2450선이 깨졌다.
- 여전히 전세보증사고 대란의 늪에서 헤매는 HUG…지난해 순손실 2조5198억원
- 셀트리온, 주주가치 제고 위해 자사주 1000억 추가 매입 결정…올해만 3번째
- 부사관이 줄고 있다…전역은 늘고 충원은 부진한 우리 군의 허리
- [풀·꽃·나무 이야기] 눈부신 매력을 가진 ‘라넌큘러스’
- 한화, 미래 먹거리로 무인기 사업 육성…美 GA와 단거리무인기 공동 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