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성실’ 삭제된 가맹법령 개정안…본부-점주 “온도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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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치명적 독소조항이 완화됐다.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가맹본부)

“실질적 제도 개선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가맹점주)

최근 차관회의를 통과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바라보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업계 의견을 종합해 입법예고된 원안이 다소 수정됐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26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차관회의에서 통과된 필수품목 거래 조건 협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후속 논란이 적지 않다. 이 개정안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된다.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원재료, 설비·비품 등을 뜻한다. 현행법상 이런 식으로 거래 상대방을 지정하면 안 되지만, 상품·브랜드의 동질성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문제는 일부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제도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품질의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는 명분으로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많이 지정하거나 시중 가격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파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갑질’이 가맹점주 경영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보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가맹본부는 필수폼목을 확대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등 필수품목 거래 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아울러 필수품목 관련 내용을 정보공개서 뿐만 아니라 가맹계약서에도 포함해야 한다. 만약 가맹점주와 충분한 협의 없이 필수품목 거래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고 거래를 강제하면 가맹사업법상 거래상대방 구속행위로 제재될 수 있다.

또 필수품목 거래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를 포함해,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와 협의해야 할 때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가맹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불합리한 가맹사업법 개정 졸속입법 반대 프랜차이즈 산업인 결의 대회’에서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정상적 사업 영위가 불가능해진다며 시행령 개정에 격렬히 반대하던 가맹본부 사이에선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당초 입법예고됐던 원안보다 다소 완화한 내용이 담긴 덕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지’와 ‘성실’의 삭제다. 시행령 개정안 원안에선 필수품목의 가격, 수량, 품질, 거래상대방 등 거래 조건을 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 또는 유지하는 경우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실제 개정안에는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협의해야 한다’로 바꿨다. 크지 않아 보여도 유의미한 변화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해석하기 어렵고 모호한 단어들이 삭제됐다. 가령 불리한 조건의 ‘유지’가 문제라면 기존 필수품목의 가격, 수량 등이 전부 협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건데 가맹본부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성실한 협의도 마찬가지다. 성실의 기준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점주들이 성실하지 않다고 항의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가맹점주 단체와 을지로위원회·소상공인위원회 영입인재들이 ‘종속적자영업자 현안 간담회’를 개최해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전국가맹점주협의회]

반면 가맹점주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 자체는 환영하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란 입장이다. 전국가맹점주협회 관계자는 “필수품목 가맹계약서 기재 의무화는 일방통행식으로 강제하던 갑질 행태를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원안의 협의 대상에서 ‘유지’의 경우와 협의 시 ‘성실’하게 하도록 한 내용을 삭제했다. 이렇게 원안보다도 후퇴한 내용으로 실질적 제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지 단어 삭제로) 앞으로 필수품목 가격은 오르기만 할 뿐 구성 원부자재 가격이 내려도 인하할 수는 없게 되는 셈”이라며 “(성실 단어 삭제로) 협의도 단순히 점주에게 일반 공문 하나만 보내는 기존 행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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