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주로 번지는 청약 과열…경쟁률 작년보다 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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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권주로 번지는 청약 과열…경쟁률 작년보다 2배 늘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벤처기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벤처 업계 자금 상황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실권주 청약 경쟁률이 올 들어 지난해 대비 평균 2배나 뛰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모주 시장에서의 무분별한 청약 관행이 실권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곡된 공모주 청약 관행이 개인투자자들을 고위험 상품 투자로 내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진행된 실권주 청약 경쟁률은 평균 563.04대1(이달 20일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평균인 275.56대1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실권주는 상장기업이 유상증자 시 기존 주주에게 부여한 신주인수권이 포기된 주식을 말한다. 주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인수가가 제시돼 주가 하락 폭이 작은 우량주들은 청약 후 수익이 보장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지난해 말 진행된 한화오션(042660)의 실권주 청약에서는 경쟁률이 1325.71대1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와 달리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시세 조정에 취약한 비우량주들은 청약이 된다 해도 손실을 입기 쉽다. 통상적으로 실권주 청약 후 증시에 상장하기까지는 3~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애초 실권주 자체가 기존 주주들이 수익률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돼 포기한 주식인 만큼 리스크가 큰 투자 상품”이라며 “최근 ‘묻지 마 청약’이 과열됨에 따라 공모주가 상장 당일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찍고 급락하는 패턴이 실권주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실권주 청약을 향한 열기는 점점 과열되고 있다. 올 2월 진행된 삼성제약(001360)의 실권주 청약에서는 경쟁률이 300.03대1까지 뛰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10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삼성제약은 11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주가 역시 청약일인 2월 20일부터 이날까지 21%가량 떨어졌다. 2020년부터 당기순손실을 이어오고 있는 유니슨(018000)도 지난달 진행된 실권주 청약에서 328.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니슨의 주가는 청약일인 지난달 30일 957원에서 이날까지 14%대 하락 중이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STX(011810) 실권주 청약의 경쟁률이 0.91대1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STX의 실권주 발행가는 1만 1310원, 청약 당일 주가는 1만 4420원이었다. 지난해 청약 ‘대어’로 꼽혔던 한화오션의 실권주 청약 경쟁률 역시 올 3월 진행된 대한전선의 청약 경쟁률(1682.87대1)에 한참 못 미쳤다. 앞서 지난해 9월 진행된 SK이노베이션과 CJ CGV(079160) 실권주 청약에서도 경쟁률은 각각 70.55대1, 75.7대1에 그쳤다.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 있을 HLB생명과학의 유증에서 실권주가 대거 쏟아진다 해도 ‘묻따(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청약이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진양곤 HLB 회장은 ‘선물과 같은 유증’이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확신했지만 승인이 거절되면서 HLB그룹의 주가는 급락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공모주 시장의 왜곡이 개인투자자들을 더 위험한 투자 상품으로 내몰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모가가 희망 밴드의 상단의 20%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서 결정되는 관행 때문에 실권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모가가 상단의 20%를 넘지 않는다’는 암묵적 룰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룰이 깨지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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