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 갚는 대출 급증
‘고위험 가구’ 38만 넘어섰다

“남편 퇴직금에 전세보증금까지 쏟아 넣었어요. 그래도 빚이 안 줄어요.”
50대 주부 김모 씨는 올해 초 결국 집을 내놓았다. 몇 년 전 남편이 명예퇴직한 뒤, 자녀들의 학자금과 생활비로 대출을 받기 시작했지만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자조차 갚기 벅찼다.
결국 김 씨 부부는 전세 보증금을 빼내 갚기에 나섰지만, 남은 원금은 여전히 그대로다. 김 씨는 “이러다 전 재산을 다 털어도 못 갚게 될까 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김 씨 사례는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3월 27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감당할 수 없는 ‘고위험 가구’가 38만6000가구에 이른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 매각으로도 채무를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들이 떠안은 금융 부채만 72조3000억 원에 달한다.
한은은 특히 지방 주택 시장의 침체로 고위험 가구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분양과 건설경기 위축이 맞물리며,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위험이 더 크다”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깡통 대출’ 사상 최대… 부실 줄줄이 터졌다

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조차 못 내는 ‘무수익여신(NPL)’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기준 NPL 잔액은 3조17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연말 기준 처음으로 3조 원을 넘긴 수치다.
특히 기업 대출 부실이 두드러진다. 작년 말 기업 NPL은 2조1465억 원으로 전년보다 13.8% 늘었다.
기업 부실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의 위기를 반영하는 지표다. 실제로 법인 파산 건수는 지난해 1940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가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작년 말 기준 가계 NPL은 1조321억 원으로, 전년보다 19.2% 급증했다. 가계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7%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내수 침체와 경기 둔화가 겹치며 자영업자와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층의 부채 축소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며, 저소득층은 점점 빚에 더 의존하게 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대출 규제는 제각각… 갈팡질팡 속 혼란만 가중

이처럼 대출 상환 여력이 악화되고 있지만, 은행들의 대출 정책은 오히려 오락가락하며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문을 열었다. 하지만 3월 현재, 다시 규제 강화로 돌아선 상태다.
KB국민은행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수도권 1주택자에게도 대출을 중단했고, 신한은행도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2년 안에 처분해야만 대출을 허용한다.
하나은행은 이번 달부터 서울에서 1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한다.

전세자금대출 조건도 혼란스럽다. 조건부 전세대출은 은행마다 취급 여부가 달라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갭투자 억제를 명분으로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대출을 금지한 곳도 있고, 일정 조건에서만 다시 허용한 은행도 있다.
대출 만기와 한도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대출 한도를 풀었다가 다시 묶고, 수도권과 지방의 대출 조건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 계속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 소비자들은 불안하고 혼란한 시장 환경 속에서 어디에 기준을 두고 대출을 결정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규제의 비일관성이 오히려 부실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고령층의 부채는 줄지 않고, 저신용 자영업자의 연체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며 구조적 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지표는 경고등을 켜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방향 없는 규제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일관된 대응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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