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21대 국회 4일 남았는데…정쟁만 거세지는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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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21대 국회 4일 남았는데…정쟁만 거세지는 연금개혁

임기 종료까지 4일밖에 남지 않은 21대 국회가 연금개혁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21대 국회 내 연금개혁을 마무리짓자고 제안하면서부터입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는 영수회담을 조건으로 내건 것을 문제삼으며 반발했습니다. 여야의 신경전은 정부가 소득대체율을 45%로 하는 안을 제안했는지에 대한 팩트체크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구조개혁 여부를 두고 대치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는 중입니다. 각자의 주장과 정쟁이 난무하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시간 순서대로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뒷북경제]21대 국회 4일 남았는데…정쟁만 거세지는 연금개혁

연금개혁은 노동·교육개혁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집권 초부터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됐고 2022년 10월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후 19개월 간의 논의과정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으니 시민 숙의 공론화 과정 결과가 국회 연금특위에 보고된 4월 30일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날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를 필두로 한 공론화위원회는 시민 대표단 500명이 참여한 숙의 토론 결과를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문제는 과반의 선택을 받은 1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대로 연금개혁을 진행할 경우 지금보다 연금재정이 더 나빠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국회 연금특위는 공론화위서 논의 결과를 존중하되 1·2안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보험료율은 13%~15%, 소득대체율은 40%~50% 범위 내에서 결정하는 것을 기본틀로 협상을 시작합니다. 참고로 이 범위에서는 어떤 조합을 선택해도 재정 전망이 개선됩니다.

논의은 여야 간사간 비공개 접촉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며칠만에 특위 관계자가 “양측 이견이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안다”고 귀띔할 정도로 협상은 빠르게 진척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호영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은 물론 여야 간사들도 21대 국회 내 연금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7일 분위기가 갑자기 반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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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왼쪽 첫번째)과 유경준(왼쪽 세번째) 국민의힘,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여야 간사가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종료 및 출장 취소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렬’을 선언합니다. 보험료율은 13%로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소득대체율을 놓고 국민의힘은 43%를 상한으로, 민주당은 45%를 하한으로 제시했지만 더이상 의견 차를 조절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겨우 2%포인트 이견에 개혁이 좌초됐습니다.

갑작스럽게 연금개혁 논의가 중단되면서 대통령실 발언이 새삼스레 주목받습니다. 4월 2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첫 영수회담을 할 당시 이야기입니다. 이 대표가 연금개혁을 신속하게 결론짓자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답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특위가 협상결렬을 공식화한 이후 9일 진행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연금개혁을 마무리짓겠다”면서도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하기보다 22대 국회에 넘겨 충실하게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 내 연금개혁 무산을 선언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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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22대 국회서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안을 처리하는 것은 어려워진 것 같았지만 여야 사이의 물밑 협상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회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입장의 중간값인 ‘소득대체율 44%’에서 절충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꺼져가던 연금개혁 불씨를 되살린건 이 대표입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향하던 이 대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지자들과 대화하던 중 “윤석열 정부가 연금 개혁을 하겠다고 말해놓고 막상 협상이 되려 하니 안하려 한다”며 “의견은 거의좁혀졌다.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타결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입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연금개혁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가세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연금특위 위원 중 한 명인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연금개혁은 22대 국회에서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내용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민생을 위한 개혁을 명분으로 연금개혁 ‘선공’을 날리면서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자신의 개혁 과제를 스스로 걷어찬 것이 됩니다. ‘22대서 처리’ 입장에서 선회할 경우 연금개혁의 공이 이 대표에게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실질적으로 영수회담이 진행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첫 영수회담 당시에도 양측이 의제와 형식 등을 놓고 장기간 샅바싸움을 벌인 끝에 겨우 성사됐습니다. 주말 새 서울에서 한일중정상회담이 열리는데다 다른 국빈 방문 일정도 줄줄이 예고돼있어 대통령실로써는 영수회담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국회 논의를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며 영수회담을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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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은 전선을 ‘팩트체크’로 옮겼습니다. 이 대표가 연금개혁 불씨를 댕기며 “정부가 소득대체율 45%를 제안했다”고 언급한 것을 문제삼았습니다. 45%안은 민주당 안이지 부·여당에서 제안한 바 없다는 주장입니다. 민주당은 여야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소득대체율 45% 카드를 꺼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론화위 이후 여야 협상이 진행되는 자리에 정부가 자리한 적이 없다”며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그때그때 제공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공식 안은 국민의힘 43%, 민주당 45%”라며 “겨우 2%포인트 차이인데 여야 모두 연금개혁에 진심이었으면 벌써 협상이 타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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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대체율 44%와 45%사이에서 타협할 의사가 명확하게 있다”며 논점을 다시 소득대체율로 옮깁니다. 유 의원이 이미 44%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사실상 1%포인트 차에 불과한 이견 차를 극복하고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더이상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방치하거나 22대 국회로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다 만나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나든 어떻게든 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수회담에 이어 3자회담까지 거론한 것입니다. 이 대표가 이틀 연속 2연타를 날렸지만 대통령실은 정무수석-야당 비서실장 라인을 가동해 영수회담에 대한 거부 의사를 곧장 전달했습니다.

25일이 되자 이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가피하게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며 “여당이 제시한 44%안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여당은 이번엔 ‘구조개혁 조건’을 내세워 반박합니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모수개혁 공식안은 소득대체율 43%”라며 “44%안은 국민연금-기초연금 통합, 재정안정화 조 등 다른 구조개혁 부대조건이 합의됐을 때의 이야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야당은 연금개혁을 번갯불에 콩볶듯 처리하려 한다”며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한 뒤 속도감 있게 논의하면 올해 안에 더 나은 개혁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을 해도 좋다”는 사인을 보내지 않으니 협상 없이 공방만 오가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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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상당수 연금 전문가들은 최대한 빨리 보험료를 인상하는 모수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행 보험료율이 199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보험료율을 올리지 못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18.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급속한 연금 고갈의 주범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심지어는 여권 정치인인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도 “이 대표의 제안을 즉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재정안정론을 강조하는 학자들로 구성된 연금연구회는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연금개혁이 장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부각하며 22대 국회에서 새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김 의장은 오늘 오전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공지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김 의장에게 28일 본회의를 연 이후 29일 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별도로 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9일은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입니다. 21대 국회 마지막 순간까지 여야가 연금개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게 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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