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올 줄 알았는데…102살 어르신이 단골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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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올 줄 알았는데…102살 어르신이 단골 됐다
27일 신한은행 서울 하계동 지점에서 시니어 고객들이 디지털 데스크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사진 제공=신한은행

“이제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데요. 어르신, 앞에 있는 카메라를 봐주세요. 네 인증되셨어요.”

27일 신한은행 서울 하계동 지점에 설치된 ‘디지털 데스크’ 공간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이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지점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고 밝힌 그는 지난 20년 동안 납부해온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하고 근저당 말소를 마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영업점에는 대기 인원이 많아 30분 이상은 족히 기다려야 할 듯했다. 이때 영업점 직원이 다가와 디지털 데스크를 이용해볼 것을 권유해 디지털 데스크 앞에 앉게 됐다. 지금껏 창구 직원과 직접 만나서만 은행 업무를 봐왔고 단순한 예금 입출금과 같은 업무가 아니기에 걱정이 앞섰지만 어렵지 않다는 직원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화면에 등장한 은행원이 안내하는 대로 버튼을 누르고 안면 인식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한 뒤 쉽게 서류 작성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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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2021년 업계에서 처음 도입한 디지털 데스크는 실시간 화상 통화로 직원과 금융 상담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대기 시간을 줄이는 등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5월 기준 전국 176개 지점에 229대의 디지털 데스크가 설치돼 있다.

31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전국에서 디지털 데스크를 사용하는 고객이 하루 평균 1200명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중 50대 이상 고객이 619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신한은행 내부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데스크는 평균 방문 고객의 연령이 높은 신림동·군자역·하계동 등 지점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이들 지점의 경우 하루에만 30여 명의 고객이 디지털 데스크를 이용하며 상당수가 장년·고령층이다. 도입 초기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난 셈이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디지털 데스크와 같은 디지털 확대 전략이 지점 축소에 따른 노령 금융 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 저하 우려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디지털 기술이 젊은 세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디지털 데스크를 통해 예금 상품을 추천받고 가입까지 마친 80대 고객 B 씨는 “은행원과 대면하는 은행 창구와 다를 것이 없는 데다 대기 시간도 줄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고령층의 디지털 데스크 활용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 신한은행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 이용을 어려워한다는 인식에도 꾸준하게 교육을 시행해왔고 동시에 고객을 바로 옆에서 도와줄 컨시어지를 현장에 상주시켜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5월 현재 최고령 이용 고객은 102세”라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결합한 전략적 선택이 디지털 소외 계층의 어려움 극복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공하는 업무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도 고객들이 디지털 데스크 이용을 늘리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자동입출금기(ATM)가 제공하던 입금·이체 등 단순 업무 서비스를 넘어서 지금은 예적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 대출 신청 및 상환, 일회형 비밀번호 생성기(OTP) 카드 재발급까지 기존 창구 업무의 80~90%가 가능해졌다. 신한은행 측은 “모바일·TV를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라며 “금융 취약 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줄여나가고 고객이 은행을 이용하는 데 있어 느끼는 시공간적 제약도 계속해서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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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디지털 데스크 시연 모습. 사진 제공=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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