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연초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공격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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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족 보행 로봇 [사진: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족 보행 로봇 [사진: 레인보우로보틱스]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2025년을 시작하는 첫번째 산업계 이슈 트렌드로 부상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로봇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차세대 소형 컴퓨터 출시를 앞두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로 대주주로, 제조 공정 내 로봇 도입을 위해 개발 중이다.

또 중국은 2027년까지 산업·공급사슬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출하량이 140만대, 시장 규모는 3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35%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으며, 로봇 분야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온디바이스 AI의 최종 진화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한 영국의 지식 그래프 기술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의 기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기술은 갤럭시 S24부터 강조된 온디바이스 AI와 결합해 민감한 개인 정보가 기기 외부로 유출되지 않으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출하량이 14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글로벌 시장 규모는 3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로봇협회도 2021년부터 2030년 사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시장 규모가 연평균 7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AI의 발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다양한 환경에 도입될 수 있게 되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제리 카플란 교수는 산업자원통상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AI 기술 발달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과 대화하고, 나아가 사람의 감정을 읽고 마음을 달래는 능력이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산업 현장에 필요한 로봇은 굳이 사람 형태가 아니라 그 역할에 최적화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이미지 [사진: 엔비디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이미지 [사진: 엔비디아]

로봇 인지, 판단, 제어 능력 향상 속도는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발전으로 더욱 빨라졌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AI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이끌 것이라 전망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6월 대만엣더 열린 컴퓨택스 2024에서 “AI 시대 다음 단계는 로봇 공학”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이른바 ‘기어(GEAR)’ 연구팀을 구축해 가상 및 물리적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 모델 구축에 나섰다. 이 연구팀은 다중 모드 기본 모델, 일반 로봇 연구, 가상 세계의 기본 지능형 에이전트, 시뮬레이션 및 합성 데이터 등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구현을 위한 기술 연구 중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상반기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차세대 소형 컴퓨터 ‘젯슨 토르(Jetson Thor)’ 출시를 예고했다. 직접 경쟁하는 대신, 전 세계 로봇 제조업체에 OEM 방식이다. 이는 생성형 AI 모델의 폭발적 증가와 시뮬레이션 환경을 통한 로봇 학습 능력 향상에 기반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LG전자도 이미 생성형 AI 기반 로봇 사업 베이스를 구축했다. 지난해 LG전자는 구글의 차세대 AI 거대언어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한 ‘LG 클로이’ 로봇을 공개했다. 기존 로봇이 사전 입력된 데이터 기반의 한정적 답변만 가능했던 것과 달리, 생성형 AI로 언어 능력이 강화된 LG 클로이 로봇은 예측하지 못한 돌발 질문에도 검색을 통해 자연스러운 답변이 가능해졌다.

테슬라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2세대를 발표하며, 이전 버전보다 30% 빠르게 걸을 수 있고 총 무게가 10kg 감소하는 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최신 버전의 아틀라스 로봇을 전기 구동 시스템으로 전환해 보다 더욱 유연힌 움직임을 구현해냈다

게다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일정 수준 이상 개발만 이뤄진다면 곧바로 현장 투입도 가능하다. 실제로 기아와 협력해 향후 자동차 공정에 투입할 로봇을 개발 중이다. 물류와 조립, 검사, 유지 보수 등 자동차 생산 환경을 자동화한다는 목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 현대차그룹]

아울러 오픈 AI, 샤오미, 구글, 텐센트 등과 같은 테크기업도 휴머노이드 로봇 연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의 분야에서 자체 축적한 기술과 함께 M&A나 자체 R&D 등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오픈AI는 피규어AI와 협업을 통해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1’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시각적 인식을 통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손가락 관절을 정교하게 제어해 물건을 집어 전달하는 등 고도화된 기능까지 구현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은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적극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베이징, 상하이, 충칭, 저장 등 주요 도시들이 앞다투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계획과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27년까지 산업·공급사슬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정책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제조로봇은 연평균 6.6%, 협동로봇은 연평균 23.0%의 중장기 성장이 예상된다. 각 지방정부는 로봇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으며,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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