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後]① “의정부가 가장 빠를 듯”… 개발제한구역 해제, 핵심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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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 해제 및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한 5일 서울 서초구 원지동 개발제한구역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 해제 및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한 5일 서울 서초구 원지동 개발제한구역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고양·의왕·의정부 등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수도권에 신규 주택 5만호를 공급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른 시일 내 충분한 주택을 공급해 무리하게 집을 구입하는 가수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하려는 것이다. 그린벨트 지역이 주택용지로 개발되기까지 길면 10년이 넘게 소요되는데, 정부는 이를 7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장에서는 이번 그린벨트 해제 지역 중 의정부 지역이 가장 빠르게 개발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주택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토지 등의 보상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 다만, 과거 수많은 국토 개발 과정에서 보상 단계의 잡음이 컸던 만큼 정부가 속도에 집중하는 대신 원칙에 따라 보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경기 고양 대곡 역세권 ▲경기 의왕 오전왕곡 ▲경기 의정부 용현 등 총 689만㎡(208만평)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 5만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도권 지역의 대규모 주택 공급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목적이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라는 초강수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 공급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그린벨트까지 풀며 공급 확대를 외친 것은 시장 안정 측면에서 당위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강남 지역을 안정시키는 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서 공급 계획을 수립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대책의 당위성이 있지만, 상승세가 두드러진 강남3구의 집값을 잡기 위한 공급대책은 아니다”라며 “그린벨트가 주로 외곽에 위치하다 보니 7~8년 후에 수도권에 (정부가 예상하는) 그만큼의 수요가 있을지 예측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예측 없이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다만, 서리풀 지구 같은 경우는 강남3구의 수요를 어느정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강남 집값의 안정에는 약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 이후에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먼 미래에 주택이 공급된다고 하면 물량이 어떻든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2026년 상반기까지 지구지정을 마친 뒤 2029년 분양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첫 입주 목표 시기도 2031년으로 계획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신규 택지에서 첫번째 분양이 5년 후에 이뤄지도록 일정을 관리할 것”이라며 “5년후 양질의 주택이 공급된다는 믿음이 시장에 형성된다면 현재 시장 상황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규 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공공주택 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통상 8년이 넘게 걸린다. 진행이 더딘 곳은 10년이 넘어가기도 한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2곳(66.6%)은 입주까지 8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대상 지역 중 입주가 완료된 곳은 2016년 그린벨트가 해제된 의왕고천지구와 2018년 해제된 서울 수서 공공주택지구 두 곳 뿐이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택지 개발에 따른 보상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게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구 지정, 지구 계획 수립 후에 진행되는 보상 절차를 지구 지정 전부터 돌입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 지정을 하기 전에 보상에 들어가고, 지구 지정과 함께 지구 계획에도 착수하면 공급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보상 절차가 조속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 이익 노린 땅 주인은 10명 중 4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달리 말하면 개발 해제 이익을 노린 이들이 많아 보상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지역 개발에 따른 주민 등 이해관계자와의 조율, 문화재 발견 등도 주택 공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5일 그린벨트가 해제된 의정부시 용현동 옛 306보충대 부지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일 그린벨트가 해제된 의정부시 용현동 옛 306보충대 부지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그렇다고 정부가 무턱대고 보상에 속도를 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공급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만 그만큼 보상 문제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상 문제가 개발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보상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보상절차를 줄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안을 만들어서 정부와 토지소유자 간 갈등이 줄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투기 방지를 위해 최근 5년간 미성년·외지인·법인 매수, 잦은 손바뀜, 기획부동산 의심 거래 등으로 보이는 이상거래를 선별했다. 이에 2019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선별된 이상거래는 1752건이다. 국토부는 해당 이상거래에 대해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자금보달 내역 등을 정밀 분석해 거짓신고·편법 증여·명의신탁 등 불법의심거래를 적발할 예정이다. 이렇게 적발된 불법의심거래에 대해서는 내년 3월까지 국세청, 금융위원회, 관할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번 4곳의 그린벨트 해제 신규 택지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의정부 용현이다. 이곳은 군부대가 있던 곳으로 국유지가 대부분인 상황이어서 토지 보상에 걸리는 시간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고양 대곡, 의왕 오전왕곡 등도 지장물 없이 대부분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어 토지 보상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서초 서리풀 역시 보상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장 사업성이 뛰어난 곳인 만큼 장기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토지 주인들이 정부가 제안하는 보상액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정부 용현 지역은 군부대가 이미 이전해서 비어 있는 땅”이라며 “국토부와 국방부 간 협의가 되면 바로 부지 조성 공사와 주택사업 착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토지 보상보다 지장물의 경우 협의가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은 오랫동안 그린벨트로 묶이며 경작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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