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더니 “이런 걸 해낼 줄이야”… 삼성의 ‘초강수’에 글로벌 시장 ‘발칵’

조기 양산에 성공한 46파이 배터리
전기차 시장 주도권 향방, 다시 한국으로

“설마 했는데, 진짜로 해낼 줄이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SDI가 예상치 못한 한 수를 내놓으며 업계의 시선을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

2024년 삼성SDI는 전년 대비 매출이 22.6% 줄고, 영업이익은 76.5% 감소했다. 특히 4분기에는 약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SDI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조기 착수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31일, 베트남 법인에서 지름 46mm, 높이 95mm의 ‘4695 배터리 모듈’ 출하식을 진행했다.

이 배터리는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생산된 셀을 베트남에서 모듈화한 뒤, 미국 마이크로모빌리티 고객사에 초도 물량을 공급하게 된다.

애초 1년 이상 늦춰질 것으로 예상됐던 양산 일정은 오히려 앞당겨졌다. 삼성SDI가 그간 조용히 준비해온 기술력과 생산 시스템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 셈이다.

‘6배 성능’… 기술로 완성한 미래 배터리

단순히 크기만 키운 것이 아니라, 이번 46파이 배터리에는 고용량 하이니켈 NCA 양극재와 삼성SDI의 독자 기술인 실리콘탄소복합체(SCN) 음극재가 적용됐다.

이를 통해 기존 배터리에서 문제가 됐던 스웰링 현상(부풀음)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 수명, 안전성 모두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특히 내부 저항을 최대 90% 낮추는 ‘탭리스(Tabless)’ 기술은 이번 제품의 핵심이다.

전류가 통하는 경로를 넓혀 전력 손실을 줄이고, 출력은 더욱 끌어올렸다. 그 결과 기존 2170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약 6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기술 혁신은 단기간의 결과물이 아니다.

삼성SDI는 지난해 R&D에만 1조 1364억 원을 투자했고, 2025년에도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GM 합작 투자, 헝가리 공장 증설,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46파이 배터리 양산으로 제품 포트폴리오가 한층 다양해졌다”며 “지속적인 기술 차별화로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이 ‘들썩’… 전략은 이미 유럽으로 확장

삼성SDI의 이번 조기 양산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의 파산과 시기가 맞물렸다.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는 상황에서, 삼성SDI가 주목받고 있다.

노스볼트는 유럽연합(EU)과 다수 완성차 업체의 기대 속에 2016년 출범했지만, 수율 문제와 재정난에 부딪혀 결국 사업 지속이 어려워졌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만 약 14조 원에 달했지만, 유럽 배터리 자립화의 상징이었던 기업은 끝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BMW는 노스볼트와 체결했던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물량을 삼성SDI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유럽 시장을 대비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상태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지역에 두 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6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설비 증설을 추진 중이다.

특히 헝가리 공장에 46파이 전용 라인 구축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됐다. 올해 2분기 장비업체 선정 이후, 하반기부터 설비 발주가 시작된다.

본격 양산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되며, 전략 고객과의 공급 계약 체결도 임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와의 공급 논의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SDI의 헝가리 투자는 단순한 설비 확대가 아니라 유럽 전략 고객 대응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46파이 배터리 시장이 2025년 155GWh에서 2030년 650GWh까지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 리비안, 벤츠 등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들도 해당 배터리 채택을 준비 중이다.

삼성SDI의 46파이 배터리 조기 양산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시장 주도권을 놓고 각국 배터리 업체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SDI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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