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생명·손보, ‘수장교체’ 通했나…돋보이는 실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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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왼쪽부터)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대표/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최근 몇년간 부진한 실적을 내며 하나금융그룹의 고민거리였던 보험 계열사들이 올해 들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나생명, 하나손해보험 모두 지난 1월 대표를 교체한 이후 처음 받아든 성적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

하나생명 1분기 순이익 45억원…”흑자 전환”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4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하나생명은 전년 동기 20억원, 지난해 4분기에는 1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바 있다. 일반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7% 성장했으며 충당금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6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최근 5년 사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이 100억원 미만으로 추락(65억원)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바 있다. 표면적으로 실적 탓은 아니라지만 지난해 말 임영호 전 대표가 개인 사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남궁원 대표를 새 얼굴로 내세운 여러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됐다.

남궁 대표는 하나금융 내에서 자금시장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1년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자금시장사업단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는 등 하나은행에서의 경력 대부분을 자금시장 분야에서 보냈다.

하나금융은 자금시장 흐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남궁 대표가 부진한 하나생명의 실적을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했고 그 기대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업계 일각에선 하나생명이 수장 교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2일 임영호 전 대표 후임으로 자리에 오른 남궁 대표는 취임 직후 작년부터 본격화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발맞춰 보장성보험 판매를 위주로 한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했다.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가 핵심인 IFRS17 체제 하에선 보험계약마진(CSM)이 얼마나 많은지가 실적을 좌우한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이익을 현재 가치로 추산한 값으로 장기간 벌어들일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결국 납입 기간 이후 보험금을 무조건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 보험보다 암 등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높을 수록 실적이 좋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금리 상황에 투자 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좋지 않았지만 보험 영업이익이 좋아졌다”며 “보장성보험 판매 호조가 계속되고 있고 채널 다각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개선이 좋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 폭 줄인 하나손보…배테랑 영입 효과?

디지털보험사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2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 2020년 출범 이후 계속된 적자 행진을 멈추지 못했지만 적자 폭을 전년 동기 대비 30% 수준까지 낮췄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1분기 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하나손해보험의 개선세 역시 하나생명과 마찬가지로 수장 교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1월 하나생명과 같은 날 김재영 전 대표 후임으로 배성완 대표 취임을 알린 바 있다. 배 대표는 하나손해보험 출범 이래 최초의 외부 출신 인사로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에서만 30년간 일한 배테랑이다. 

그는 삼성화재 전사 채널·제도 기획 담당, 수도권1사업부 단장, GA1사업부장(상무), 장기보험부문장(부사장), 상근고문 등을 지냈으며 업계에선 영업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배 대표는 취임 이후 하나생명과 마찬가지로 기존 자동차보험 중심에서 장기보험 판매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뜯어고쳤다. 그는 삼성화재 시절 GA(법인보험대리점) 대표들과 돈독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오는 등 장기보험 관련 노하우를 하나손해보험에 전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그룹 본사/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 본사/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지만 양사 모두 그간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터라 단기간 내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올해 안에 생보, 손보 중 한 곳의 M&A(인수합병)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이 손보보다는 생보사 인수에 더욱 관심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 KDB생명 인수 추진 직전 단계에서 뜻을 접기도 했다. 

M&A 후보로는 동양생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966억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견 생보사다. 업계 10위권 밖에 처져있는 하나생명이 7위 동양생명과 합병할 경우 단숨에 업계 8~9위권까지 도약하게 된다. 손보사 M&A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이르다. 현재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하나손해보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우량 매물이 시장에 나와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하나금융의 보험 CEO(최고경영자) 교체가 양사의 분위기 반전에 도움을 준 것 같다”며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두 CEO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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